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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눈뜨면 모기가 날아다녀요

수정체 뒤 유리체 이상 ‘비문증’ … 초기 치료 없이 방치 땐 실명 부를 수도

  • < 권오웅/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

눈뜨면 모기가 날아다녀요

눈뜨면 모기가 날아다녀요
어느 날부터인가 회사원 박모씨(52)는 눈앞에 검은 점 같은 것들이 어른거려 안과를 찾았다. 진단 결과는 비문증(일명 ‘날파리증’).

역시 같은 진단을 받은 주부 김모씨(56)의 증상. “눈앞에 날파리가 어른거리는 것처럼 뭔가 크고 작은 점 같은 것이 하나둘씩 보였지만 통증도 없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죠. 그런데 어느 날 여행 갔다가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전혀 안 보였어요.”

뒤늦게 안과를 찾은 김씨는 의사에게서 “자칫 실명할 수 있으니 빨리 큰 병원에 가보라”는 얘기를 들었다. 겁이 덜컥 난 그는 대학병원의 안과 전문의를 찾아 ‘망막 열공에 의한 망막 박리’라는 진단을 받고 바로 수술을 받아 다행히 원래 시력을 회복했다.

이처럼 아무런 통증 없이 눈앞에 작은 점이 한두 개 또는 여러 개가 떠다니거나 지푸라기 같은 것이 어른거려 마치 날파리나 모기가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고, 눈을 감으면 사라지는 증상인 비문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최근 늘고 있다. 지난 95년만 해도 세브란스병원 안과를 찾은 외래환자 100명 중 비문증 환자는 5명 내외였으나 최근엔 10명 이상으로 늘었다. 비문증이 노화과정에서 나타나는 한 증상인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환자의 증가는 국내 노년인구의 증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비문증의 원인은 노화, 고도근시, 눈의 외상 및 포도막염 등으로 인해 눈 속에 있는 유리체에 이상이 생긴 때문으로 알려졌다. 유리체는 각막, 수정체와 망막 사이에 위치하는, 눈 크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주 맑은 액체로 젤리 같은 생김새를 가지고 있다. 이 유리체에 이상이 생기면 본래의 투명성을 상실해 혼탁해지며 혼탁이 심할수록 시력이 저하한다.



비문증을 카메라 원리에 비유하여 설명하면,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를 통과한 사물의 빛이 렌즈 뒤편 먼지가 낀 공간(유리체)을 통과하면서 상(象)이 맺히는 필름 역할을 하는 망막에 먼지의 잔영(殘影)이 생기는 것이다.

증세가 가벼운 경우 시야에 까만 점, 실, 먼지 모양의 검은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특히 맑은 하늘이나 흰 벽 등을 바라볼 때 이런 증상을 더 느끼기 쉽다.

눈뜨면 모기가 날아다녀요
여기서는 비문증을 불러오는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히는 노화에 따른 ‘후유리체 박리’에 대해 살펴본다. 사람의 눈은 나이를 먹음에 따라 젤리형태의 유리체의 성질이 물처럼 되는 액화가 진행한다. 액화가 진행하는 유리체 내 부위에서는 액화한 유리체로 채운 공간이 생기고, 그 주변을 섬유질 성분으로 둘러 채우면서 유리체는 쭈그러진다. 점차 쭈그러지는 유리체는 원래 망막과 접한 뒤편 부위에서 떨어져 나가는 박리현상을 일으키는데 이를 후유리체 박리라 한다.

이 후유리체 박리는 70세 이상 노인에게서는 다 나타나는 불가피한 것이지만 고도근시를 가진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더 일찍 유리체의 액화가 생긴다. 또 눈 수술이나 염증, 눈의 외상을 겪은 이들에게서 후유리체 박리현상의 발생을 앞당길 수 있다. 후유리체 박리의 진행은 뒤쪽에서 먼저 시작해 주변으로 차차 진행하므로 초기엔 시신경 말단만 붙어 있는 깔때기 모양을 보이다가 결국엔 완전히 망막과 분리한다.

이렇듯 유리체가 앞쪽으로 수축해 망막과 분리를 일으키는 사람 중 10%는 원래 접한 망막이 찢기면서 구멍을 만드는데 이를 ‘망막 열공’(裂孔)이라 한다. 이때 망막의 구멍으로 유리체의 액화한 성분이 스며들면 망막 박리에 이르는데 심하면 완전 실명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자신이 비문증으로 의심되면 이른 시일 내에 안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또한 후유리체 박리가 진행하는 동안 아직 망막과 유리체가 붙어 있는 부위에서는 안구를 움직일 때 유리체의 견인으로 인해 망막이 자극을 받아 눈앞에서 불빛이 번쩍이는 듯한 ‘광시증’(photopsia)을 동반하기도 한다. 광시증은 비문증과 반대로 눈을 감거나 어두운 곳에서 잘 느끼는 것이 특징이며, 망막 열공이 발생한 경우 더욱 심해지므로 광시증이 있다면 망막 열공의 발생을 의심해야 한다.

비문증 자체는 대개 시력장애를 나타내지 않지만 예민한 사람은 무척이나 신경이 쓰인다. 이때는 시일이 경과하여 혼탁이 없어지거나 적응할 때까지 심리적 안정을 취하는 게 좋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떠다니는 물체가 커지거나 많아져 시력장애가 심하면 적극적인 치료(유리체 절제술)가 필요할 수도 있다. 특히 망막 열공의 가능성이 의심되면 상세한 안과 검사를 받은 후 전문의 처방에 따를 것을 권한다.

망막 열공의 치료는 현재 레이저 응고술과 냉동법 등이 있는데, 구멍난 망막 주변에 인공적으로 염증을 일으켜 메워주는 시술을 하며 조기 치료하면 원래의 시력을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망막 열공을 방치하여 결국 망막 박리가 이루어지면 점차 눈앞에 검은 장막을 친 느낌과 함께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물체의 상이 일그러져 보이는 ‘변형시’와 함께 실명을 동반할 수 있다.

비문증을 방치하면 망막 박리라는 큰 병이 될 수 있는 만큼 바로 안과 전문의를 찾아 진단을 받도록 하며, 진단 결과 망막에 이상이 없으면 4~6개월마다 정기 검진만 받아도 일상 생활에 큰 문제는 없다.



주간동아 2001.08.16 297호 (p76~77)

< 권오웅/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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