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8월15일 오전 9시 북한 고성항 해금강호텔 앞. 두 줄로 선 각양각색 모터사이클들이 굉음을 내며 금강산을 향해 출발했다. ‘제2회 국제 금강산 모터사이클 투어링 대회’의 시작.
이 대회 진행방식은 단순하다. 국내외 9개국 모터사이클 라이더(운전자)들이 금강산에 모여 모터사이클로 금강산을 ‘질주’하기만 하면 되는 것. 순위를 가리는 것도 아니고, 대회 이름 그대로 ‘투어링’이다. 이 대회는 세 가지 목적에서 창설됐다. 경관 수려한 북한 땅을 모터사이클로 달려본다는 것 자체가 흥미 있다는 점, 남북한 긴장완화와 교류증진이라는 금강산 관광의 의미를 환기시키는 이벤트라는 점, ‘폭주족’으로 대변되는 모터사이클 라이더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시킬 수 있다는 점 등이다. 지난해 1회 대회가 개최됐고, 앞으로 세 번 더 열릴 계획이다.
80km 코스 시속 60km ‘안전운행’
기자는 ‘골드 윙’이라는 모터사이클 뒷좌석에 동승해 투어링에 참여했다. 오전 코스는 고성항~해금강 코스. 금강산 관광객 전용도로를 시속 60km로 ‘안전운행’했다. ‘김정일 장군을 위시한 혁명 수뇌부를 보위하자’ ‘천출명장 김정일 장군’ ‘우리 사회는 위대한 수령 김정일 동지의 혁명정신으로 획일화한다’ ‘우리 식대로 살아나가자’ 등 선전문구들이 도로 주변에 보였다. 참가자 이재환씨는 “그런 문구들은 내가 지금 북한 도로를 오토바이로 달리고 있다는 실감을 들게 하는 것이어서 오히려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상당수 북한 주민들이 서서 모터사이클이 지나가는 것을 지켜봤다.
오후 코스는 온정각 휴게소에서 만물대 입구인 만상정까지. 과연 북한 땅을 모터사이클로 달려본 소감은 어떨까. 유럽에서 온 한 라이더는 “무거운 모터사이클을 싣고 바다를 건너왔는데 투어링 코스가 너무 짧다(too short)”고 말했다. 이번 대회 투어링 코스는 대략 80km 정도. 처음 참가한 윤귀동씨(바이크 매니어클럽 회장)는 “실제로 보니 북한측이 금강산 주변 자연을 원형대로 잘 보존하고 있어 놀랐다. 한국에서 달릴 때 경험하지 못했던 자연과의 일체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대체적 평은 “재미있었다”는 것.
이 대회를 개최한 대한모터사이클연맹은 당초 외국에서 많은 라이더들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국제모터사이클연맹도 대회 취지에 공감, 이례적으로 4만 달러를 지원하는 한편, 적극적으로 세계 각국에 이 대회를 홍보해 줬다. 그러나 서해교전이 발생하면서 이러한 기대는 무너졌다. 일본의 경우 100여명이 참가 신청을 했다가 서해교전 직후 80%가 취소했다. 지난해 첫 대회 참가자는 국내 라이더 중심으로 200여명이었으나, 올해는 93명에 그쳤다. 그러나 신준용 대한모터사이클연맹 회장은 “서해교전에도 불구하고 2회 대회를 예정대로 열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금강산에서 모터사이클을 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이번 대회는 또한 증명했다. 현대 설봉호 배편으로 장비를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참가비가 50여 만원대에 이르고, 이동시간이 꼬박 하루가 걸렸다. 그래서인지 참가한 모터사이클 대부분이 고가. 이번 대회에 가장 많이 참가한 골드 윙 모델의 경우 가격이 2000만~3000만원에 이른다.
대한모터사이클연맹은 내년엔 육로로 금강산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금강산으로 가는 육로만 열린다면 이 대회도 지금과는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일단 참가비가 10만원 안팎으로 크게 내리고, 현재 3박4일인 대회 일정도 1박2일이면 가능해진다. 배로 갈아타지 않고 서울에서 금강산까지 곧장 모터사이클로 질주할 수 있게 된다면 가장 환상적 드라이브 코스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 견해다. 신회장은 “스쿠터, 배달용 오토바이에 이르기까지 참가자가 쇄도할 것이다. 내년에 육로대회가 이뤄지면 연도 수에 맞춰 2003명을 참여시킬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2003년, 서울에서 금강산까지 거대한 모터사이클의 물결이 이어지는 장관을 지켜볼 수 있을까. ‘폭주족’이 평화의 전령으로 바뀔 수 있을까.
이 대회 진행방식은 단순하다. 국내외 9개국 모터사이클 라이더(운전자)들이 금강산에 모여 모터사이클로 금강산을 ‘질주’하기만 하면 되는 것. 순위를 가리는 것도 아니고, 대회 이름 그대로 ‘투어링’이다. 이 대회는 세 가지 목적에서 창설됐다. 경관 수려한 북한 땅을 모터사이클로 달려본다는 것 자체가 흥미 있다는 점, 남북한 긴장완화와 교류증진이라는 금강산 관광의 의미를 환기시키는 이벤트라는 점, ‘폭주족’으로 대변되는 모터사이클 라이더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시킬 수 있다는 점 등이다. 지난해 1회 대회가 개최됐고, 앞으로 세 번 더 열릴 계획이다.
80km 코스 시속 60km ‘안전운행’
기자는 ‘골드 윙’이라는 모터사이클 뒷좌석에 동승해 투어링에 참여했다. 오전 코스는 고성항~해금강 코스. 금강산 관광객 전용도로를 시속 60km로 ‘안전운행’했다. ‘김정일 장군을 위시한 혁명 수뇌부를 보위하자’ ‘천출명장 김정일 장군’ ‘우리 사회는 위대한 수령 김정일 동지의 혁명정신으로 획일화한다’ ‘우리 식대로 살아나가자’ 등 선전문구들이 도로 주변에 보였다. 참가자 이재환씨는 “그런 문구들은 내가 지금 북한 도로를 오토바이로 달리고 있다는 실감을 들게 하는 것이어서 오히려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상당수 북한 주민들이 서서 모터사이클이 지나가는 것을 지켜봤다.
오후 코스는 온정각 휴게소에서 만물대 입구인 만상정까지. 과연 북한 땅을 모터사이클로 달려본 소감은 어떨까. 유럽에서 온 한 라이더는 “무거운 모터사이클을 싣고 바다를 건너왔는데 투어링 코스가 너무 짧다(too short)”고 말했다. 이번 대회 투어링 코스는 대략 80km 정도. 처음 참가한 윤귀동씨(바이크 매니어클럽 회장)는 “실제로 보니 북한측이 금강산 주변 자연을 원형대로 잘 보존하고 있어 놀랐다. 한국에서 달릴 때 경험하지 못했던 자연과의 일체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대체적 평은 “재미있었다”는 것.
이 대회를 개최한 대한모터사이클연맹은 당초 외국에서 많은 라이더들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국제모터사이클연맹도 대회 취지에 공감, 이례적으로 4만 달러를 지원하는 한편, 적극적으로 세계 각국에 이 대회를 홍보해 줬다. 그러나 서해교전이 발생하면서 이러한 기대는 무너졌다. 일본의 경우 100여명이 참가 신청을 했다가 서해교전 직후 80%가 취소했다. 지난해 첫 대회 참가자는 국내 라이더 중심으로 200여명이었으나, 올해는 93명에 그쳤다. 그러나 신준용 대한모터사이클연맹 회장은 “서해교전에도 불구하고 2회 대회를 예정대로 열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금강산에서 모터사이클을 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이번 대회는 또한 증명했다. 현대 설봉호 배편으로 장비를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참가비가 50여 만원대에 이르고, 이동시간이 꼬박 하루가 걸렸다. 그래서인지 참가한 모터사이클 대부분이 고가. 이번 대회에 가장 많이 참가한 골드 윙 모델의 경우 가격이 2000만~3000만원에 이른다.
대한모터사이클연맹은 내년엔 육로로 금강산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금강산으로 가는 육로만 열린다면 이 대회도 지금과는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일단 참가비가 10만원 안팎으로 크게 내리고, 현재 3박4일인 대회 일정도 1박2일이면 가능해진다. 배로 갈아타지 않고 서울에서 금강산까지 곧장 모터사이클로 질주할 수 있게 된다면 가장 환상적 드라이브 코스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 견해다. 신회장은 “스쿠터, 배달용 오토바이에 이르기까지 참가자가 쇄도할 것이다. 내년에 육로대회가 이뤄지면 연도 수에 맞춰 2003명을 참여시킬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2003년, 서울에서 금강산까지 거대한 모터사이클의 물결이 이어지는 장관을 지켜볼 수 있을까. ‘폭주족’이 평화의 전령으로 바뀔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