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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로마자 표기법이 국가 경쟁력 낮춘다”

김복문 충북대 명예교수 … “영어 철자 발음 부호처럼 사용해야 원음에 충실”

  •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로마자 표기법이 국가 경쟁력 낮춘다”

“로마자 표기법이 국가 경쟁력 낮춘다”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가 1월25일 대통령 직속기구로 출범하는 부패방지위원회(위원장 김성남)의 안건으로 올라가게 됐다. 로마자 표기를 영어 발음에 맞춰야 한다는 이색 주장을 펼쳐온 김복문 충북대 명예교수(70ㆍ국제경제학)가 현행 로마자 표기법의 채택 경위에 대한 진상 조사를 부패방지위원회에 의뢰하기로 한 것. 김교수는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5일 조영달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 ‘잘못된 현행 표기법을 폐기해야 한다’는 건의서를 보냈다.

건의서의 골자는 2000년 7월 문화관광부가 개정ㆍ고시한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월드컵·부산아시안게임 등 임박한 국제행사는 물론, 수출·관광 산업에도 걸림돌로 작용해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 것. 따라서 현행 표기법 채택에 관여한 당시 국립국어연구원과 어문정책 주무 부처인 문광부 관계자 7명을 직무유기 등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게 그의 도전적인 주장이다. 김교수는 지난해 11월 펴낸 저서 ‘국어의 로마자(영어식) 표기법’(무역출판사)에도 이 같은 내용을 명시했다.

김교수의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가 로마자 표기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것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들이 한국인의 이름을 원음과는 전혀 달리 발음하는 것을 본 뒤부터. 그는 이후 40여년간의 연구 끝에 1990년대 들어 자신만의 고유한 ‘모의(模擬) 발음 부호법’을 개발, 1997년 한국어로마자표기학회를 창립해 이 표기법을 공식 채택할 것을 일관되게 공론화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00년 9월엔 “개정 로마자 표기법이 실용성이 없고 현실과 동떨어져 학생들에게 제대로 가르칠 수 없는 만큼 교수로서의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까지 냈다.

김교수가 자신의 주장을 고수하는 주된 이유는 현행 표기법의 실용성이 크게 낮다는 점. 그는 “국어의 로마자 표기는 외국인이 한국어의 표준 발음을 따르게 하려는 것인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한다. 일례로 현재는 금강산(Geum Gang San), 거북선(Geo Buk Seon), 이성계(I Seong Gye), 독도(Dok Do) 등으로 표기하는데 외국인들은 통상 ‘쥼갱샌’ ‘죠벅숀’ ‘아이숑가이’ ‘독두’로 발음해 내국인에게 본래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 더욱이 로마자는 각 언어권별로 발음이 제각각이어서 혼선이 초래될 수밖에 없어 세계 공용어인 영어의 발음체계에 맞춘 표기법을 사용해야 합리적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따라서 일정 음가(音價)를 지닌 영어 철자를 발음 부호처럼 사용해 로마자로 표기하는 ‘모의 발음 부호법’만이 대안이라는 것. 김교수의 표기법대로 하면 ‘Incheon’(인천)은 ‘Inchurn’으로 고쳐 표기해야 한다. 그래야 외국인들이 가장 원음에 가깝게 발음할 수 있다는 것.

김교수가 지적하는 또 다른 문제점은 현행 표기법이 일제의 잔재라는 것. 현행 표기법은 모음체계의 기본인 ‘아 이 우 에 오’를 ‘a i u e o’로 표기하는데 이는 일본 가나의 틀과 같은 것으로 식민시대의 유제를 청산하지 못한 징표라는 것이다. 현행 표기법이 기존 표기법의 가장 큰 문제점이던 반달표와 어깻점 등 특수부호를 없앤 점은 긍정적이지만, 근본적으로 그 내용이 일본어의 로마자 표기방식의 영향을 받은 옛 문교부안(일명 한글학회안·1959~83년 사용)의 재판(再版)에 불과하다는 것.



1953년 서울대 정치학과 재학중 도미, 57년 유학을 마치고 재무부장관 비서실, 한국은행,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에서 근무한 김교수는 그동안 로마자 표기법 관련 저서와 논문을 집필하는 등 연구활동에만 7억여원의 사재를 들였다.

“현행 표기법에 따라 2005년까지 각종 표지판을 고치려면 10억원 이상이 낭비됩니다.” 김교수는 “50년 만에 로마자 표기법을 네 차례나 개정하며 인력과 예산을 낭비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반드시 표기법의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주간동아 318호 (p42~42)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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