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0

2002.01.31

민주당 7龍 “가자! 대권 앞으로”

경선 캠프 가동 정책개발·조직정비 박차 … 분초 다투며 ‘이미지 메이킹’ 총력

  • 입력2004-11-09 15: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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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7龍 “가자! 대권 앞으로”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인근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 도전자들의 경선 캠프장으로 변했다. 7명의 대선후보가 사무실을 열고 경선을 향한 대장정에 돌입한 것.

    대권의 산실인 각 캠프는 최소 100평에서 150평 규모. 사무실을 2, 3개 갖고 있는 후보도 있다. 경선 캠프의 활동 인원은 20~40여명. 사무실 운영 경비는 최소 600만원에서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선거 분위기가 무르익진 않았지만 일부 사무실의 경우 비상식량(컵라면 등)을 비축하는 등 서서히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민주당 7龍 “가자! 대권 앞으로”
    1월17일 오전 9시, 여의도 맨하튼 호텔 바로 옆 동우 국제빌딩 4층의 이인제 고문 캠프. 민주당 장성원 원유철 의원 등 현역의원 4명과 특보단을 포함한 10여명의 참모가 밀폐된 방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다. 모르는 척 문을 열자 “빨리 닫으라”며 긴장감을 표한다. 언뜻 본 자료는 이고문의 성공적인 출마 선언(20일)을 위한 방안 모색 토의자료.

    같은 시각 이고문의 150평 사무실은 이미 30여명의 참모로 북적거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원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나타낸다. 책상 대신 사무실 중앙 공간에 마련한 ‘공용 부스’도 만원. 서서 대화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었다.

    경선후보 중 이고문 주변에 가장 많은 사람이 붐빈다. 자연 사무실도 복잡하다. 이고문 경선 캠프는 이곳 말고도 서너 곳이 더 있다. 이 사무실에서 걸어서 3~5분 거리에 있는 정우빌딩 캠프는 지난 97년 이고문의 2%대 지지율을 18%대까지 끌어올린 신화를 일군 곳. 사무실 곳곳에 이고문의 손때가 묻어 있다.



    이고문의 선거전략 등 주요 현안은 매주 화요일 핵심 측근 의원 20여명이 참가하는 ‘화요 회의’에서 결정된다. 지난 19일 아침에는 21일 있을 이고문의 울산 행사를 위한 대책회의가 열렸다. 장성원 원유철 의원과 김충근 특보 등이 참석 멤버들. 사진촬영 요청에 한참 고민하던 이들은 홍보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에 겨우 포즈를 취했다.

    지난 12월, 민주당 모 후보 사무실로 30대 중반의 K씨가 찾아왔다. K씨는 “○○○ 고문을 존경한다. 조건 없이 돕겠다”고 말했다. 일손이 모자랐던 모 후보측은 그에게 적당한 일을 맡기기로 결정하고 일거리를 맡겼다. 그러나 2, 3일 후 K씨는 사무실에 나오지 않고 행적을 감췄다. 그제서야 그가 경쟁자가 보낸 ‘스파이’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한 캠프 사람들이 사무실에 비치된 각종 자료에 대해 보안검색에 나섰다. 그러나 조직 등과 관련한 주요 부분은 이미 손을 탄 흔적이 역력했다.

    민주당 7龍 “가자! 대권 앞으로”
    경선 캠프가 전략과 정책, 기획 등 정치인들의 포지티브 전략만 논하는 그럴듯한 공간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끔은 007 영화에 나오는 스파이나 브로커, 심지어 ‘조폭’류의 인사들이 방문해 분위기를 망치기도 한다. 서울 여의도 KBS 근처에 100평 규모의 사무실을 마련한 유종근 전북지사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 12월 중순 민주당 중간 당직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유지사를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민주당 ○○○○○(고위직책)인데 유지사가 경선을 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지고 있다. 몇 천명의 기간조직을 동원할 수 있다.”

    이 인사는 말미에 “이들을 움직이려면 돈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했다. 전형적인 브로커였다고 판단한 유지사측은 일절 대응하지 않았지만 이 인사는 몇 차례 더 유지사 사무실을 찾아 캠프 참모들을 곤란하게 했다.

    유지사 사무실은 마치 벤처기업을 연상할 만큼 화려한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벤처기업을 경영하던 이전 사용자의 인테리어가 역동적인 CEO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

    유지사의 캠프를 움직이는 것은 ‘강한 한국을 위한 포럼’이다. 유지사의 동생인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를 비롯해 박봉식 전 서울대 총장, 김윤환 고려대 교수 등이 유지사의 ‘장자방’들. 이들을 중심으로 지난 95년 도지사 선거를 도운 보좌진이 다시 모여들기 시작했다.

    경선에 나선 유지사의 정책 캠프는 서울 영등포에 별도로 있다. 유지사는 최근 58세의 나이로 득남했다. 캠프에는 여성잡지들의 인터뷰가 쇄도하고 있다. 캠프에서는 이를 득표로 연결할 묘책을 연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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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대하빌딩에 있는 100여평 규모의 한화갑 고문 캠프 사무실. 한고문의 이미지에 맞게 분위기도 중후하다. 나이 지긋한 당료들의 출입이 빈번하다는 게 한 관계자의 설명.

    사무실 한구석엔 입당원서와 국민경선 참여 희망자 모집원서가 잔뜩 쌓여 있다. 한고문은 KBS 별관 인근에도 별도의 사무실(인영빌딩)을 갖고 있다. 문희상 설훈 조성준 의원 등이 핵심 참모다. 이들 열성 3인방이 한고문의 전략과 행동 반경에 대해 깊숙한 조언을 하고 있다.

    한화갑 고문 캠프에서는 매주 금요일 핵심 지지의원 모임이 열린다. 이른바 ‘금요회의’로 불리는 한고문 경선 캠프의 핵심 조직이다. 이들과는 별도로 당내 개혁과 쇄신을 주도하는 그룹 등 의원 20여명도 그림자 행보 속에 외곽 지원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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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하빌딩 바로 옆 금강빌딩 3층은 노무현 고문의 캠프. 100여평 규모의 사무실에 20여명의 참모들이 활동중이다. 참모 중 상당수가 학생운동권 출신인 386세대들. 그래서인지 마치 대학 총학생회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정상적인 출퇴근 개념은 이미 잊은 지 오래. 일요일도 출근하는 날이 많다. 요즘 핵심 이슈는 TV 토론이다.

    1월20일 낮 12시. 22일 있을 YTN 대선후보 토론을 준비하는 노고문의 모습이 진지하다. 노고문의 진솔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컨셉트. 표현도 둘러가지 않고 바로 핵심을 말하도록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문장은 간결하게, 발음은 분명하게 하고 시선은 고정하라.” “사투리는 그냥 두는 것이 영남후보 이미지를 살린다.” 중간중간 참모들의 건의에 노고문이 긴장한다. 손동작도 개선 대상. 노고문은 비교적 손놀림이 많다. 자연 화면이 산만하다.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삼가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지난 주 영등포 한강케이블 TV 스튜디오를 빌려 실시한 3시간 리허설에 이어 두 번째다. 질문지를 미리 받지 않고 즉석에서 예상 질문을 던진다. 리허설은 오후 4시에 끝났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회원 7000여명·회장 명계남), 노무현을 지지하는 문화 예술인 모임(회장 문성근), 온라인 정책자문단(회원 1700여명) 등 외곽단체와 노고문의 유기적 관계를 맺어주는 곳도 바로 이 캠프의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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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동우빌딩 3층에 자리잡은 김중권 고문의 캠프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국민대통합의 지도자’라는 포스트가 방문객을 맞는다. 홍보와 공보 업무를 맡고 있는 이헌태 특보가 실무 책임자다. 김고문 사무실의 특징은 소수 정예를 지향한다는 점. 이특보의 경우 혼자 수십개의 언론을 상대한다. 19일 오전 9시 그의 책상 메모지에는 중앙 일간지와 주간지, 방송사 등 12개 언론사 이름과 담당기자 이름이 순서대로 쓰여 있다. 이특보와 전화통화를 요구한 리스트지만 이특보는 이들에게 전화할 틈이 없어 보인다.

    서대문구 미근동 임광빌딩에는 김고문의 또 다른 사무실이 자리잡고 있다. 정책과 기획통의 활동 공간이다. 김고문측은 최근 CEO 대통령론(상자기사 참조)을 강조하다, 각 대선주자들이 이를 도용하자 한 재벌그룹의 광고 로고를 벤치마킹해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었다. ‘OK, JK’가 바로 김고문의 새 트레이드 마크.

    김고문의 기획파트 참모들은 본격 선거전에 돌입하기도 전에 이미 파김치가 된 상태다. 보통 아침 7시에 나와 김고문에게 보고할 각종 문건을 만들지만, 퇴근 시간은 새벽 1시 전후. 스트레스와 육체적 피곤함을 능가하는 괴로움은 아이들 얼굴을 못 보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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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오후 8시, 여의도 미주빌딩 2층 김근태 고문 경선 캠프 사무실(한반도 재단). 가벼운 분장을 끝낸 김근태 고문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갑자기 강한 조명이 쏟아진다. 때를 맞춰 김고문을 향한 카메라도 돌기 시작했다. 잠시 카메라를 응시하던 김고문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믿을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때입니다. 김근태는 믿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믿음의 다리, 신뢰의 다리가 되겠습니다…(중략).”

    18일 있을 김고문의 방송연설 리허설 장면이다. 3분 만에 오프닝 멘트가 끝나자 지켜보던 방송 전문가들과 측근들이 김고문 주변으로 모여든다.

    “얼굴과 제스처를 좀더 강하게 하라. 자신감을 가져라. 카메라를 응시해야 한다. 국민을 상대로 호소하는 표정을 지어야 한다.”

    전문가와 참모들의 조언이 쏟아졌다. 지적을 염두에 둔 김고문이 다시 리허설에 나섰다. 제스처와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뒤로한 채 김고문은 자리에 앉는다. 뒤이어 예상 질문이 그를 기다린다. “박정희 개발독재는 시대적 필연인가?” 김고문이 잠시 숨을 멈추는 듯하다가 곧바로 답변한다. “경제발전 공헌은 인정한다. 그러나 독재와 부패는 용인할 수 없다….” 김고문의 방송 리허설은 70분 동안 이어졌다.

    김고문도 국민 지지율 끌어올리기를 최대 과제로 삼고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 첫번째 승부처로 방송연설과 토론을 꼽았다. 경선 캠프는 그 방송을 위한 작업들이 진행되는 전장터였다.

    김고문의 선거 캠프는 100여평 정도. 다른 후보가 두서너 개의 사무실을 갖고 있는 것에 비하면 단출한 편. 김고문은 시간이 날 때마다 경선 캠프를 찾는다. 사람도 만나고 ‘김근태 구상’도 이곳에서 가다듬는다. 젊은 사람이 많은 것이 특징. 그렇지만 찾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경선에 임하는 선거 포스트가 정치인의 사무실임을 웅변할 뿐 전체적인 분위기는 연구소 분위기와 흡사하다.

    캠프를 꾸려나가다 보면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다. 김고문이 세들어 있는 미주빌딩의 경우 밤 12시만 되면 출입문을 봉쇄한다. 야간작업에 몰두하던 캠프 참모들은 꼼짝없이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사무실에 갇혀 새우잠을 자야 한다. 추운 겨울날 난방도 되지 않는 사무실에서 고생을 경험한 캠프 참모들은 항상 두 가지 ‘무기’를 머릿속에 입력하고 있다. 바로 난방기구와 비상식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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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북단 KBS 옆 보이스카우트 빌딩 2층. 정동영 고문이 대망의 꿈을 품고 마련한 대권 산실이다. 측근들은 이곳을 ‘스탠딩 오피스’로 부른다. 젊고 유연한 리더십을 강조하는 정고문이 참모들과의 전략회의를 선 채로 진행하기 때문. 또 자유토론을 유도하기 위해 수첩을 지참하지 못하게 한다.

    최근 실시된 민주당 대의원 여론조사에서 2.9%의 지지를 얻는 데 그친 정고문의 전략은 바람몰이. 정고문측은 TV 토론이 본격화하면 정고문이 ‘내공’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정고문 캠프의 고민거리는 정고문이 이미지는 참신하나 아직 검증이 안 됐다는 것이다. 캠프에서 활동중인 참모들도 덩달아 고민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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