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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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명! CO2를 제거하라

‘교토의정서’ 대비 온실가스 감축 발등의 불… 숲 가꾸기·탄소배출권 구입 등 대책 마련 안간힘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입력2004-10-04 13: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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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명! CO2를 제거하라
    ”자동차를 새로 구입하기 전에 1에이커(약 1200평)의 숲을 구입했다는 증명서를 가져오시오.” “이산화탄소 1kg을 줄일 때마다 500원씩 드립니다.” 이미 현실이 되었거나 머지않아 현실이 될지도 모르는 이야기다.

    자동차 한 대가 1년간 내뿜는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하려면 1에이커의 숲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구상의 자동차 수만큼 숲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탄소세가 등장할 수도 있다.

    ‘이산화탄소 1kg당 500원’은 2008년부터 1990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6% 감축의무를 지고 있는 일본 정부에서 나온 아이디어. 일본 환경성은 온실가스 감축의 일환으로 내년부터 이산화탄소 감축 1kg당 50엔을 지급하는 ‘기후포인트제도’를 발표했다. 바야흐로 지구촌 곳곳에서 온실가스 감축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

    지난해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20세기 들어 지구의 평균기온이 0.6℃ 상승했고, 2100년에는 1990년 대비 1.4~5.8℃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100년 후 해수면은 최대 88cm까지 올라간다. 현재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것이 온실가스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국제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된 이래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으로 감축하기 위해 공동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등 6종인데 이산화탄소의 비중이 80% 이상이어서 온실가스 감축은 곧 이산화탄소 감축이나 마찬가지.

    특명! CO2를 제거하라
    각국의 자발적인 노력만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국가별로 감축 목표를 명시하고, 보다 효율적인 감축 방법을 제시한 것이 87년 작성된 교토의정서다. 올해 교토의정서가 공식 발효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 불참을 선언했고 호주와 뉴질랜드가 잇따라 비준을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그러나 143년 만의 최고 기온, 150년 만의 홍수 등 기상이변으로 고통받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지구 온난화 방지에 미온적인 미국을 맹렬히 비난하고 있어, 미국도 더 이상 뒷짐지고 있기는 어렵게 됐다.



    현재 국회 통과만 남아 있는 한국 역시 의무감축 시기 연기에만 집착하지 말고 본격적으로 교토의정서 체제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 황진택 연구위원은 “기후협약과 국가의무부담 시점이 10년의 차가 있으니 10년 늦게 준비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정부가 말하는 2018년이 아니라 2013년부터 조기감축에 들어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 자원순환형, 자원절약형 사회로 가는 21세기 경영 화두는 기후변화협약에서 출발했으며, 온실가스 감축은 바로 ‘21세기 기업 경영의 면허증’이라고 강조했다.

    면허증을 따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 사용 등 청정기술 개발과 에너지 절약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점차 자국 내 감축에 그치지 않고 국가간 거래를 통해 지구 온실가스의 총량을 줄이려는 노력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명! CO2를 제거하라
    교토메커니즘이라 불리는 교토의정서 체제는 지구의 온실가스 총량을 줄이는 데 최종 목표를 두고, 국가간 배출권 거래를 허용(상자기사 참조)했다. 또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광합성을 하는 산림의 기능을 인정해 주는 ‘흡수원’(sink) 개념도 도입했다.

    ㈜한솔포렘은 요즘 이산화탄소 국제 시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찍이 안정적인 원목 공급을 위해 실시해 왔던 해외조림사업이 탄소 흡수원으로 새로운 재산 가치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93년부터 호주에 2만ha의 조림지를 가꾸었고, 96년 추가로 뉴질랜드에 1만ha를 조성했다. 현재 t당 미화 1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 이산화탄소의 국제 시세에 비추어 연간 약 36억원 이상의 가치를 확보했다. 물론 나무 한 그루 베지 않고 매년 얻을 수 있는 이익이다. 한솔포렘 기획실 해외조림사업 담당 송병희씨는 “호주가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고 한국의 참여가 늦어져 당장 거래를 성사시킬 수는 없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탄소 시세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전망이 밝다”고 했다.

    해외조림은 목재도 얻고 탄소 배출권도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사업. 지난 3월 기후변화협약대책위가 작성한 ‘2차 종합대책안’을 보면 온실가스 감축 방법으로 숲 가꾸기, 해외조림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현재 해외조림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한솔포렘 외에 동해펄프(중국), 국제산지개발 (인도네시아), 이건산업(솔로몬), 세양코스모(베트남) 등 5곳. 산림청은 2050년까지 해외조림 100만ha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 황폐화된 북한 산림(18%) 복구와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중국에 조림사업을 해주고 대신 한국이 탄소 배출권을 확보하는 방법도 있다.

    특명! CO2를 제거하라
    해외조림사업에 적극적인 곳은 석유, 자동차, 전력회사 등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큰 기업들이다. 지난해 일본 코스모 석유사가 호주로부터 5100ha의 조림지로 흡수할 만큼의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구입했다. 약 6억원의 권리금에다 100만t까지는 t당 1만원, 그 이상은 구입 당시 시세에 따른다는 조건이다. 그 밖에 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직접 호주에 1만1000ha의 숲을 가꾸고 있고, 도쿄전력청이 4만ha, 영국 브리티시 페트롤륨사(BP)도 호주에서 수백ha를 확보했다.

    지난 4월2일 영국 런던에서는 세계 최초의 온실가스 거래시장이 열렸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기업간 거래가 이루어져 왔으나 이처럼 세계적인 기업들이 참가해 온실가스를 사고파는 시장이 열린 것은 처음이다. 이 시장에 참가하는 방법은 두 가지. 첫째, 향후 5년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00만t 이상 줄이기로 약속하고 그 이상 감축하면 영국 정부로부터 1t당 약 75달러(실제 거래가격의 7배 이상)의 장려금을 받는다. 둘째, 기업 사정에 따라 감축분을 약속하고 그 이상 줄이면 기후변화 세금을 환불 받고,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는 다른 기업으로부터 그만큼의 배출권을 구입한다. 정부가 온실가스 실거래 가격보다 훨씬 많은 장려금을 지급하는 일종의 ‘환경보호사업’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차츰 거래가 활발해지면 국제유가 변동만큼 온실가스 시세도 국제적인 뉴스가 될 것이다.

    일본에서는 올 가을부터 탄소 배출권 거래시장을 열며 유럽연합은 2005년부터 정부 장려금 지급이 아닌 본격적인 배출권 거래를 시작할 계획이다. 교토의정서를 거부한 미국에서도 오래 전부터 기업들끼리 아황산가스와 질소산화물의 배출권을 사고 팔아왔다.

    한국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당장 거래를 하는 것은 아니고 전력산업을 중심으로 거래시장 개설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주력할 계획. 에너지관리공단 기후변화협약대책단의 노종환 단장은 “이산화탄소 거래는 정부의 강제보다는 기업들 스스로 감축 목표를 정해 자발적으로 사고 파는 행위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에는 배출량과 감축량을 투명하게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 온실가스 거래의 기준이 될 정확한 크레디트 측정을 위해 ‘온실가스 레지스트리 시스템(등록과 인증)’을 구축중”이라고 한다.

    “온실가스 감축의무는 각 국가에 부여됐지만 실제 감축 활동은 기업이 한다. 책임을 가진 자와 행위자가 다르다는 모순 때문에 적극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저감활동으로 확보한 크레디트를 국가가 경매를 통해 구입하는 거래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노종환)

    1차 의무감축 기간 개시(2008년)가 가까워오면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머리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월 독일 본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부속기구회의’는 청정에너지를 크레디트로 인정해 달라는 캐나다의 요구로 논쟁이 벌어졌다. 즉 캐나다가 미국에 전력(수력발전과 천연가스로 생산)을 수출하지 않아 미국이 화석연료로 전력을 생산하게 되면 다량의 온실가스를 발생하게 되므로 그 부분을 크레디트(연 7000만t)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 이에 대해 EU(유럽연합)측은 “상업적 거래까지 모두 인정한다면 지구 전체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앞으로 온실가스 배출권 인정 범위를 놓고 각국의 이해득실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온실가스 배출과 관계가 없는 보험회사 스위스 리사도 업무상 비중이 높은 해외출장과 에너지 소비를 연계한 시스템을 마련해 온실가스 관리에 나섰다. 즉 사원들의 출장 행선지와 단위당 비용 및 여행 거리를 모두 계산해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의식을 높일 뿐 아니라 경영개선에 활용하고 있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가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 ‘CO2를 잡아라’는 “기후변화협약이 마케팅, 규제, 무역장벽, 프로젝트 투자 등 거의 전 경제활동에 지배적인 경영기준으로 등장하고 있다”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에너지 다소비 사업장만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기업의 제품이 매립장에서 메탄가스로 변할 때, 종업원이 공무상 출장 또는 출퇴근할 때의 에너지 사용, 외주작업을 많이 주는 위탁생산, 한밤중보다 낮에 전력을 많이 쓰는 기업도 모두 직·간접적으로 기후변화협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변화협약을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홍수, 가뭄, 대규모 산불 등 지구적 기상이변의 책임을 우리가 고스란히 져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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