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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과 美의 만남 ‘테이블 데코레이션’

기본적 식사도구에 식탁보·꽃만으로 멋진 연출 가능 … 대학·문화센터 등에 강좌 속속 개설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식탁과 美의 만남 ‘테이블 데코레이션’

식탁과 美의 만남 ‘테이블 데코레이션’

양식 테이블 세팅. 그릇은 간결한 흰색을, 센터피스인 꽃은 화려한 장미를 사용했다. 테이블 세팅 디자이너인 김경미씨(오른쪽)가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살림 잘한다고 소문난 주부들에게 주방의 그릇들은 보물이자 골칫거리다. 혼수로 가져온 그릇 세트에다 가끔 눈에 띄어서 사 모은 그릇들까지 찬장에 그득하지만 이 그릇들을 쓸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한 무더기의 그릇들은 찬장에 쌓여 햇빛도 못 보게 마련이고 식탁에는 언제나 쓰던 밥그릇 국그릇만 올라온다.

이런 고민을 한번쯤 해본 주부들이라면 ‘테이블 데코레이션(Table Decoration)’에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식탁을 예쁘고 실용적으로 꾸미는 테이블 데코레이션은 몇 년 전만 해도 그 이름조차 생소한 분야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푸드 스타일링 등 다양한 식생활 문화가 생겨나면서 식탁 위를 하나의 예술공간처럼 꾸미는 테이블 데코레이션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학 평생교육원, 문화센터 등에서 정식으로 테이블 데코레이션을 가르치는 과정도 속속 생겨나는 추세다.

2000년 국내 최초로 대학원 과정에 테이블 데코레이션과를 개설한 숙명여대 황규선 교수(디자인대학원)는 “테이블 데코레이션은 단순히 식탁 위를 잘 꾸미는 게 아니라 식생활 문화의 전반을 이해해야 제대로 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테이블 데코레이션과의 교육과정에는 실기뿐만 아니라 각국의 음식문화와 식생활 등 이론적인 분야가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고.

현재 테이블 세팅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수십명에 지나지 않는다. 호텔, 잡지, 레스토랑, 그릇 제조업체 등에서 간혹 수요가 있긴 하지만 테이블 데코레이션을 전업으로 삼기는 미비한 수준. 예술의전당 디자인아카데미에서 테이블 데코레이션을 강의하는 최혜림씨(광호문화재단 디자이너)는 “주부들보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요리 전문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등이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테이블 데코레이션을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전문가의 수가 부족하다는 점 외에도 한국의 테이블 데코레이션은 한식에 어울리는 테이블 세팅 개발이라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테이블 데코레이션 자체가 서구에서 유래한 만큼 서양식은 영국식, 프랑스식 등 나라별 상차림까지 확립되어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에 비해 한식 상차림에는 아직 별다른 지침이 없다.



황규선 교수는 “3첩, 5첩 등 전통적 반상차림을 고집하기보다는 계절과 명절음식에 맞춘 상차림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어차피 식탁 위에 차려지는 상인 만큼 서양식 상차림의 일부를 도입해 퓨전 형식의 상차림을 개발해야 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라고. 황교수는 지난해 9월 일본의 테이블 세팅 전문가들과 함께 ‘2002 한·일 식탁 교류전’을 열어 이 같은 연구성과를 전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테이블 데코레이션을 매일의 식탁에 응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식이 필요할까. 테이블 세팅 디자이너들은 꽃꽂이에 대한 기본을 갖추면 유리하다고 말한다. 흔히 식탁 중앙에 놓는 센터피스(Centerpiece), 그릇, 커틀러리(Cutlery·포크와 나이프 등의 식사도구를 총칭), 테이블보를 테이블 세팅의 기본 요소로 꼽는데 이중 센터피스로 장식하는 꽃이 식탁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 그러나 전문적인 실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고 상차림에 대한 센스를 갖춘 사람이면 어렵지 않게 테이블 세팅을 할 수 있다고.

식탁과 美의 만남 ‘테이블 데코레이션’
테이블 세팅 디자이너인 김경미씨는 쉽게 테이블 데코레이션을 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알려준다. “테이블보는 비싼 기성품을 사지 말고 시장에서 예쁜 감을 떠다 가장자리를 재봉틀로 마무리하면 간단하게 만들 수 있어요. 여러 색상으로 테이블보를 만들어 두었다가 계절이나 그날의 음식에 맞게 그때그때 바꾸어 깔면 멋진 식탁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김씨는 여름에는 마나 리넨, 겨울에는 융 등으로 만든 식탁보를 즐겨 쓴다고.

그릇 역시 테이블 세팅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김씨는 “그릇이나 커틀러리는 그때그때 예쁜 것을 몇 가지씩 사기보다는 전체적인 테이블 세팅을 염두에 두고 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그릇, 커틀러리, 테이블보, 소품 순으로 구입해야 사놓기만 하고 못 쓰는 부엌용품의 수를 줄일 수 있다. 또 그릇과 커틀러리는 무늬가 화려한 것보다는 간결하고 무늬 없는 종류를 선택해야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기가 쉽다.

삶이 윤택해지면서 사람들은 다만 맛있게 먹는 것에만 집착했던 수준을 벗어나 멋진 분위기에서 예쁜 음식을 먹기를 원한다. 즉 미각이 아닌 오감으로 먹는 풍토가 일반화되어가는 것이다. 이 같은 세태를 반영한 테이블 데코레이션은 이제 주부들의 취미 수준에서 벗어나 21세기의 새로운 직업으로 탄생하고 있다.





주간동아 379호 (p78~79)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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