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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8강전

반집의 승부사 반집에 ‘다운’

이창호 9단(백) : 시에허 5단(흑)

  • 정용진/ Tygem 바둑웹진 이사

반집의 승부사 반집에 ‘다운’

반집의 승부사 반집에 ‘다운’
중국 대륙이 연일 잔칫집 분위기다.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데 이어 부산에서 열린 삼성화재배 8강전에서 중국의 신예기사들이 한국이 자랑하는 ‘원 투 펀치’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을 연거푸 무너뜨리고 이번에야말로 그토록 염원하던 세계대회 우승을 바라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번번이 한국이라는 장벽에 부딪히며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던 중국 바둑을 늪에서 건져 올린 루키들은 시에허(謝赫) 5단과 후야오위(胡燿宇) 7단. 이들의 승전보를 접한 중국 바둑 팬들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열광했다. 8강에 4명이나 진출시켰던 한국은 조훈현 9단마저 일본 대표로 나온 조치훈 9단에게 역전패당해 신예 박영훈 4단만이 살아남는 부진을 보였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고 했던가. 이창호 하면 ‘반집의 승부사’로 통한다. 그런데 이 반집의 슈퍼컴이 중국의 무명 신예기사에게 반집 때문에 덜미를 잡혀 ‘다운’되고 말았다. 올해 19세인 시에허 5단은 1995년 프로에 입단한 뒤 지난해 중국 전국개인전과 패왕전에서 잇따라 우승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중국 바둑의 신예 강호로 이번에 세계 1인자 이창호 9단을 꺾음으로써 단숨에 월드스타로 떠올랐다.

중반 우변에서 백대마를 잡으며 승기를 잡은 시에허 5단이었지만 이후 ‘부자 몸조심’으로 일관하다 반집을 다투는 미세한 국면을 자초했다. 오히려 반집 차로 지지 않겠느냐는 분위기. 이때 흑1로 빠진 다음 3으로 끊는 절묘한 끝내기가 터졌다. 이곳은 흑A면 백1로 ▲ 한 점을 따내는 자리로 보았는데….

반집의 승부사 반집에 ‘다운’
흑5에 먹여치고 7로 마늘모 하는 기막힌 끝내기 수가 숨어 있을 줄이야! 흑9로 끊으면 백은 뒷공배가 다 메워지면 A와 B 두 곳에 가일수해야 한다. 여기서 흑이 한 집을 벌면서 백의 반집패로 결정났다. 검토실 기사들도, 이창호 9단조차도 미처 못 본, 그야말로 지하에서 건져 올린 이 반집은 그간 수렁에 빠져 있던 중국 바둑을 건져 올린 반집이기도 하다. 315수 끝, 흑 반집 승.



주간동아 407호 (p95~95)

정용진/ Tygem 바둑웹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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