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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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작가’ 화려한 데뷔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입력2004-11-01 17: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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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깎이 작가’ 화려한 데뷔
    2002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으로 막 문단에 얼굴을 내민 신현수씨(41)는 ‘안’이 아니라 ‘밖’을 선택했다. 최근 젊은 작가들이 고치 속의 고립을 즐기고 있다면 신현수씨는 재미없는 현실에 눈을 돌린 것이다.

    당선작 ‘끝이 없는 길은 없다’(동아일보사 펴냄)는 두 아이를 둔 이혼녀 채은오가 구조조정 와중에 남녀차별 관행을 거부하고 투쟁하는 과정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진보적인 여성잡지 ‘여성중심’에서 청춘을 불사른 대가로 차장까지 오른 채은오는 IMF 외환위기 때 부당 전직과 명예퇴직을 종용받는 처지가 된다. 희생자는 5명의 여직원. 부당한 구조조정이 매스컴에 알려지면서 원상복귀에는 성공하지만, 여성들은 결국 보이지 않는 적개심 앞에 굴복한다.

    페미니즘 운동이 이 소설의 목적이었다면 주인공이 제 발로 회사를 나온다는 결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끝까지 의연하게 자리를 지켰어야 옳다. 그러나 작가는 출근 마지막 날 사람들에게 쓸쓸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자줏빛 꽃무늬 원피스를 골라 입는 솔직한 주인공을 내세웠다. ‘국민일보’와 ‘교육신문’에서 15년 가까운 기자 생활을 하고, 방송작가로도 활동한 적 있는 작가에게 사표와 꽃무늬 원피스야말로 현실이었던 것이다.

    “은오는 이 땅에서 월급 봉투나 자기 실현, 혹은 그 무엇인가를 위해 일하는 모든 여성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은오는 나이거나 당신이거나 당신의 아내이거나 누이, 그리고 애인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작가에게 이번 소설에서 자전적 요소가 얼마나 많은지 따위의 질문을 하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다.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주인공은 우리 주위에 널려 있다. 두 아이의 엄마로 뒤늦게 작품활동을 시작해 첫 장편소설이 ‘여성동아’ 공모에 당선된 것이 행운만은 아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말하기 싫은 현실을 소설로 표현해 낸 작가정신의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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