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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럭비공 정치판’

JP “더 이상 밀릴 순 없다”

지방선거 충청권 사수에 사생결단 … 내각제 매개로 한 ‘연대’에도 총력

  •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JP “더 이상 밀릴 순 없다”

JP “더 이상 밀릴 순 없다”
우리 군이 6·25 때 북한 공산군에 밀려 내려왔다 다시 북진한 것처럼 (나도) 전열을 가다듬어 상경할 것이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JP)가 ‘야무진’ 신년 구상을 선보였다. 지난 1월2일 휴가차 부산에 머물렀던 그는 교섭단체 와해와 충청권 붕괴라는 이중고를 벗어나기 위해 장고를 거듭했고 그 결과 나온 것이 북진론으로 포장한 내각제와 JP 대망론이다.

JP의 신년’ 구상은 1월15일 대전에서 열릴 예정인 대선 출정식에서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1월15일은 JP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날이다. 6년 전 이날 JP는 민자당에서 떨어져나와 맨손으로 자민련을 창당, 제2의 정치인생을 시작했다. JP의 한 측근은 “김총재는 YS와 결별하고 자민련을 창당한 그때 심정으로 이날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비장한 분위기를 소개했다. 이날 JP 대망론을 공개하고 대선주자로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는 것이 자민련측 계획이다. 자민련의 한 외곽조직은 JP의 출마와 관련해 ‘NEW JP 선언’이란 대권 플랜을 작성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JP가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믿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JP는 대선 때마다 출마를 입에 담았지만 1987년 대선 이외에는 출마한 적이 없다. JP의 한 측근은 JP 대망론을 지방선거를 겨냥한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전법에 비유한다. “어떤 유권자가 대선후보 없는 불임정당을 쳐다보겠느냐”는 것이다. 정치생명을 유지하는 데 절대적인 충청권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JP에게는 극적인 반전수가 필요했고 대선 출마를 그 카드의 하나로 선택했다는 것.

자민련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전과 충남·북 광역단체장의 승리를 목표로 잡고 있다. 현재 가동중인 당 조직강화특위(위원장 조부영 부총재)도 대전·충청권의 영토 사수를 핵심과제로 삼았다. 지방선거에 대한 JP의 의지는 확고하다. JP는 지난해 11월4일 홍선기 대전시장과 골프 회동를 통해 “흔들리지 말고 큰 흐름을 보라”며 격려했고, 11월8일에는 “내 등을 밟고 가라”는 심대평 충남지사의 ‘충성 서약’을 받아내기도 했다. 또 비슷한 시기 JP는 이원종 충북지사와 ‘도원결의’를 통해 의형제를 맺어가며 지역 수성에 안간힘을 쏟았다.



그럼에도 지역의 이탈현상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 12월 박준병 전 부총재가 실질적으로 자민련과 결별했고 한영수 부총재도 1월5일 탈당했다. 내우외환에 직면한 자민련이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구상 가운데 하나가 민주당과의 전략적 제휴다. 이런 측면에서 JP가 최근 민주당 이인제 고문과 거리를 좁히고 있는 부분은 의미심장하다. JP는 지난해 12월27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만히 보니까 그만한 사람도 없다”며 이인제 고문에게 호의를 표시했다.

이런 흐름을 유심히 살핀 민주당과 자민련 내부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회복 차원을 넘어서는 큰 그림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JP나 민주당이나 모두 지방선거가 힘겨운 고비가 될 전망이고 이를 타개할 유일한 방법이 연합공천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고문 진영은 “JP에게 공천권을 줄 수도 있다”며 연합공천을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선 JP와 회동을 도모한 이한동 총리가 연합공천의 산파역을 맡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방선거에서 자민련이 민주당과 연합공천에 성공한다면 자민련은 한결 쉬운 선거를 치를 수 있다. 집안 단속은 물론 지방선거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쫓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자민련이 지방선거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면 JP는 대선 출마와 선거 막판 특정인과의 연대라는 두 가지 구상을 추진해 볼 수 있다.

당장 거론되는 것이 3김 연대론이다. 물론 이번에도 정치적 연대의 매개는 4년 전과 다름없이 내각제가 될 전망이다. JP는 1월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과 만나 내각제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YS는 상도동을 찾은 이수성 전 총리에게 “자민련 총재를 맡으라”며 남의 당 총재 인선에 개입한 적이 있다. 물론 JP와 교감 끝에 내놓은 ‘훈수’였다. 그만큼 두 인사 사이의 정치적 교감은 깊다. YS가 내각제 대열에 합류할 경우 김대중 대통령의 거취도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3김 연대가 탄력을 받는다면 정치권 합종연횡은 민주당과 한나라당 중간 보스들에까지 확대될 수 있다. 자민련은 이미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의 영입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민주당 한화갑 고문과의 연대론도 힘을 받고 있다. 의외이긴 하지만 당의 외곽조직이 만든 JP 대망론은 한화갑과 박근혜 두 사람을 묶는 것을 근간으로 삼았다. 자민련 내부에서는 민주당 이인제 고문과의 연대보다 JP+박근혜+한화갑의 3자 연대가 대선구도에 훨씬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JP의 내각제 연대론은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비판여론과 정치권 일각에서 다시 떠오른 개헌론 등과 맞물려 정계개편의 추동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 JP는 이런 과정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다 직접 출사표를 던지거나, 자력으로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후보와 내각제를 매개로 연대해 정권창출을 꾀하겠다는 특유의 2인자 정치를 재현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JP의 신년 휘호인 이화위존(以和爲尊·화합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존귀한 것)은 어느 쪽이든 화합하고 협력하지 않고는 정치적 생존이 어려운 그의 정치적 처지를 반영하고 있다.





주간동아 318호 (p14~16)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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