주간동아 421

2004.02.12

앞뒤 안 맞는 소버린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입력2004-02-04 16: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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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뒤 안 맞는 소버린

    제임스 피터 소버린자산운용 대표

    “그동안 수천명의 투자자들을 만나왔지만 소버린의 정체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1월19일, 참여연대의 SK㈜ 지배구조 개선 관련 기자간담회장에서 장하성 고려대 교수(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장)가 되뇐 말이다.

    그 전 주 장교수는 참여연대가 마련한 SK㈜ 지배구조 개선안을 들고 모나코로 날아가, SK㈜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소버린자산운용 오너 리처드 챈들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장교수는 다양한 지배구조 개선안과 함께 최태원 회장, 손길승 회장, 김창근 사장은 등기 이사에서 퇴진하되, 최회장은 정관 개정 등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경영진의 협력이 필요하므로 비등기 이사로서 경영진에 남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챈들러는 장교수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유인즉 “최회장도 경영진에서 완전히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회장의 협력 없이 정관 개정은 불가능하다. 장교수가 “소버린이 투기자본인지 장기투자자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말을 한 이유는 그것이었다.

    기자간담회 열흘 후인 1월29일, 마침내 소버린의 SK㈜ 지배구조 개선안이 발표됐다. 개선안의 명단을 보고서야 참여연대측 인사 등 몇몇 핵심 관계자들은 비로소 무릎을 쳤다고 한다. 소버린의 ‘속뜻’을 얼마간 짐작케 된 까닭이다.

    SK㈜ 지배구조 개선안 마련에 참여한 한 경제계 인사는 “사외이사 5명의 면면을 봐라. 소버린이 밝힌 대로 최회장 축출에 적극 나설 인사가 몇이나 있나. 5명 중 한 사람인 서울대 조동성 교수는 아예 최회장의 사돈이다. 조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특정인의 퇴진을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발언까지 했다. 애초 소버린은 최회장 퇴출에 뜻이 없었던 거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SK㈜의 주가 부양”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참여연대측 인사의 설명을 들어보자.

    “최회장의 이사 임기는 2005년 주총까지다. 올해엔 특별 결의 없인 최회장을 퇴진시킬 수 없으나 내년엔 다르다. 이사직에서 퇴진당할 위험이 훨씬 더 큰 만큼 최회장측은 내년 주총까지 지분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러면 주가는 자연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소버린은 그때를 보아 고가에 지분을 정리하면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긴장을 장기적으로 끌어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속셈”이라는 분석이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소버린은 정말 자기의 정체를 드러낸 것일까. 답은 2005년 3월 주총 시즌에나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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