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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죽했으면 조국을 고소하겠습니까”

납북자가족協 최우영 회장 “정부 상대 소송은 분노의 표출 … 생사확인·송환논의 시급”

  • < 최영철 기자 > ftdog@donga.com

“오죽했으면 조국을 고소하겠습니까”

“오죽했으면 조국을 고소하겠습니까”
북한으로 끌려간 어부 등 납북자 가족대표 12명이 지난 1월16일 국가를 상대로 2억4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정부가 납북자 생사 확인과 송환 문제를 철저히 외면해 헌법상의 행복추구권과 자국민 보호의 의무를 저버렸다는 것이 이번 소송의 주 내용.

청구소송을 이끌고 있는 납북자가족협의회 최우영 회장(32)을 만나 이들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밖에 없었던 사연과 배경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최씨는 지난 87년 피랍된 동진호 어로장 최종석씨(당시 41세)의 딸로, 99년부터 납북자 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다.

-납북된 지 10년이 훨씬 지났는데 갑자기 소송을 내기로 한 이유는?

“남북 정상이 6·15 공동선언을 한 지 꼭 1년7개월이 흘렀다. 당시 박재규 통일부 장관은 비전향 장기수 송환 문제와 함께 납북자 문제를 선언 내용에 포함시켜 줄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협상에서 납북자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오히려 납북자 가족들은 지난해 9월 비전향 장기수가 송환되는 과정에서 화해와 평화 무드를 해치는 걸림돌로 취급받았다. 많은 사람이 참으라고 하며, 갈 사람이 가면 올 사람이 온다고 했지만 결국 우리가 받은 것은 상처뿐이다. 민주화 시대, 화해의 시대에도 우리는 소외받는 사람으로 남았다. 납북자들 사이에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됐고 소송은 우리의 분노를 표현하는 한 형식일 뿐이다.”

-단체에는 50여 가족이 소속돼 있는데 그중 12가족만 소송을 낸 이유는?



“승소가 100%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망설이는 가족들이 많았다. 독재시대에 간첩 가족이라며 고문이나 차별을 많이 받은 사람들은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국가로부터 다시 한번 보복당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정말 깊은 상처다. 나도 예전 같으면 감히 국가를 상대로 소송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조국을 고소한다는 것이 어떻게 쉬운 일이겠는가. 그러나 소송이 진행되면 많은 가족이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납북자를 이산가족으로 포함시킨 데 대한 반발이 크다고 들었다.

“비전향 장기수가 가고 난 후 김대중 대통령은 납북자 문제를 이산가족 문제에 포함시켜 해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우리는 이산가족이 아니다. 강제로 납치된 사람들이다. 납치된 사람을 어떻게 이산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한 번 만나면 끝인데 이산가족으로 취급한다는 것은 원인은 빼고 결과만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헌법 제10조의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무시한 것이다. 납북자 중 이산가족 상봉에 포함된 5명의 납북자 가족은 납북자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만나지도 못했다.”

-햇볕정책이 오히려 납북자 송환 문제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나.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 문제는 정부가 북한의 눈치만 보며 북한에 거슬리는 말은 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탈북자와 납북자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것도 모두 그런 이유에서다. 납북자 문제는 인권에 대한 문제다. 통일 전 동독에 대한 서독의 태도도 그랬다. 경제·문화적 교류를 이야기하면서 왜 가장 중요한 인권 문제를 다루지 못하나. 비전향 장기수 문제에 대해서는 열성을 다하던 NGO들이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도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납북자 가족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움직임이 있다는데….

“국군포로 귀환에 관한 특별법도 있는데 수십년간 독재체제에서 피해 본 가족들이 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특별법 제정이 시급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특별법 제정도 중요하지만 납북자 생사 확인과 송환 문제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인권단체와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납북자 생사 확인과 송환 문제에 관심 가질 것을 호소하며 도움을 청할 예정이다.”



주간동아 320호 (p52~52)

< 최영철 기자 >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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