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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 “왕건이시여, 감사하옵나이다”

사극 ‘태조 왕건’ 인기 덕에 촬영장 관광 명소화 … 제작 앞둔 ‘대망’ 세트장도 유치

  • < 신을진 기자 / 제천 > happyend@donga.com

충북 제천 “왕건이시여, 감사하옵나이다”

충북 제천 “왕건이시여, 감사하옵나이다”
청풍명월(淸風明月)의 고장’이라 했던가. 과연 이곳의 바람은 청명하고 초가을의 공기 또한 상쾌하기 그지없다. 중앙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 서울에서 2시간30분 정도만 달리면 닿을 수 있는 충북 제천은 강원도 못지않은 험난한 산세와 청량한 계곡에 국내 최대의 호수 청풍호(이곳 사람들은 충주호를 청풍호라 부른다)까지, 산과 강이 어우러진 비경이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

최근 들어 제천이 부쩍 많이 알려진 데는 청풍호 부근에 들어선 KBS 사극 ‘태조 왕건’의 촬영세트가 단단히 한몫 했다. 드라마가 큰 인기를 모으면서 이 해상촬영장 역시 제천의 관광명소가 된 것. 직접 가보니 TV에서 볼 때와 달리 아담한 소규모 촬영장이었지만 왕건의 배와 초가, 망루, 선착장 등이 옛 고려시대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조성돼 있었다. ‘작은 민속촌’이라 할 만한 이곳에 휴일이면 5000명 가량의 인파가 몰려와 구경한다고 한다. 평일이지만 아이들 손을 잡고 역사여행길에 오른 관광객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성내리 주민들에게 이 촬영장은 ‘굴뚝 없는 공장’인 셈이다.

휴일이면 5천여 명 몰려 ‘북적’

충북 제천 “왕건이시여, 감사하옵나이다”
“해상 전투 장면을 찍을 때 배가 가라앉아 인양작업 하느라 한 20일 고생했습니다.” 안내를 맡은 시청 문화관광과 이종한씨는 세트장을 지을 수 있도록 기반시설을 해주고 일일이 관리하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입장료를 따로 받지 않아 아직은 주차장 이용료 정도의 수입밖에 없지만, 문경은 이걸로 떼돈을 벌었지요.”

이씨의 말대로 경북 문경에 위치한 ‘태조 왕건’ 촬영장은 일찌감치 여행상품으로 개발돼 막대한 관광수입을 벌어들였다. 드라마 세트가 없던 99년, 50만 명이던 관광객 수가 지난해에는 332만 명으로 6배 이상 증가했고 입장료 수입만도 8억 원에서 45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제천 역시 세트장이 들어선 후 청풍호반권의 관광객 수가 크게 늘었다(99년 36만2445명에서 2000년 170만 명으로 증가).



이처럼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장소가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지방재정의 효자 역할을 하면서 현재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는 세트장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모래시계’의 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가 다시 손잡고 만든다 해 화제가 된 SBS 무협사극 ‘대망’의 제작을 앞두고도 7, 8개 지자체가 열띤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결국 제천시가 이를 따내 대규모 오픈 세트장이 들어서는 개가를 올렸다.

제천시 청풍면 문화재단지 내 8000평 규모로 들어선 ‘대망’ 세트장에는 기와집 26동과 초가집 66동, 그리고 조선 중기의 육의전과 수공업단지가 세워졌다. ‘태조 왕건’ 세트장을 건설할 때 3억 원을 지원한 제천시는 이번엔 20억 원을 지원했다. 여기에 SBS가 30억 원을 투입했으니 총 50억 원이 들어간 초특급 세트장이다. 제천이 고향인 김종학 PD는 “고향 땅에서 쫓겨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자체들의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지원비용도 커지고,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위험 부담도 적지 않죠. 단순히 세트장만 가지고는 관광상품화가 힘들어요. 그래서 우리 제천은 세트장과 인근 유적지 및 관광명소를 연계해 관광벨트화하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습니다.”(시청 문화관광과장 윤종섭씨)

이를 위해 제천시는 ‘대망’ 촬영장 일대에 번지점프장, 인공암벽 등을 건립하고 있고 경비행기를 타고 호수 일대의 산과 호수를 한눈에 돌아볼 수 있는 항공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호숫가를 따라 구불구불하게 펼쳐진 길 양쪽에 12km에 달하는 벚꽃길을 조성한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다양한 볼거리와 명소가 ‘태조 왕건’ ‘대망’ 촬영장을 중심으로 차로 10∼20분 거리에 모두 모여 있어 잘만 개발하면 남부럽지 않은 여행지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충북 제천 “왕건이시여, 감사하옵나이다”
충주댐 건설 당시 수몰 위기에 처한 각종 문화재와 민가를 산 위로 옮겨와 그대로 조성한 ‘청풍문화재단지’는 조선시대 어느 마을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분위기와 정취로 곧잘 시대극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얼마 전에는 임권택 감독이 이곳에 내려와 신작 ‘취화선’의 몇 장면을 찍고 갔다. 그렇다고 이곳이 사극에만 어울리는 곳은 아니다. MBC 인기드라마 ‘선희 진희’의 무대가 된 ‘클럽 ES 리조트’는 유럽의 고급별장을 옮겨놓은 듯한 휴양지로, 회원 전용공간이지만 평일에는 일반인도 자유롭게 이곳의 풍광을 둘러볼 수 있다. 리조트에서 근무하는 황정욱 과장은 “드라마를 통해 알려지면서 리조트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전한다.

충북 제천 “왕건이시여, 감사하옵나이다”
영화 ‘박하사탕’을 통해 알려진 제천시 백운면 진소마을도 빼놓을 수 없는 운치를 자랑하는 곳이다.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 장면에 영호(설경구)가 “나 돌아갈래!” 하고 외친 바로 그곳이다. 산허리에 터널이 뚫려 있는 이곳 철교 아래는 제천천의 지류가 흐르고 있다. 원래 이름이 없었는데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마을 이름을 따 ‘진소천’으로 불리고 있다. 기차가 가끔 기적을 울리며 지나갈 때만 빼고는 인적이 드문 조용한 산간벽지 마을인 이곳에도 주말이면 수십 대의 승용차가 몰려든다. 물 맑고 공기 맑은 청풍명월의 본향은 이제 사람들의 입을 오르내리며 한번쯤 찾아가 보고 싶은 드라마·영화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때묻지 않은 시골 분위기가 시끌벅적한 도시 분위기로 변질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긴 하지만 드라마 한 편이 지역경제를 살리는 시대라서 이곳 사람들은 이런 변화를 반기는 듯하다.





주간동아 2001.10.18 305호 (p62~63)

< 신을진 기자 / 제천 > happy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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