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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전국 문예회관 민영화만이 살 길인가

‘문화예술’ 기업 논리로 보지 마!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문화예술’ 기업 논리로 보지 마!

‘문화예술’ 기업 논리로 보지 마!
김채현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는 지난 5월 서울 대학로 문예회관에서 나흘 간 민족춤제전을 개최한 후 분통을 터뜨렸다.

“특수한 공연물이 아닌 한 부대인력이나 조명인력 등은 극장에 직원이 상주해 사용자에게 비용부담을 전가하지 말아야 하는데, 공연장마다 구조조정기 이후 상주직원을 대대적으로 줄여 사용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건물만 공공극장이지, 속내용은 민영극장이나 다름없게 변질되어 가는 것이다.”

김교수는 지난 7월26일 민예총이 주최한 ‘공공 문예회관 민영화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포럼에 참석해 이런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기획예산처가 강력하게 추진한 공공 극장 재정 자립도 제고가, 해마다 대관료를 인상하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또 산하단체를 가진 공공 극장의 경우에도 공연을 질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수익을 늘리기보다 대관료를 인상하고 주차장을 유료화하는 등 비예술적·비문화적·비전문적 방법으로 재정 자립도를 높였다고 비판했다.

김학민 전 경기문화재단 문예진흥실장의 비판 수위는 한층 높았다. “지방 문예회관들은 지역성과는 무관하게 외관부터 세종문화회관 복제품이다. 그것도 인적이 드문 곳에 덩그러니 세워 세종문화회관의 권위적인 이미지까지 그대로 옮겨놓았다. 경기도 쭛쭛시의 문예회관은 논 한가운데 서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이용하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시 행사 때 셔틀버스로 공무원을 옮겨 이용하는 게 고작이다.

문예회관의 좌석 수는 지방자치단체장 취임식에 참석할 사람의 머릿수와 같다는 것은 이제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다. 하드웨어는 그렇다치고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 또한 전무하다. 조명이라야 전기기사가 껐다 켜는 수준이고, 전문성과는 관계 없는 관리자들이 집에 가기 바빠 공연이 끝나기도 전에 막을 내리고 불을 꺼버린다.”



이처럼 ‘공공 문예회관 민영화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포럼이 각 지역 문예회관들의 성토장이 된 것은 김대중 정부 들어 정부조직 개편의 일환으로 적극 추진해 온 국·공립 문화관련기관 민영화에 대한 문화계의 불만을 보여준다. 1998년 민영화를 앞두고 많은 문화계 인사들은 관치문화 탈피를 위해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원칙에 동의하면서도, “문화예술기관은 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민영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진행되는 민영화는 그런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2001년 6월 현재 전국 문예회관은 101개에 달한다.

‘문화예술’ 기업 논리로 보지 마!
먼저 문예회관의 민영화는 크게 4가지 유형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립중앙극장처럼 기관장을 공채하고 계약기간 내 성과에 따라 추후 재계약하는 형식의 책임운영기관,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처럼 별도의 재단법인을 세워 이곳에서 위탁운영하는 방식, 과천문화예술회관, 용인문화예술회관, 창원 성산아트홀 등과 같이 조례에 의해 공단을 설치`-`운영하는 공사화 방식, 또 경상남도 문화예술회관이나 전라북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하 소리문화의전당)처럼 민간법인에 위탁운영하는 방식이 있다. 이 중에서 전문가들은 ‘공사화’ 방식에 가장 큰 우려의 눈길을 보낸다.

이철순 전국문예회관연합회 사무국장은 “자치단체가 소유한 운동장 등의 체육시설과 문화회관을 통합 관장하는 시설관리공단 형태 또는 사업소 형태의 민영화로 운영경비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퇴직관리들의 자리마련용으로 전락하거나, 상대적으로 체육시설보다 수익성이 낮은 문화회관이 비인기시설로 운영되어 활성화가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며 문제점도 인정했다. 김학민씨는 “민영화의 원래 목표가 관료 주도형 운영체제(비전문성, 예산집행의 경직성)에서 벗어나는 것인데, 유료주차장과 주차위반 과태료 부과업무, 공설운동장 운영 마인드를 가지고 문화회관을 운영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고 했다.

민간법인 위탁방식 역시 취지는 좋으나 현실적으로 극장운영 경험을 갖춘 법인을 찾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쳤다. 민간위탁 과정에서 전라북도 도립국악원 예술단 단원들과 마찰을 겪은 소리문화의전당이 좋은 예다. 전라북도는 오래 전부터 도립국악원과 오는 10월 개관 예정인 소리문화의전당을 민간위탁하기 위해 일반공모한 결과 지난 6월 중앙공연문화재단과 위탁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예술단 단원들이 중앙공연문화재단의 운영능력을 문제 삼아 위탁을 거부하면서 일단 소리문화의전당만 위탁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전라북도는 앞으로 공연단체의 민영화라는 과제를 남겨두게 되었다.

현재 민영화 과정에서 문예회관들의 가장 큰 불만은 재정 자립도에 대한 압박이다. 이철순 사무국장은 “예술의전당의 재정 자립도는 연간 75% 수준이다. 이미 세계 최고의 자립도인데도 적자를 면치 못한다고 질타하는 경우를 두고서는 할 말이 없다. 오히려 예술의전당은 연간 수지를 50% 정도로 낮춰야 한다. 자립도를 낮추는 대신 연간 사업규모를 늘리는 것이 훨씬 가치가 있다”고 했다. 또 이사무국장은 서울이나 광역시의 경우 재정 자립도를 50% 정도,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약 30% 수준에서 목표로 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했다.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의 장미진 책임연구원은 지난 10년 간 세종문화회관의 재정 자립도 달성(88년 1.04%, 98년 16.74%)을 “경제학자도 놀랄 만한 성과다”고 하면서 그러나 “지금까지 진행된 민영화 방안들은 문화기관이 국가적 지원 없이는 존립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잊었다”고 말한다. 현 단계에서 민영화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문화예술 전문 경영인을 육성하며 각 공연장에 대해 안정적인 재정지원을 약속해 수준 높은 작품 제작 및 공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영화를 시작한 지 불과 1, 2년 만에 극장의 수입이 늘고 재정 자립도가 얼마나 향상했으며 객석 점유율이 몇 퍼센트 증가했다는 식으로 평가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이철순 사무국장의 지적대로 이런 실적주의로 인해 공공성과 공익성이라는 극장 본래의 목표를 이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문예회관은 지역문화의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진정한 민영화는 문예회관 본래의 목표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가라는 고민에서 출발하는 것이 옳다. 그 점에서 민영화보다는 공영화라는 말이 적절하다는 김학민씨의 지적이 훨씬 설득력 있게 들린다.



주간동아 2001.08.16 297호 (p80~81)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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