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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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특명! 항공사 마일리지 소진 작전

잠재적 부채 인식 ‘누적될수록 부담’ … 세계적으로 600조원어치 쌓여

  • < 구미화 기자 >mhkoo@donga.com

    입력2004-10-13 10: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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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급 특명! 항공사 마일리지 소진 작전
    적립된 마일리지로 초음속 콩코드기를 타고 여름 휴가를 떠나볼까?

    누적된 마일리지를 활용할 수 있는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고객들은 이제 이런 꿈을 꾸는 게 가능해졌다. 에어프랑스사가 8월30일까지 16만 마일의 마일리지를 적립하면 파리와 뉴욕을 초음속 항공기인 콩코드기로 왕복할 수 있는 항공권 두 장을 제공하기로 했기 때문. 에어프랑스는 아울러 마일리지를 이용해 파리 상공을 비행하며 관광할 수 있는 헬리콥터 이용권과 세계 3700여개 호텔 숙박권도 제공한다.

    회사마다 소진 방안 짜내기 안간힘

    급기야 올해 초 미국 항공사 US에어웨이는 1000만 마일을 적립하면 2004년으로 예정된 우주선의 좌석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획기적인 발상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항공권 이외의 보너스 상품을 내놓고 있다. 캐세이패시픽은 홍콩과 마카오를 헬리콥터로 비행할 수 있도록 했다. 노스웨스트 항공은 올 가을부터 누적된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구입하고 부족한 부분을 현금으로 계산할 수 있는 ‘캐시 앤드 마일리지’(cash&mileage)를 도입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를 이용해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KAL호텔, 미국 LA 월셔 그랜드호텔 등 직영 호텔에 투숙할 수 있도록 했다.

    항공사들이 이처럼 마일리지 활용 상품을 내놓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마일리지를 소진시켜야 하기 때문. 여객기를 이용한 고객에게 해당 항공사에서 탑승구간에 따라 제공하는 마일리지는 누적하면 무료 항공권이나 좌석 등급을 한 단계 높여주는 등 혜택을 누릴 수 있어 고객은 보너스를 받는 셈이지만 항공사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갚아야 할 빚이나 다름없다. 이미 해외 항공사들이 마일리지를 잠재적인 부채로 여기고 있고, 국내 항공사도 2000년부터 마일리지 충당금을 마련해 예상되는 손실에 대비하고 있는 것은 마일리지에 대한 항공사의 부담감이 심각하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때문에 국내외 항공사들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마일리지 적립 회원을 늘리는 한편, 마일리지를 소진시키는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긴급 특명! 항공사 마일리지 소진 작전
    그러나 문제는 추가부담 없이 마일리지를 소진시킬 수 있는 상품 개발이 쉽지 않다는 점. 심지어 대한항공의 경우 직원들의 진급시험에 ‘마일리지를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제공하라’는 문제를 출제하는 등 마일리지 소진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눈길을 확 끌 만한 아이디어는 없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귀띔.

    항공사들이 이처럼 마일리지 활용 상품을 개발하고 있지만 정작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는 보너스 항공권. 대한항공 오택남 차장은 “항공권 이외의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자사에서 추가부담이 없는 항공권과 달리 호텔 숙박권 등은 현찰 추가부담이 있어 공제마일이 늘어나 계산이 빠른 고객들은 항공권을 고집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국내선 왕복 항공권을 이용할 때 1만 마일을 공제하는 데 반해 호텔 하루 숙박권은 1만2000마일을 공제하고 있다.

    마일리지 고객들의 관심이 항공권으로 집중되다 보니 성수기가 되면 마일리지 고객과 항공사 직원들 간의 실랑이가 끊이질 않는다. 항공사에서 성수기 사용 제한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회원가입 안내서에는 ‘성수기 기간중 보너스 이용 제한’ 항목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좌석 수를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 설, 추석, 여름휴가철, 연말 등 성수기에 한해 무료 항공권 및 좌석승급 보너스를 받을 경우 평소보다 공제되는 마일리지가 늘어난다는 것을 명시할 뿐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도 “좌석에 여유가 있을 때만 보너스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말해 결국 항공사마다 표현은 다르지만 마일리지로 제공받을 수 있는 좌석의 한계를 명확히 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냈다.

    최근까지 국내 항공사에서 근무한 A씨는 “마일리지 총량이 상당한 고객들도 많지만 성수기에는 예약 명단에 넣어주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며 “마일리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좌석 수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담당자의 재량에 달려 있어 탑승률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대한항공 오택남 차장은 “보너스 승객을 위한 좌석을 따로 준비해 두고 있는 만큼 수개월 전에 문의하면 성수기에도 이용이 가능하지만, 수요가 집중되는 성수기에는 일반 고객도 좌석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을 고려할 때 비수기에 마일리지를 활용하면 더 좋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지 최신호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세계 항공사들의 누적 마일은 8조5000억 마일에 이르고,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5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600조원에 달한다. 3, 4년 전부터 각 항공사들이 각종 신용카드사, 호텔, 렌터카 업체 등과 제휴해 지상에서도 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도록 하면서 누적 마일리지 총액이 급격히 불어난 결과다.

    국내 항공사들의 경우는 어떨까. 국내 양 항공사는 누적 마일리지를 대외비로 분류하고 있다면서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난 84년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한 대한항공은 890만명, 89년에 마일리지 서비스를 시작한 아시아나항공은 805만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상태여서 상당한 수준일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에어프랑스(450만명), 캐세이패시픽(130만명) 등 외국 항공사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누적된 마일리지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자 대한항공은 2000년에 200억원 정도였던 마일리지 충당금을 2001년에는 470억으로 늘렸다. 아시아나항공도 같은 기간 54억에서 62억으로 늘어났다.

    외국 항공사들의 회원이 국내 항공사에 비해 적은 것은 마일리지 부담을 가능한 한 줄이려는 차원에서 철저한 회원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 이들 항공사들은 신규 회원을 늘리기보다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우량고객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에어프랑스를 비롯해 대부분의 외국 항공사들이 3년 이상 자사 여객기를 이용하지 않으면 그동안 쌓은 마일리지가 소멸되는 유효기간을 두고 있다. 이와 달리 국내 항공사들은 마일리지가 평생 개념으로 누적된다. 항공사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소유욕이 강한 국민 정서를 반영할 때 임의적으로 유효기간을 두고 마일리지를 소멸시키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물론 항공사가 마일리지 부담에서 빠져나갈 구멍은 있다. 상당수 항공사들이 마일리지를 법적인 의무사항으로 명시하지 않은 만큼 임의로 내용을 바꿀 수 있기 때문. 일부 항공사들이 마일리지 적립 기회를 크게 늘리면서도 마땅한 활용법을 내놓지 않는 것은 ‘보너스일 뿐, 반드시 보상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배짱이 작용한 결과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귀띔.

    전문가들은 이런 점에서 마일리지를 되도록 빨리 사용하라고 권한다. 이코노미스트지도 “항공사들이 제휴사를 늘리면서 최근 5년간 누적된 마일리지의 합계가 두 배로 늘었지만, 고객들이 사용한 마일리지는 같은 기간중에 33% 정도 증가하는 데 그쳤다”며 “폭증하는 마일리지를 견디지 못한 항공사들이 마일리지 사용 조건을 상향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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