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1

..

집터 좋기로는 鄭·李·盧 順

풍수연구가 박민찬씨가 본 대선후보의 집… “정후보 집 유명 지관 동원한 듯 흠잡을 곳 없어”

  •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입력2002-11-20 15:2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음택(陰宅)이나 생가 못지않게 현재 살고 있는 집터 또한 정치인들의 운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풍수 논리다. 풍수연구가들은 좋은 집에 살면 그만큼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고, 흉한 집에 살면 액운을 면치 못한다고 본다.

    집터와 운명을 결부시키는 ‘양택(陽宅) 풍수론’에서 볼 때, 유력한 대선후보 세 명이 공교롭게도 모두 서울 종로구에 산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강남의 타워팰리스 등 신흥 부촌들이 부각되고 있지만 대선주자들은 그에 아랑곳없이 ‘권력의 핵’인 청와대에 가까운 곳에 터를 잡고 있는 것.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가회동 빌라로 구설에 오르자 5월 옥인동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해 살고 있고,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1998년 종로 보궐선거를 위해 여의도 아파트에서 명륜동 빌라로 옮겨온 뒤 지금까지 살고 있다.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는 95년부터 고급 주택단지인 평창동에 살고 있다. 모두 청와대가 자리한 북악산과 인왕산의 지맥이 닿아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이후보 집은 좌청룡 없지만 우백호 뚜렷

    집터 좋기로는 鄭·李·盧  順

    인왕산 줄기를 안산으로 삼고 있는 이회창 후보의 집.

    우리 정치사에서는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더 좋은 명당 터 기운을 받기 위해 일부러 새 집을 구하려 애쓴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전·현직 대통령 가운데 집터의 덕을 톡톡히 본 경우는 단연 김대중 대통령. 김대통령은 97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정치 역정이 고스란히 담긴 동교동 자택을 떠나 일산으로 이사했다. ‘왕기(王氣)’가 서려 있다는 한 지관의 적극적인 추천에 따른 것이었다는 후문. 이 때문에 김대통령 당선 이후 한때 일산 집은 풍수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답사 코스가 되는 등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또 지난해 집을 옮긴 여당의 한 유력 정치인은 당시 살고 있던 집터에 액운이 끼여 있다는 유명 역술인의 말을 듣고 부랴부랴 이사를 결행했다는 풍문도 돌았다.

    그렇다면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유력 대선후보 세 사람의 집은 어떨까. 풍수지리를 연구하면서도 각종 강연에서 화장을 적극 권장하는 박민찬씨(풍수지리 신안계물형학 연구소 소장)와 함께 세 대선후보의 집을 돌아보았다. 박씨는 우리나라 풍수의 비조(鼻祖)로 꼽히는 도선국사의 적통임을 주장하는 지관이다.

    먼저 옥인동 47번지에 자리한 이회창 후보의 집. 대지 106.6평, 건평 59.8평의 3층짜리 단독주택(매입가격 6억5000만원)인 이후보의 집은 언덕길에 비스듬히 자리잡고 있는 형태다. 청와대와 가장 지근 거리에 있는 이후보의 집 좌향(坐向·집이 들어앉은 방향)은 남서 방향. 이 집에서 정면으로 바라보면 멀리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인왕산이 안산(案山) 역할을 해주고 있고, 그 오른편으로는 우뚝 솟은 바위산이 우백호(右白虎)로 받쳐주고 있다. 그러나 좌청룡(左靑龍)이 보이지 않는다는 단점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한 박민찬씨의 풍수적 해석이다.

    “이 집의 남주작(南朱雀), 즉 안산인 인왕산은 원래 바위가 많아 풍수적으로 별로 좋지 않다고 보는데, 이후보 집 앞의 다른 집들이 그 바위들을 가려줘 액운을 피할 수 있다. 다만 좌향이 조금 잘못된 바람에 안산의 기운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게 흠이다. 문제는 좌청룡이 전혀 없다는 점. 양택 풍수에서는 일반적으로 좌청룡이 없거나 보이지 않을 경우 가정이 화목하지 못하다고 본다. 부부나 부모 자식 사이가 틀어지거나 구설수가 들어 가장이 바깥에서 큰일을 하는 데 방해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본래 ‘가화만사성’이라 해서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이루어질 수 있는 법이므로 각별히 가족관계에 신경을 써야 할 터다.”

    박씨는 평소 사이가 좋던 부부가 좌청룡이 없는 집으로 이사한 후 부부 사이에 화목이 깨지고 냉랭한 관계가 된 사례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보 집의 또 다른 특징은, 대문은 북향인데 현관문은 남향이라는 점. 일반적으로 양택 풍수에서 북향은 기가 빠지는 위치고, 남향은 기가 굳세지는 위치라고 한다. 그러니까 한쪽에서는 기(에너지)가 들어오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그 에너지를 잘 보관하지 못하고 흘려 보내는 형상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후보 집의 경우 우백호가 뚜렷하고 집 뒤의 현무(玄武)도 그런대로 튼튼해 명당의 격국(格局)을 일부 갖췄다는 게 박씨의 총평이다.

    집터 좋기로는 鄭·李·盧  順

    남향으로 자리를 잡아 기운을 받는 형세인 노무현 후보의 집(위)은 좌청룡이 발달하지 못하고 흘러내렸다(아래).

    청와대를 중심에 놓고 볼 때 서쪽에 이후보의 자택이 있다면, 그 동쪽으로는 노무현 후보의 명륜동1가 빌라(현대하이츠 빌라)가 자리잡고 있다. 45평 빌라 3층에는 현재 노후보 부부와 자녀 2명이 살고 있는데, 세 후보 중 집의 규모가 가장 작다. 인근에는 노후보의 빌라를 중심으로 연립주택과 일반 주택들이 들어서 있어서 지형상 풍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다만 건물 좌향을 따져볼 경우 동향으로 앉아야 할 빌라 동이 남향으로 지어져 있어서 이회창 후보 집처럼 좌청룡이 발달하지 못하고 흘러내려가 버렸다. 또 집의 뒤를 받쳐주는 현무도 보이지 않는다. 백호만이 그런대로 발달한 편이다. 그러나 건물 좌향은 그렇다 쳐도 정치인이 남향 집에 있으면 자신의 입지가 강해지고 남에게 인정을 받게 되는 장점은 있다.”

    박씨는 건물 지형에 따라 그에 맞는 좌향이 있긴 하지만, 국민의 지지가 생명인 정치인들은 대개 남향 집에 살면서 기를 충족시키는 것이 좋다고 한다.

    “건물 좌향은 우리나라의 운명을 이끌어가는 정부기관들이 특히 고려해야 할 점이다. 국정원이 내곡동 청사로 이전한 뒤 그곳을 감평한 적이 있는데, 분명히 명당 자리이긴 하나 좌향이 잘못 들어선 바람에 가장(국정원장)이 늘 구설에 오르거나 자주 바뀌는 흠이 있다. 실제로 지금 그렇게 되지 않았는가.”

    마지막으로 청와대 북쪽 평창동 고급주택 단지 안에 자리한 정몽준 후보의 집을 찾았다. 정후보의 집은 대지 271평, 건평 175평 규모의 3층짜리 단독주택으로 세 후보 중 가장 큰 규모다. 강남구 신사동 빌라에 살다가 95년 현재의 집을 신축해 이사했다. 그는 최근 기자들에게 자택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인왕산의 ‘큰바위 얼굴’이 보고 싶어 이곳으로 이사했다”고 밝혔다. 실제 정후보의 집은 정남향(子坐午向) 방향으로 지어졌고, 저 멀리 남쪽으로는 인왕산의 웅장한 기세가 ‘안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박민찬씨의 설명.

    집터 좋기로는 鄭·李·盧  順

    평창동 고급주택 단지 안에 자리한 정몽준 후보의 집(위)은 특히 좌청룡인 북악산 줄기에 귀성(아래)이 보여 명예와 부를 보장해준다.

    “정후보 집은 마치 유명 지관을 동원해 지은 듯이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의 기세가 뚜렷하다. 안산인 인왕산의 단점을 가리면서 좋은 점만 보이도록 한 구도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도 좌청룡인 북악산 줄기의 맨 끝 봉우리가 귀성(貴星)인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집에서 이렇게 귀성이 보일 때는 명예와 부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박씨는 또한 집의 좌향이 남향이면서 대문은 동향인 점도 정치인에게는 매우 훌륭한 배치라고 설명했다. ‘ㄷ’자 형태로 들어선 이 같은 집 구조는 정후보의 부인 김영명씨가 직접 디자인했다고 하는데, 이 말대로라면 김영명씨는 웬만한 지관 뺨치는 풍수적 안목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박씨는 세 후보의 집을 양택 풍수론에서 고려해볼 때 정후보의 집은 흠을 잡기 어려울 정도로 기운이 좋은 집이고, 그 다음이 이회창 후보, 노무현 후보 집 순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의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후보단일화 논의를 양택 풍수론으로만 예상해볼 때 정후보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박씨는 이는 어디까지나 건물의 외부 구조만을 고려해서 나온 평가일 뿐, 정치인들의 운에는 본인과 부인의 사주 운, 조상의 묏자리, 생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므로 함부로 속단할 수는 없다는 조건을 달았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