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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생태 여행 | 모튼섬 탕갈루마

그곳에선 돌고래와 친구가 된다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그곳에선 돌고래와 친구가 된다

그곳에선 돌고래와 친구가 된다
지난 9월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장 가보고 싶은 해외여행지로 호주가 1위(19.3%)를 차지했다. 이어 미국(16.8%), 스위스(9.5%), 중국, 캐나다(각각 6.9%) 순이었다.

한국인들이 호주를 선호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쾌적한 기후와 천혜의 자연환경, 북반구와는 정반대의 계절 등 남반구만 제공할 수 있는 매력을 골고루 갖추었기 때문일 듯하다. 그러나 단점도 보인다. 역사가 짧아 보고 즐길 만한 유적이 없다 보니 여행 코스가 단조롭다. 호주는 두 번 가기에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호주관광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여행 대신 천혜의 자연 속에서 확실한 휴식을 취하겠다는 리조트족들이 몰려든다. 2년 전부터 신혼여행객이 즐겨 찾는 스트래드브로크섬의 코란코브 리조트는 대표적인 자연친화적 관광지. 최근에는 모튼섬의 탕갈루마 리조트가 고래 관광을 앞세워 자연체험 생태관광지로 급부상중이다. 만약 지금 두 번째 호주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다른 곳에 한눈팔지 말고 곧장 탕갈루마로 향한다 해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탕갈루마는 ‘물고기가 모이는 곳’을 뜻하는 원주민 말로 1960년대 초까지 이 섬은 포경업이 성행했다고 한다. 포경선이 떠난 바다는 돌고래와 흑등고래의 천국으로 변했다. ‘탕갈루마 야생 돌고래 리조트’가 개발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1980년 이 리조트를 구입한 브라이언과 앨런 오즈번 형제는 매일 밤 낚시를 하러 조명을 켤 때마다 야생 돌고래들이 몰려드는 것을 보고 이것을 관광상품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오즈번 형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퀸즐랜드 대학에 의뢰해 먹이 주기가 야생 돌고래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는지 조사하는 것이었다. 매일 저녁 한 차례만 주면 괜찮다는 결론이 나오자 돌고래 먹이 주기 프로그램을 내세워 ‘탕갈루마 야생 돌고래 리조트’를 만들었다.



브리즈번에서 쾌속정으로 75분, 경비행기로 15분 거리의 탕갈루마 리조트에 도착한 것은 정오가 조금 안 된 시간이었다. 선착장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해변을 어슬렁거리는 펠리컨 무리. 손에 잡힐 듯 가까운데도 이 녀석들은 도무지 날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곳에선 돌고래와 친구가 된다
탕갈루마 리조트는 기본적으로 부엌과 식당이 딸린 콘도미니엄 스타일로 가족 수에 따라 2인실, 5인실, 8명까지 숙박이 가능한 2층짜리 빌라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올 크리스마스 시즌에 문을 열 계획으로 한창 단장에 바쁜 신축건물은 신혼부부용 호텔식 방(99개)이지만, 탕갈루마의 매력을 만끽하려면 부엌 딸린 방이 제격이다. 석양을 바라보며 바다낚시를 즐기고 즉석에서 물고기 살을 발라내어 내장은 다시 바다새들에게 던져준 뒤 낚싯대와 물통을 들고 어슬렁어슬렁 숙소로 돌아가는 가족들의 모습은 이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아직까지 탕갈루마 리조트는 호주 현지인들을 위한 관광지여서 외국인이 많지 않다. 리조트에 머무는 이틀 동안 한국인은 한 명도 만날 수 없었고 단체여행객은 일본과 중국인이 전부였다. 리조트 관계자는 호주인의 경우 휴가철이 되면 두 가족 정도가 2층짜리 빌라를 빌려 2~3주씩 쉬고 가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한다. 빌라 내부시설도 호화로움보다는 실용성 위주로, 세탁실까지 따로 있을 만큼 구석구석 편리하게 꾸며졌다.

이 리조트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프로그램은 돌고래 먹이 주기, 모래썰매, 고래탐사의 세 가지다. 매일 밤 6시경에 시작하는 돌고래 먹이 주기에 참가하려면 예약을 하고 간단한 사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내용은 돌고래를 쓰다듬거나 껴안지 말 것, 물고기를 잡기 전에 손을 깨끗이 씻을 것 등이다.

스태프의 지시에 따라 손바닥만한 물고기를 쥐고 허벅지까지 차오는 바다에서 잠시 기다리면 돌고래가 잘 길들여진 강아지처럼 다가와 뾰족한 주둥이로 먹이를 받아먹는다. 프레드, 에코, 나리, 팅커벨, 베스 등으로 불리는 8마리의 야생 돌고래가 식사시간이면 어김없이 부두로 찾아와 관광객들 앞에서 한바탕 쇼를 보여준다.

그곳에선 돌고래와 친구가 된다
모튼섬은 넓은 해안으로도 유명하지만 섬 내부의 모래사막 자체가 국립공원이다. 리조트 뒤쪽으로 이어지는 비포장도로를 30~40분 정도 달리면 어느 순간 나무에 둘러싸인 모래사막이 펼쳐진다. 너무 부드러워 저절로 신발을 벗고 걷고 싶을 만큼 곱고 깨끗하다. 세계 각지의 리조트 중에는 해변의 모래가 부족해 매년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모래를 퍼다 채우는 곳이 많을 만큼 호주 모래는 세계적이다.

그런 모래언덕을 판자 하나씩 들고 맨발로 올라가 그냥 미끄러지는 것이 모래썰매다. 잘 미끄러지라고 판자 한쪽에 초칠을 한 뒤 배 깔고 엎드리면 60m 가량의 슬로프를 한순간에 내려온다. 옷 속, 입 속, 귓속까지 모래가 들어가지만 불평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함박 웃음을 짓고 다시 판을 들고 모래언덕을 기어오른다. 웬만한 관광지라면 모래언덕을 쉽게 오를 수 있도록 계단을 만들거나 리프트라도 설치했으련만 이곳에는 아무런 인공시설이 없다. 판자를 든 관광객의 웃음소리가 사라지면 사막은 인간이 남긴 발자국조차 지워버리고 원래의 얼굴로 돌아간다.

모튼섬에서 다시 쾌속정을 타고 먼바다로 나가야 하는 고래탐사의 경우 계절적 제한이 있어 아쉽다. 6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는 고래의 이동시기로 고래탐사에 최적기다. 배 쪽은 하얗고 등은 검은색인 혹등고래들이 솟구쳐 올랐다 가라앉으며 재주를 피우는 모습은 장관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안내자가 ‘2시 방향’ ‘9시 방향’ 하면서 고래가 떠오르는 지점을 가리키면 관광객들의 고개가 일제히 한 방향으로 가면서 동시에 ‘와’ 하는 감탄사가 터진다. 고래들은 마치 관광객을 기다린 것처럼 1시간 가량 멋진 자태를 보여주고 더 먼 바다로 사라진다.

탕갈루마 야생 돌고래 리조트는 한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나 곧 브리즈번을 경유해 탕갈루마에서 1박2일을 하는 관광상품이 나올 예정이다(문의: 호주 퀸즐랜드주 관광청 서울지사 02-756-9011, 김&류여행사 02-771-3838).





주간동아 2001.10.18 305호 (p92~93)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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