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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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서 연출가로 신고식

  •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입력2004-10-04 14: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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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배우서 연출가로 신고식
    뮤지컬 무대에서 때아닌 ‘로미오와 줄리엣’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립가무단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현대판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그리고 서울예술단은 창작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중이기 때문이다. 이중 8월25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열리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뮤지컬 배우 유희성이 연출가로 데뷔하는 무대다.

    98년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유희성은 17년 경력을 자랑하는 관록의 뮤지컬 배우. 서울예술단의 뮤지컬 연기 감독이기도 한 그의 연출가 변신은 한 뛰어난 뮤지컬 배우가 제작 스태프로 영역을 넓혔다는 데서 적잖은 의미를 가진다. 배우와는 달리 뮤지컬 제작 인력은 아직 공식적인 양성 경로가 없기 때문. 정작 유희성 자신은 “워낙 이 바닥에서 오래 활동해 왔기 때문에 연출가로 데뷔한다는 특별한 감정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기자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만 푹 빠지면 되지만 연출자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아 골치가 아프기도 합니다. 하지만 완성된 작품을 보며 느끼는 성취감이 크다는 것이 연출자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60여 편의 뮤지컬 무대에 서 온 유희성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고종 역을 맡았던 ‘명성황후’를 꼽는다. “‘명성황후’로 두 번 뉴욕 공연을 갔었습니다. 당시 ‘뉴욕타임스’가 저에 대해 ‘독특한 감성과 파워를 가진 가수’라는 호평을 해주었어요. 아마 브로드웨이 스타일의 배우들과는 좀 다른 점이 있었나봐요. 제가 항상 추구하는 ‘한국적인 뮤지컬 배우’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 같아 정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 원작에 체코 작곡가인 데니악 바르탁이 음악을, 그리고 일본의 스태프들이 무대미술과 조명을 맡은 국제적인 창작뮤지컬이다. “연출자의 입장에서 각각의 캐릭터가 뚜렷하게 부각될 수 있도록 특별히 신경을 썼습니다. 또 르네상스풍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유럽 작곡가에게 청탁을 했지요. 셰익스피어의 원작이 가지고 있는 서정적인 러브스토리의 느낌을 잘 살린 작품이라고 자부합니다.”



    유희성은 이번 작품에 이어 ‘슈퍼스타 예수 그리스도’와 ‘뜬쇠’를 연출할 예정. “하지만 아직 저는 연출가보다는 배우의 입장에 가까운 모양입니다. 제 소개를 하게 되면 저절로 ‘뮤지컬 배우 유희성입니다’ 하고 말이 나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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