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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송수권의 풍류 맛기행 | 진주 한정식

맵시와 절개 ‘권번문화의 밥상’

  • 시인 송수권

맵시와 절개 ‘권번문화의 밥상’

맵시와 절개 ‘권번문화의 밥상’
안동 헛제삿밥과 쌍벽을 이룬 것이 진주 헛제삿밥이다. 헛제삿밥은 선비들의 야참거리였는데 또한 전주비빔밥과 짝을 이룬 것이 진주비빔밥이기도 하다. 이에 버금가는 것이 진주 한정식이다. 한정식은 양반문화의 밥상을 뜻한다. 이는 곧 성(城)문화의 대표적인 권번(기생)음식에서 품새를 찾을 수 있다. 서울 4대문(大門) 안이 그렇고 진주성문 안이 그렇다. 선비 못된 것이 한량(무반)이란 말도 있지만, 돈푼 깨나 있는 한량이 멋으로 꿰차고 이끈 것이 권번문화다.

촉석루의‘논개 비화’를 들 것도 없이 음률과 시가에 능한‘말하는 꽃’(解語花)이 많이 솟은 곳도 진주성이었다. 오죽하면 동편제 가락의 창시자 송흥록이 진주 권번기생인 맹월에게 반하여 감사또와 ‘소리 내기’를 했을까. 끝내 감사또 영감이 눈물을 보이지 않자 ‘사또 양반 정말 나를 죽이려 하오’라고 늘어터진 소리 가락으로 사또를 울리고 맹월을 차지한다. 또 맹월이 내빼자 그는 병상에 누워‘맹월아~, 맹월아~’ 하며 늘어터진 소리, 즉 진양조의 목을 흔들어대는 판소리 가락을 창시하였다. 이것이 진주성(城)이 아니면 가능할 리 없다.

‘진주성에 가서 맵시 자랑 말고 승용차 자랑 말라’는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촉석루 못 미처 남강공원에 의젓한 한정식‘수라’(정계임, 055-748-7272~3)라는 2층 반양옥집이 버티고 있다. 전통의 뿌리를 이어오는 집인데, 음식학자인 정계임 교수는 교수 신분을 유지하면서 이 집을 경영하고 있다. 그녀도 전생에 무슨 끼를 타고났는지, 경상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96년엔 조리 기능장 최고상(한국산업인력관리 주최)을 받고, 지금은 진주전문대, 경상대 등에 출강하며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있다. 일신 전통식품㈜, 일신 요리전문학원, 진주 제과제빵 기술학원, 경남 요리제과 직업전문학교까지 운영하고 있다.

맵시와 절개 ‘권번문화의 밥상’
“수라(水喇)란 원래 몽골어 아닙니까? 낮은 아수라, 밤은 그냥 수라라고 했어요. 저도 수라란 이름이 좋아 그대로 따왔지요.” 이처럼 정교수는 수라라는 옥호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20여 가지 죽을 끓일 줄 모르면 사대붓집 마님의 자격이 없듯 그녀는 한정식에서는 단연 경남 제1호의 조리 기능자격증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다만 필자가 보기엔 이 인력자원을 진주시청이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진주비빔밥이나 헛제삿밥의 맥이 거의 단절되었음이 단적인 예가 된다.

위에서 말했지만, 진주의 성문화가 어떤 문화인가. 이능화(李能和)의‘조선해어화사’(朝鮮解語花史: 기생의 역사 열전)를 보면, 지방에 따라 나름의 특색이 있었는데 평양기생이 그 숫자나 기예에서 가장 으뜸이었고, 다음이 진주기생으로 나와 있다. 의절 논개말고도 역대 진주기생으로는 승이교(勝二喬)·계향(桂香, 蘭香)·매화(梅花), 진양의 옥선(玉仙), 마산의 유섬섬(柳纖纖)·주채희(朱彩姬) 등이 빼어난 명기(名妓)들이었다.



영남의 기생은 단가에 능했고, 평양 기생은 관산융마(關山戎馬)를 잘 불렀으며, 제주 기생은 말달리는 재주가 있었고 대학(大學) 읽기를 좋아하는 기생이 있었다는 기록도 보인다. 연산군 때 채홍사(採紅使)라는 관직이 있어 임금 침수를 드는 흥청(興淸)이 있었으니 오늘날 ‘흥청망청’이란 이름이 여기에서 유래한다.

“가련타 가련타 의기선생 가련타 / 황량한 술잔에 이 빠진 제기(祭器)라니 / 선생(논개)이 만약 남아로 태어났더라면 / 충렬사 안에 혈식을 받는 사람이 되었으리.”

이는 진주 기생 유섬섬이 임진왜란 이듬해인 계사년에 눈물로 쓴 시다. 정계임 교수가 권번문화의 음식 상차림인‘수라집’에 매달렸듯이‘진주성문화’의 정립은 진주시청의 몫이 아닐까 싶다. 이들의 설계로‘권번 음식문화’의 축제가 촉석루에서 열릴 날을 기대해 본다.





주간동아 2001.08.16 297호 (p90~90)

시인 송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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