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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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건설 회생 정부 손에 달렸다?

소액주주 주총 인가로 구경영진 복귀 확실시 … 공적자금 투입 은행 동의해야 강제화의 가능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4-11-01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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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건설 회생 정부 손에 달렸다?
    지난해 파산한 동아건설 소액주주들이 4월19일 구 경영진 복귀를 위한 주주총회를 계기로 동아건설 회생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동아건설 노조와 함께 최원석 전 회장 복귀운동을 벌여온 소액주주모임(대표 최준영)측은 동아건설 총 주식의 25%가 넘는 1050만주의 주식을 위임받아 법원으로부터 주총을 개최할 수 있도록 인가받은 바 있다.

    게다가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이 지난해 말 중국 정부의 초청을 받아 중국 수리부(水利部)를 방문해 총 84조원 규모의 남수북조 대수로 사업 수주 관련 협의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동아건설 회생 여부는 더욱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 남수북조 대수로 사업은 베이징, 톈진 등 북부 지역 주요 도시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쯔강의 물을 북부 지역으로 끌어올리는 대역사. 베이징과 단장커우(丹江口)를 잇는 1차 사업만 해도 길이가 1246km에 이를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사다.

    중국 정부는 지난 96년부터 이 사업의 국제입찰을 위해 시공 능력을 가진 몇몇 업체와 접촉해 왔으나 예산 문제 등 자체 일정 때문에 일정이 지연되다 지난해 리비아 대수로 공사 경험을 가진 동아건설측에 중국 방문을 제의해 왔다는 것. 따라서 중국 정부가 이 대수로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전에 동아건설의 회생 방안이 마련된다면 동아건설이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동아건설 회생 정부 손에 달렸다?
    동아건설의 경우 소액주주들의 요구로 주주총회 개최가 확정된 이상 주총에서 최회장을 포함한 구 경영진이 복귀하는 것은 거의 확실시된다. 주주들이 추천한 4명의 상임이사는 최원석 전 회장, 이창복 전 사장, 이용업 대한건설협회 전 회원이사, 박광빈 변호사 등이다. 이용업 건설협회 전 이사는 최원석 회장이 건설협회장을 지낼 당시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건설 주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원석 전 회장은 지난해 중국 대수로 공사건으로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이후 그동안의 칩거에 가까운 생활을 털어버리고 회사 회생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리비아에서 급거 귀국해 법정관리 직전 동아건설의 ‘마지막 선장’을 맡았던 이창복 전 사장 역시 주총에서 이사 승인이 날 경우 매일 사옥으로 출근해 회사 회생 프로그램을 챙기겠다며 강한 의욕을 과시하고 있다. 이 전 사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현재와 같은 임시이사 체제 아래서는 누구도 책임의식을 갖고 회생 방안을 고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사장은 또 “건설업체는 아무리 재무상황이 개선되더라도 수주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망하는 것인데 최 전 회장만큼 수주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직 없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



    그러나 최회장측은 아직까지 소액주주모임의 주총 움직임과 자신에 대한 재추대 움직임에 대해서는 ‘고맙다’는 의견만 표시했을 뿐 구체적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소액주주모임 최준영 대표는 “세간의 오해를 받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일부러 최회장측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건설 회생 정부 손에 달렸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채권단의 입장이다. 동아건설이 회생 단계로 들어서려면 강제화의 방식을 통해 파산절차를 중단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총 채권액 중 75% 이상의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동아건설 노조와 구 경영진측은 상임이사 선임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채권단을 돌면서 회생 방안에 대해 은행들을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동아건설측은 회사를 파산처리하기에는 재정 형편이 매우 건실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 근거로는 법정관리 개시 당시 104개이던 현장이 준공완료 등으로 꾸준히 줄어들었으나 아직도 71개나 되는 공사 현장이 있고 공사대금 등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지 않느냐는 점을 강조한다. 동아건설 이창복 전 사장은 “대부분 파산 기업의 배당률이 1%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14%라는 동아건설의 예상 배당률은 획기적인 규모”라고 말했다. 그는 또 “채권은행들도 이미 대손충당금을 모두 쌓은 만큼 더 이상 손해볼 것은 없지 않느냐”고 말해 회생 쪽으로 방향을 틀어주면 더 큰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채권 금융기관들도 파산 기업치고 높은 배당률을 제시하고 있다는 데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채권자 집회에서 파산관재인이 5% 정도를 제시한 점을 감안할 때 배당률이 10%는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전 회장 복귀 문제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 채권은행 관계자는 “최 전 회장이 복귀하면 모든 게 다 풀릴 듯한 분위기인데 그는 이미 신뢰를 상실한 경영인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동아건설 채권은행 중 한빛, 외환은행을 비롯해 서울보증보험 등 주요 금융기관들이 모두 정부의 공적자금을 투입받은 은행이어서 동아건설 회생 여부에는 사실상 정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고 채권액 중 약 18%를 차지하는 최대 채권 금융기관 또한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다. KAMCO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시중은행의 동아건설 부실채권을 사들임으로써 최대 채권자가 됐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동아건설과 정부가 핫라인을 구축하고 있지도 못할 뿐더러 정권 말기에 정부가 부담을 떠안아가면서까지 확실치 않은 회생 가능성에 도박을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법원의 판단이 어디를 향할지도 미지수. KAMCO 관계자는 “동아측에서 회생 방안과 관련된 제의를 한다면 그때 가서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한편 서울지법 관계자는 “파산절차를 밟고 있던 기업이 이를 중단하고 회생한 경우가 지금까지 한 건도 없어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동아건설 입장으로 보나, 파산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법원 입장으로 보나 주주총회를 계기로 파산 기업을 놓고 쉽지 않은 도박을 벌이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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