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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짜리 작품도 5분이면 새 주인 품에

서울 옥션하우스 ‘미술품 경매’ 현장 … ‘수집과 투자’ 목적 공존, 시종 긴장감 넘쳐

  •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수억짜리 작품도 5분이면 새 주인 품에

수억짜리 작품도 5분이면 새 주인 품에
추석 연휴 직전인 9월27일 저녁, 평창동의 서울옥션하우스에는 2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7시에 열리는 미술품 경매에 참가하러 온 사람들이었다. 미술품 경매에 대해 일반인들은 ‘한국에도 그런 게 있었나’라든가 ‘영화에서나 본 거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 일반의 이러한 인식과 달리 국내의 미술품 경매회사는 100여 곳에 이른다. 이날 경매에서 거래될 161점의 작품 중에는 호당 2억 원을 호가하는 박수근의 작품 ‘앉아 있는 여인’이 포함되어 있었다. 3호 크기인 ‘앉아 있는 여인’은 한국 현대미술품의 경매 최고가를 경신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지금까지 경매의 낙찰 최고가는 겸재 정선의 ‘노송영지’로 7억 원에 거래됐다. 현대회화로는 수화 김환기의 ‘점’이 지난해 4월 3억9000만 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저녁 7시, 세 명의 경매사가 단상에 자리잡자 경매가 시작됐다. 회전무대를 통해 단상 오른편에 작품이 등장하면 경매사는 그림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후 가격을 호가한다. 응찰자들은 번호가 쓰인 팻말을 들어 응찰의사를 표시했다.

13번째로 박수근의 ‘앉아 있는 여인’이 등장하자 조용하던 경매장의 분위기는 잠시 술렁거렸다. 이 작품은 5분여 간의 응찰 끝에 4억6000만 원을 부른 한 전화 응찰자에게 낙찰되었다. 국내 현대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가 가볍게 경신된 것이다.

“경매는 미술품 거래를 활성화하고 작품 가격을 공정하게 책정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직은 개인 컬렉터에 비해 화랑이나 박물관의 참여가 낮은 편인데 이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참가해야 거래가 활발해질 수 있습니다.” 서울옥션의 관계자는 “경매 낙찰가는 보통 화랑에서 거래되는 작품 가격보다 20~30% 정도 저렴하다”고 밝혔다.

연회비 10만 원이면 경매참가 가능



경매 참가자들은 대부분 경매가에 불만이 없는 눈치였다. 천경자의 ‘인도의 무희’를 비롯한 작품 4점을 내놓은 중년의 여성 컬렉터는 거래 가격이 만족스럽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처럼 알음알음으로 이루어진 미술품 거래를 공공장소로 끌어냈다는 것이 경매의 가장 큰 미덕이다. 경매 참가자들 중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연예인도 제법 있다고. 현재 경매가 전체 미술품 거래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10% 미만이지만 경매시장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경매에 참가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대표적인 미술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의 경우, 연회비 10만 원을 납부하고 회원이 되면 바로 경매에 참가할 수 있다. 옥션아트, 마이아트 등 다른 경매회사들도 이와 비슷하다. 작품이 낙찰되면 경매회사는 낙찰자에게 작품가와는 별도로 수수료를 받는다. 수수료는 대개 5~10% 사이다.

경매를 통해 작품을 파는 것도 가능하다. 경매회사는 작품을 감정해 최저가를 결정한 후, 1주일 간의 전시를 거쳐 경매장에 내놓는다. 경매 참가자들은 경매 전의 전시에서 작품을 꼼꼼하게 살펴볼 기회를 갖는다. 경매장에서 경매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이 같은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작품이 낙찰되면 경매 의뢰자는 역시 경매회사측에 5~15%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참가 절차가 간단하다고 해 별 생각 없이 경매에 뛰어들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경매는 미술품 수집이라는 고상한 목적 외에 ‘투자’라는 측면도 있다. 아파트 두 채 가격에 팔린 박수근의 작품은 원 소장자인 밀러 여사가 50년대에 100달러 남짓에 산 그림이다. 작품 보는 눈이 있는 투자자라면 경매를 통해 천문학적인 이득을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반대로 경매장의 분위기에 휩쓸려 필요 이상의 가격을 주고 작품을 사들이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것이 한 참가자의 귀띔이다. 실제로 경매에 여러 번 참가해 본 컬렉터들은 웬만한 전문가를 능가하는 수준의 안목을 갖추고 있다.

“경매에 참가하려면 우선 미술에 대해 철저히 공부해야 합니다. 한순간에 몇 천만 원이 오가는 거래인데 치밀한 사전조사 없이 이득을 볼 리가 없죠.” 자신을 ‘투자자 겸 컬렉터’라고 소개한 한 남성의 설명이다. 그러고 보니 경매장을 가득 메운 독특한 긴장감이 주식거래장의 그것과 비슷한 것 같았다.



주간동아 2001.10.18 305호 (p64~64)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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