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3

2002.02.28

하나둘 떠나고 … 허주, 진짜 ‘빈 배’ 될라

  •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10-27 17: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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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둘 떠나고 … 허주, 진짜 ‘빈 배’ 될라
    신 3당 합당론이 민주당 일부 세력의 반대로 무산된 이후, 민국당 김윤환 대표(허주)는 자민련과 민국당의 소통합이라도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실패. 허주의 입에서는 한숨소리가 절로 터져나왔다.

    이제 정치권에서는 ‘허주 구상’에 대한 회의론이 쏟아진다. “허주 구상이 발붙이기 어렵게 됐다”는 냉정한 평가도 나온다.

    민국당 인사들도 하나둘 당과 허주 곁을 떠나고 있다. 설 직후에는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이 조용하게 탈당했다. 지난 2월 초에는 김상현 고문이 비밀리에 탈당계를 제출하고, 민주당 복귀설이 나온다. 이미 탈당한 이기택 박찬종 허화평 장기표씨 등 지도부 대부분이 당을 떠난 셈이다.

    20여년간 허주를 보좌했던 황모씨도 지난 2월 초 허주 곁을 떠났다. 그는 허주 재판 문제를 맡고 있던 측근. 오는 2월 말 있을 재판을 앞두고 그가 비운 자리는 적지 않아 보인다. 속이 허전해서일까. 지난 2월 초 허주는 한 중견 언론인과 식사를 하면서 복잡한 속내를 털어 놓았다.

    “(이총재와의 화해도) 하나의 방법 아이가. 그런데 이총재가 진짜 무릎을 꿇고 인간적으로 사과하면 우짜노. 내가 그걸 거절할 수 있겠나.”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측에서 화해 메시지를 전해왔다는 얘기도 했다. 그러나 설을 지난 지금 분위기는 또 다르다. 우선 윤여준 의원의 기획위원장 발탁이 눈에 밟힌다. 그는 2000년 총선 공천 작업을 진두지휘한 주인공. 공천 얘기만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허주로서는 윤의원의 컴백을 고운 눈으로 보기 어렵다.

    대구·경북 지역 내부도 변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당장 허주가 자리를 비운 지난 2년 동안 TK 내부에는 새로운 권력질서가 뿌리를 내렸다. 일부 인사들은 “지금 (허주를) 데려와 어디다 쓰노”라며 눈을 흘긴다.

    2월 초부터 허주는 언론으로부터 사라졌다. 지난 설 연휴 때도 일절 사람을 피했다. 시기를 노리는 것인지, 새로운 구상에 몰두한 것인지, 아니면 모든 것을 포기한 것인지…. 분명한 것은 허주 구상은 현실화하지 못했고 다른 대안을 찾아야 정치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허주로서는 절박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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