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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만 가면 산삼이 보이네”

석 달 새 170뿌리 횡재 김종연씨 … “심봤다” 너무 황홀 ‘심마니’로 전직 준비

  • < 최영철 기자 / 대구 > ftdog@donga.com

“산에만 가면 산삼이 보이네”

“산에만 가면 산삼이 보이네”
심봤다아!”를 무려 170번이나 외친 사람. 보통 사람은 일생에 한 번 보기도 힘들다는 산삼을 그것도 석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전국 11개 산에서 170뿌리나 캔, 말 그대로 억세게 운 좋은 사람이 있다. 대구시 북구 매천동에 사는 김종연씨(36)가 바로 그 주인공.

김씨는 지난 6월15일 지리산 자락(남원시 쪽)에서 산삼 4뿌리를 처음 캔 후 대전 대둔산에서 19뿌리, 무주 덕유산에서 25뿌리, 봉화 청량산에서 20뿌리를 캤다. 가장 최근인 9월20일에도 설악산 자락에서 20뿌리를 캤다. 이중 최상품으로 취급하는 80년 이상 되는 산삼만 30뿌리다.

그는 몸이 아픈 친지와 식구들에게 몇 뿌리 나눠주고도 남은 산삼 일부를 팔아 이미 집 한 채 값을 벌었다.

전국 11개 산에서 캔 최상품

“산에만 가면 산삼이 보이네”
“과연 진짜 산삼이 맞을까?” 사람들이 김씨의 ‘행운’에 대해 이런 의문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듯하다. 산삼은 그 속성상 한 뿌리가 주변에 많은 씨를 뿌리는 관계로 한 번에 수십 뿌리가 같은 자리에서 발견되기는 한다. 그러나 전문 심마니도 아닌 일반인이 한 군데도 아니고 여러 산을 옮겨 다니며 이토록 많은 산삼을 캤다는 것은 우연치고 너무 심하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더욱이 전문 심마니나 오랜 전통을 가진 한약상이 아니면 산에 산삼씨나 묘목을 심어 수십 년 간 재배한 장뇌삼(長腦蔘)과 진짜 천종(天種) 산삼의 구별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김씨의 주장을 선뜻 믿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김씨가 캔 산삼들은 일단 외관상으로만 볼 때 하늘만이 묻힌 곳을 안다는 ‘신초’(神草)인 천종 산삼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산삼의 몸체 위에 기린의 목처럼 길게 뻗어 산삼의 나이를 판별해 준다는 뇌두(腦頭)에서 뿌리 몸통 부분에 뚜렷이 새겨진 횡취(橫皺 : 옆으로 나 있는 가는 주름), 뿌리에 좁쌀같이 붙은 옥주(玉珠)에 이르기까지, 언뜻 보기에도 산삼의 일반적 증거들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인삼과 뚜렷이 대별되는 이러한 외관이 있음에도 혹 장뇌삼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깨끗이 가시는 것은 아니다. 장뇌삼은 외관까지도 천종산삼과 그리 차이 나지 않는다. 특히 최근 모 홈쇼핑의 장뇌삼 사기 판매와 관련해 장뇌삼을 산삼으로 허위 감정한 혐의로 모 대학 한의대 교수가 입건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산삼 감정의 신뢰성에 대한 시비가 불거지고 있어 이런 의심은 더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국내 최대 한약상 밀집지역인 대구 약령시(藥令市·약전골목)와 심마니 협회, 산삼 감정에 정통하다는 한의사들에게 감정을 의뢰한 결과, 김씨가 캔 산삼은 장뇌삼이 아닌 천종산삼이 분명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약령시는 조선시대부터 약초를 전문적으로 취급해 온 국내 한약재 시장의 메카. 지금도 약재 감정에서는 권위를 인정받는 곳이다.

자신도 심마니이면서 3대째 약령시에서 천일한약방을 운영하는 이점식씨(60)는 “김씨가 캔 산삼들은 천종이 확실하며, 그것도 최상품 수준”이라고 판정했다. 장뇌삼의 경우 30~50년이 지나면 썩어 없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나마 씨를 뿌려놓고 그만큼 기다리는 사람도 드물기 때문에 이처럼 오래된 장뇌삼은 있을 수 없고, 김씨가 발견한 산삼에는 농약 살포 등 인위적인 재배 흔적이 전혀 없다는 게 그가 내린 결론이다. 장뇌삼의 경우 썩지 말라고 농약을 뿌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대구심마니협회의 한 관계자는 “수면 상태(산삼은 외부 충격을 받으면 잠을 잔다고 한다)에 들어간 산삼이 많아 정확한 나이를 추정하기는 힘들지만 최소 30년생에서 120년생 이상의 천종 산삼이 분명하며 실사를 거쳐 산삼 확인서를 발급해 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김씨의 산삼을 감별한 경북 칠곡군의 한의사 권모씨 등 한의사 2명은 그 자리에서 그가 캔 산삼을 뿌리당 500만 원에 구입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김씨는 과연 어떻게 해서 이런 행운을 만날 수 있었을까. 대학에서 첼로를 전공한 음악인인 김씨는 극심한 불경기 여파로 올 1월 자신이 운영한 공연기획사를 접고 집에서 쉬던 중 고장난 집의 수도관을 고치러 온 배관공 서오규씨(44)를 우연히 만났다. 전남 광양시의 7대째 내려오는 심마니 가계의 5형제 중 막내아들로 태어난 서씨는 자신의 눈에 산삼이 보이지 않는 데 실망해 일찌감치 고향을 떠나 대구에서 배관공을 하며 지내는 사람.

수도관을 고치러 며칠씩 김씨 집을 들른 서씨는 어느 날 자신의 형(심마니)이 캔 산삼을 김씨에게 살 것을 권했고, 그는 힘든 형편에도 병에 시달리는 형제들을 위해 쾌히 산삼을 구입했다. 한 뿌리에 600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였지만 간경화에 걸린 둘째 형과 중풍에 시달리는 누나가 산삼을 나누어 먹고 쾌차하는 과정을 지켜본 다음부터 김씨는 서씨에게 산삼을 캐러 가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물론 서씨는 완강하게 이를 거절했다. 산삼은 아무나 캐는 것이 아니고, 자신도 심마니 가계에서 태어났지만 산삼을 캔 기억은 몇 뿌리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막무가내로 졸라대는 김씨 요구에 못 이겨 마지못해 남원 쪽 지리산 자락으로 산행에 나선 지난 6월15일 서씨는 까무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신기하게도 그가 그냥 지나친 곳에서 산삼에 대해 완전 문외한인 김씨가 산삼 4뿌리를 발견한 것이다.

김씨의 행운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한번 ‘산삼 맛’을 본 김씨는 서씨에게 시간 날 때마다 산행을 요구했고, 결국 이들은 석 달 동안 1주일에 3~4일씩은 산에서 살았다. 신기한 점은 산삼이 나올 만한 산은 서씨가 선택했지만 산삼은 꼭 김씨에게만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어릴 적부터 청년이 될 때까지 심마니 생활을 한 서씨로서는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심지어 김씨는 서씨가 지나간 자리뿐만 아니라 심마니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등산길에서 조차 산삼을 발견했다. 산행을 계속하면서 서씨도 산삼을 캤지만 그 비율은 미미했다. 13차례의 산행 중 김씨가 산삼을 발견하지 못한 건 단 두 차례뿐이었다.

“산에만 가면 산삼이 보이네”
김씨는 현재 자신이 캔 산삼을 서씨와 공평하게 나누고 있다. 산삼이 있는 산으로 그를 안내한 사람이 서씨고, 서씨가 없었다면 그런 행운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등산길 옆에서 70년 동안 자라면서도 다른 사람의 눈에 한 번도 띄지 않은 산삼이 내 눈에 보인 것을 생각하면 뭔가 있기는 있는 것 같은데….” 김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왜 산삼을 캐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한다. 약령시 한약상들도 그저 신기하다고만 할 따름이다.

흔히 산삼을 캐기 전날은 반드시 꿈을 꾼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야기. 그러나 그에겐 그런 ‘현몽(現夢) 현상’도 없었다. 지난 9월14일 청송의 한 야산에서 산삼 12뿌리를 캐기 전날 천년 묵은 산삼을 캐는 꿈을 꾸긴 꿨지만, 그는 그 꿈을 “워낙 산삼을 갈망하는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해석할 따름이다.

어쨌든 김씨가 산삼을 캐면서 그의 주변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무려 13뿌리의 산삼을 먹어치운 아들(6)과 딸(3)은 항상 달고 다닌 콧물감기가 뚝 떨어졌고, 부부간 금실도 더없이 좋아졌다. 처음에는 산에만 놀러 다닌다고 핀잔을 준 김씨 부인은 요즘 들어서는 오히려 산에 가지 않는다고 성화다.

“고생도 많았지만 산삼을 발견할 때는 너무 황홀했습니다. 환희에 차 ‘심 봤다’를 외칠 때는 한마디로 무아지경이죠. 산삼에 삼배(三拜)를 드리고 일어설 때 그 산뜻함이란 말로 다 못합니다. 저도 이제 심마니가 다 된 모양입니다.”

김씨는 아예 전문 심마니로 나설 결심을 굳혔다. 그래서 최근에는 서씨에게 심마니에 관한 모든 것을 전수받고 있다. 자신의 행운도 기술이 뒷받침할 때 더욱 빛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그가 진짜 심마니로 나선 진정한 이유는 언제든 산삼을 캘 수 있다는 자만심 때문이 아니라 산의 맑은 공기와 스트레스 없는 생활이 좋아서란다. 공연이 실패할까 매일 가슴 졸인 그에게 산은 그 자체로 천국이나 다름없었던 것.

도대체 근원을 알 수 없는 김씨의 행운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전국의 심마니들이 놀라움 속에 그를 지켜보고 있다.



주간동아 2001.10.18 305호 (p52~53)

< 최영철 기자 / 대구 >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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