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9

2002.08.29

‘뛰는’ 이세돌, ‘나는’ 이창호

이창호 9단(백) : 이세돌 3단(흑)

  • < 정용진 / 바둑평론가>

    입력2004-10-04 14: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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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뛰는’ 이세돌, ‘나는’ 이창호
    아직은 이창호가 한 수 위였다. 제36기 왕위전 도전기에서 천하무적 이창호 9단과 풀세트 접전을 벌이며 일진일퇴 공방을 벌였던 이세돌 3단이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3대 2로 주저앉았다. 최근 후지쓰배를 석권하면서 반상 월드스타로 떠오른 이세돌 3단에게 내친김에 왕위 타이틀까지 정복, 세대교체의 기치를 올려주기를 학수고대했으나, 이창호 9단은 역시 ‘철의 수문장’이었다.

    관록의 승리였다. 마지막 5국, 단판 승부로 타이틀 향방이 결정되는 절박한 순간에서 이창호 9단은 뜻밖에도 초반 정석 과정에서 신수를 구사하며 과감한 중앙 대세력 작전을 들고 나오는 기백을 보였다. 이세돌 3단의 기풍은 먼저 최대한 실리를 빨아들인 뒤 능기인 백병전을 벌여 상대의 집을 깨는 것이 특기.

    그러나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過猶不及)고 했다. 자기 꾀에 자기가 빠진다고, 지나친 실리 밝힘증이 문제였다.

    ‘뛰는’ 이세돌, ‘나는’ 이창호
    백1로 중앙을 최대한 부풀렸을 때 흑2ㆍ4로 바깥에서부터 백진을 견제한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이 긴박한 승부의 기로에서 돌연 손을 돌려 흑6ㆍ8로 하변 집을 챙긴 수순. 백9로 끊기자 가뜩이나 눈덩이처럼 부풀려진 중앙 백진이 그대로 집으로 굳어지고 있다.

    처럼 흑1로 호구자리에 두어 다음 A의 중앙 견제와 B의 상변 확장을 맞보아 나쁘지 않은 바둑이었다. 이 3단은 백9가 온 다음에라도 흑10으로 뛰어들어가 깨면 그만이라는 계산이었지만, 백9의 끊음이 있고 없고는 이후 힘씀에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319수 끝, 백 3집반 승.





    흑백19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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