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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인생 | 고양이를 부탁해

돈 없고 빽 없는 ‘그녀’들이 사는 법

  • < 김경욱/영화평론가 > nirvana1895@hananet.net

돈 없고 빽 없는 ‘그녀’들이 사는 법

돈 없고 빽 없는 ‘그녀’들이 사는 법
6일 개봉한 ‘특이한’ 제목의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에는 다섯 명의 스무 살짜리 여자친구들이 등장한다.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에 비견할 만한 N세대 스타 배두나와 이요원이 나란히 출연하는 영화라 발랄상큼한 청춘영화가 아닐까 생각하겠지만 영화는 지극히 평범한, 그리고 ‘주변부 인생’에 가까운 20대 여성들의 삶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누구나 “참 좋은 나이야”라고 쉽게 말해버리는 스무 살의 그들. 그러나 괜찮은 상고를 졸업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젊은 그들에겐 변변한 직장도, 그 흔한 남자친구도 없다. 그들 중 누구도 ‘잘나가지’ 못한다. 모여서 수다 떨고 장난을 할 때 그들은 명랑한 소녀지만, 점점 커져가는 현실의 무게는 그 우정마저 깨뜨리고 만다. 사회로 진입해야 하는, 어른이 되어야 하는 스무 살의 나이가 그들에게는 버겁기만 한 것 같다.

충무로에서 보기 드문 여성 감독인 정재은 감독은 데뷔작인 이 영화에서 생존경쟁에 뛰어든 청춘의 고달픈 초상을 보여준다. 돈도 없고, 빽도 없고, 번듯한 대학간판 하나 없는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이 세상으로 당당히 나선다는 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닌 것이다. 영화 속에서 혜주(이요원)의 상사는 “야간대학이라도 가야지. 언제까지나 저부가가치 인간으로 살 순 없잖아”라며 상고를 졸업하고 커리어우먼을 꿈꾸는 그녀를 조롱한다.

‘주먹’과 ‘의리’를 매개로 한 남자들의 이야기가 판치는 속에서 ‘고양이’를 매개로 여자친구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심심하기 그지없지만, 심심한 속에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풀어가며 내일을 꿈꾸는 우리의 일상을 닮은 영화라 그런지 묘한 친근감이 느껴진다. 예쁘면서도 씩씩하고, 한눈에 남자를 휘어잡아 자기 맘대로 요리하는 당당한 ‘엽기녀’가 각광받는 시대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그런 엽기녀보다는 소녀와 여인 사이에서 불안한 눈빛으로 자신의 삶을 힘겹게 지고 가는 스무 살 청춘들이 더 많지 않은가.



주간동아 2001.10.18 305호 (p85~85)

< 김경욱/영화평론가 > nirvana1895@hana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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