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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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와의 조찬’ 떡국이냐 토스트냐

  •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입력2004-11-05 13: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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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S와의 조찬’ 떡국이냐 토스트냐
    지난해 12월26일 한나라당 서청원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YS)을 방문, “이회창 총재에게 시간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안 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한번 해본 제의였다. 그런데 YS가 선뜻 반응을 보였다. 서의원은 1월1일을 염두에 뒀다. 그러나 상도동측은 “그날은 세배객이 많다”며 다른 날을 제의, 결국 3일로 날짜를 잡았다.

    비슷한 시각, 민주당 이인제 진영 참모도 상도동 비서실로 전화를 걸어 “1월1일 세배를 가겠다”고 의사를 전했다. 그러다가 이고문 진영에서 갑자기 새로운 주문을 추가했다. “YS와 떡국을 먹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 것. 그것도 YS와 단독으로 조찬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상도동은 불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고문측의 조찬 요청이 계속되자 YS는 “그럼 시간을 잡으라”며 수락했다.

    1월1일 아침 이고문은 떡국을 놓고 YS와 마주 앉았다. 평소 음식을 빨리 먹는 YS 스타일 때문일까. 식사시간은 20분을 넘지 못했다. 상도동 대변인 박종웅 의원의 전언에 따르면 두 인사의 대화는 겉돌았다. 이고문이 “앞으로 자주 찾아뵙고 잘 모시겠다”고 하자 YS는 “잘해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상도동 한 인사는 “아무 말 없이 떡국 한 그릇 먹는 데 드는 최소한의 시간이 20분”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YS와의 조찬이 갖는 정치적 의미를 잘 알고 있는 이고문은 의기양양했다. 상도동 방문 직후 찾은 연희동(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에서 “고마 총리나 해라”는 다소 비례(非禮)에 가까운 말을 들었지만 괘념치 않았다.

    이틀 뒤 이번에는 이회창 총재가 상도동을 찾았다. 떡국보다 빨리 먹을 수 있는 빵(토스트)이 준비됐다. 그럼에도 조찬은 70분 동안 이어졌다. 얘기가 많은 것은 당연했다. 이날 이총재는 YS에게 어느 때보다 깍듯이 예(禮)를 갖췄다고 한다. YS는 그런 이총재를 ‘다른’ 눈으로 보는 듯했다고 한다. 이총재가 지방선거 및 대선과 관련해 협조를 요청하자, 김 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비판 강화를 우회적으로 요청했다. 이총재는 “(DJ가) 비판받을 일을 많이 한다”는 말로 YS의 요구를 수용할 뜻을 비췄다. 상도동 한 관계자는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앞으로 배가 부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총재의 깍듯함에 고무된 듯 YS는 이총재를 대문까지 배웅했고 기자들 앞에서 귓속말이라는 파격까지 연출, 이총재에게 ‘선물’을 안겨주었다. 두 사람이 만나기만 하면 흘러나오던 상도동의 ‘뒷소리’도 이번에는 들리지 않았다. 상도동 조찬을 놓고 겨룬 여야 유력 대선후보들의 일합(一合)은 이총재의 승리로 기운 것 같다는 게 정가의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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