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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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이웃들의 벗, 영원히 잠들다

  •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입력2004-10-12 15: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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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외된 이웃들의 벗, 영원히 잠들다
    지난 5월30일 79세를 일기로 타계한 이우정 민주당 상임고문은 평생 나누는 삶을 실천했던 여성노동운동의 대모였다. 독신으로 산 이고문의 빈소를 지킨 이연숙 한나라당 의원은 이고문을 가리켜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실 줄 모르던 분”이라고 말했다.

    이우정 고문은 신소설 ‘자유종’을 쓴 고 이해조씨의 친손녀다. 넉넉한 가정에서 자라 경기고녀(현 경기여고)를 거쳐 캐나다 엠마누엘대학에 유학했던 이 고문은 1953년 한신대 교수로 부임한 후 억눌린 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해방신학을 접하며 일대 전환기를 맞는다. 이고문은 생전에 “해방신학을 알게 된 것은 인생의 최대 전환점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 후 70년 한신대 교내 분쟁으로 교수직을 사퇴한 이고문은 여성노동운동과 기독교 인권운동에 투신한다. 기생관광 근절운동을 주도하던 중 ‘기생관광도 애국’이라고 회유하는 당시 문공부 국장에게 “그러면 선생 딸부터 관광기생을 만드시오”라고 호통친 것은 유명한 일화다. 86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을 창설해 권인숙 성고문 사건을 파헤친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고문은 92년 70세의 나이로 민주당 전국구 의원(14대)이 되어 박영숙 신낙균 장영신 등과 함께 현 정권의 대표적인 여성계 인사로 떠올랐다.

    이고문과 김대중 대통령의 인연은 지난 76년의 ‘3·1 민주구국사건’(일명 명동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명동사건은 76년 3월1일 명동성당에서 신구교의 합동예배를 마친 후 이고문이 등단해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민주구국선언’을 낭독한 사건이다. 당시 이 사건에는 함석헌 김대중 윤보선 문익환 안병무 등 내로라하는 재야인사들이 모두 연루되었다.



    이고문은 정치권에 진입한 90년대 들어서는 남북문제로 관심을 돌렸다. 자신이 만든 평화단체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를 통해 북한 어린이에게 1억5000만원어치의 분유를 보내기도 했다.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쓸모가 있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이 고문은 각막을 서울대병원에 기증함으로써 마지막 순간까지 나누는 삶을 실천하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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