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0

2002.01.31

‘손 안 벌리는 정치’ 여성들이 만들어요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입력2004-11-10 14: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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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 안 벌리는 정치’ 여성들이 만들어요
    “정치인은 왜 남에게 손만 벌립니까? 그리고 꼭 돈을 써야 정치가 됩니까? 술 안 먹고 사우나 안 가면 정치할 수 없나요?”

    한국여성정치 서울시연맹 문용자 회장(65)은 한국의 정치풍토 개선을 위해 여성들이 초당적으로 뭉쳐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시연맹 회원들이 1월16일부터 사흘 동안 바자를 연 것은 바로 ‘손 안 벌리는 정치’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7월 서울시연맹 창립 1주년 때는 직접 기념우표를 만들어 팔아 기금을 마련했다. 이렇게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지역 여성정치인을 발굴하고 지도자 교육을 한다.

    40년 넘게 의사로 일해온 문회장이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것은 95년, 서울 강남갑에서 광역의회 의원으로 선출되면서부터다. 당시 문회장은 한나라당 강남갑지구당 부위원장을 맡고 있던 터라 꼭 광역의회에 여성을 진출시키겠다는 각오였다. 그러나 오랫동안 공들인 후보가 마지막 순간 사퇴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대타로 나섰고, 그해 지방선거에서 전국 38명의 여성 시의원 후보 중 유일하게 당선됐다. “광역의회 진출을 통해 의사라는 직능인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었어요. 시의원으로 3년 임기를 무사히 마쳤을 때 이제부터는 초당적 입장에서 여성정치를 구현해 보자고 다짐한 결과가 서울시연맹 창립입니다.”

    한국여성정치 서울시연맹은 여당, 야당, 무소속 가리지 않고 정치에 관심 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참여해 활동의 어려움을 나누고 지도자로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한다. 문회장 자신은 한나라당 소속이지만 적어도 여성의 지방의회 의석 30%(현재 2.4%), 국회 의석 30%(현재 5.9%)의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여성정치인들은 동지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들어 문회장은 지난 100년간 역사를 빛낸 여성들을 발굴하고 재조명하기 위해 ‘여성지도자명감편찬위원회’를 조직하고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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