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7

2002.03.28

神의 가장 큰 실패작 ‘처녀막’

  • < 곽태일/ 맨파워비뇨기과 원장>

    입력2004-10-22 15: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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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神의 가장 큰 실패작 ‘처녀막’
    남성과 비교했을 때 여성의 신체에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신의 실패작이 하나 있다. 일명 ‘처녀막’이라고 불리는 질내 조직이 바로 그것.

    질 입구를 동그랗게 싸고 있는 유연하고 탄력 있는 이 결제조직은 막으로 형성되어 있고 소혈관이 발달되어 있어 첫 성관계 때 파열되면서 출혈을 동반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상당히 두꺼운 사람이 있는 반면 아주 얇은 사람도 있어 첫 성관계 때 출혈이 거의 없을 수도 있다. 또 꼭 성관계가 아니더라도 승마 같은 과격한 운동으로 파열되는 수도 있다.

    처녀막은 생후 19주쯤 되는 태아의 질에서도 발견되는데 이 사실로 미루어 전문가들은 처녀막을 연약한 태아의 질 속에 불순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만들어진 보호막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신이 조금만 더 여성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더라면 적어도 사춘기 이전에 이 보호막이 저절로 사라지거나 아니면 영원히 사라지지 않게끔 만들었어야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결혼 첫날 밤 처녀막이 파열되면서 남기는 핏자국은 여성의 순결을 상징하는 증거물로 이용됐다. 중국에서는 결혼 초야에 신부의 처녀막에서 나온 핏자국이 묻은 침대보를 동네 사람들에게 흔들어 보여줘야 했고 스페인에서는 아침에 피 묻은 속옷을 창가에 걸고 신랑이 큰 소리로 “내 여자는 처녀였다”고 외쳐야 했다.

    이 같은 악습 때문에 르네상스 시대에도 지금의 ‘처녀막 재생수술’처럼 처녀막을 조작하는 여성들이 종종 있었다. 질내 점막을 좁히는 희한한 약들을 구해 먹는가 하면, 미리 준비한 동물의 피를 성행위 도중 몰래 흘리거나 바늘 같은 침 종류로 자신의 허벅지를 찌르곤 했다.



    이처럼 처녀막을 중시했던 중세와 근대 시대와 달리 고대 시대에는 처녀가 위험한 존재라는 신앙이 퍼져, 수많은 민족 사이에서 처녀를 능욕하는 의식이 행해지기도 했다. 승려가 동물로 분장해 처녀를 빼앗기도 했고 거대한 남근상 위에 처녀를 앉혀 처녀막을 일부러 파열시키는 의식이 공공연하게 치러졌다.

    수천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처녀막으로 고민하는 여성이 적지 않은 것을 보면 처녀막은 신이 여성에게 가한 가장 큰 실수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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