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8

2002.06.13

‘민망스러운’ 박정훈의 민주당 컴백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4-10-11 15: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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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망스러운’ 박정훈의 민주당 컴백
    박정훈 전 민주당 의원의 부인 김재옥씨는 지난해 12월 “대우 김우중 전 회장이 돈이 담긴 사과상자를 우리 집으로 보내면 김홍일씨측이 밤에 찾아갔다. 돈 상자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파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다음날 박 전 의원은 “김 전 회장이 1988년 김의원에게 전달한 정치자금은 7억~8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박 전 의원 부부의 말은 ‘해당(害黨)행위’로 보일 법했고, 대통령과 대통령 아들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기도 했다. 민주당에서 박 전 의원은 ‘자살골 넣은 선수’와 같았다. 16대 총선 직전 김상현계로 분류되던 박 전 의원은 공천에서 탈락했다. 절치부심하던 박 전 의원은 이 설화(舌禍) 탓에 ‘계속’ 백의종군 상태로 남았다.

    그런 박 전 의원이 5월29일 지방선거 대책본부 상황실장에 임명돼 당직에 ‘컴백’했다. 박 전 의원은 처음엔 “이호웅 조직위원장이 추천했다”고 한 뒤 “김상현씨 권유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도 나의 복귀를 껄끄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선 나부터 좀 민망스럽다”고도 말했다. 6월1일 회의에서 박 전 의원은 노무현 후보에게 “복귀했습니다”고 인사하며 당무를 시작했다.

    민주당에선 “김대중 대통령이 탈당했다는 사실이 실감난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대통령과 그의 아들이자 당내 실세였던 김홍일 의원을 궁지로 몰아넣었던 인물에게 선거요직을 맡기는 상황은 대통령 탈당 이전엔 상상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혔을 박 전 의원이 슬그머니 당직에 ‘연착륙’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단지 김상현씨 추천만으로 가능했을까. 이와 관련해 제2, 제3의 ‘박정훈 부부 파일’의 존재 여부가 새삼스레 관심사안으로 떠올랐다. 대우 이사 출신으로 김우중 전 회장의 정치자금을 현 여권세력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던 그의 경력과 연결하는 시각도 있다. 정치권에선 “양대 선거를 앞둔 입막음용 아니냐”는 노골적인 말도 나왔다. 박 전 의원은 “김우중 전 회장에 대해 정보가 완전 두절된 상태다. 과거 지방선거 상황실장을 맡았던 경력이 고려된 듯하다”면서 이런 시각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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