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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날씨 한국 상륙?

집중호우·기온상승 계속되자 ‘아열대화 진입설’ 제기… 기상청 “기후 변화 단정은 무리”

  • < 황일도 기자 > shamora@donga.com

동남아 날씨 한국 상륙?

동남아 날씨 한국 상륙?
날씨가 이상하다. 아침나절 맑았던 하늘이 금세 어두워지더니 폭우를 쏟아붓는다. 오후 들어서도 개었다가 다시 비를 뿌리는 ‘국지성 게릴라 호우’는 하루종일 계속된다. ‘열대 스콜’(squall)을 연상케 하는 비다.

‘100년 만에 최악’이라는 봄 가뭄에 바로 뒤이어 등장한 7월15일, 23일, 29일의 집중호우는 곧 ‘30년 만의 최악’이라는 장마를 몰고 왔다. 밤에도 25℃를 넘는 열대야가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요즘 문득 머리를 스치는 생각. “우리 나라 온대기후 맞아? 이건 꼭 동남아 같잖아.”

이상난동·특이현상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듯한 이 현상들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은 기상학계에서도 논란거리가 되었다. 핵심쟁점은 ‘한반도의 기후는 과연 변화하고 있는가’라는 것. 최근 일부 언론에서 “‘한반도가 이미 온대기후를 넘어 아열대기후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지만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는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이른바 ‘아열대 논쟁’의 선두에 서 있는 사람은 한국교원대의 정용승 교수. 정교수는 평균기온과 강수량의 상승을 근거로 제주도나 남부지방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아열대적 특성이 꾸준히 북상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30년 간 주요 지점의 평균기온이 0.96℃ 이상 증가하고 국지성 게릴라 호우가 빈발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아열대기후의 징후로 볼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정용승 교수는 “평균기온이 영상 10℃ 이상인 지역이 9~10개월을 넘으면 아열대기후로 볼 수 있다”는 정의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영상 10℃를 넘는 달이 평균 7~8개월에 이르고 있다는 것. 강수량 역시 지난 30년 간 200mm 이상 증가한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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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 산하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하 환경연구원), 국립수산진흥원 역시 해수의 온도 변화와 식생 변화를 들어 한반도의 기후변화를 주장한다. 국립수산진흥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 나라 해역의 수온이 최근 100년 사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강릉 앞바다의 겨울철 수온이 지난 100년 간 2.0℃, 울진 앞바다는 1.8℃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바닷물의 온도 상승으로 찬물에 사는 어종들이 살기 어려워 연어 청어 대구 명태 등이 북쪽으로 서식처를 옮겼다고 환경연구원 조광우 박사는 말한다. 같은 연구원인 전성우 박사는 한대성 동식물 분포의 남방한계가 북쪽으로 이동하였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대표적 아한대 식물인 신갈나무 군락이 현재 위치에서 100km 이상 북으로 이동해 태백산 일대에서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반면 이러한 현상들을 ‘아열대화’로 단정짓기 어렵다는 반론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대표적인 경우는 공식적으로 ‘한국의 날씨를 책임지는’ 기상청 연구관들.

물론 기상청 연구관들도 평균기온이 상승하였다는 사실 자체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이 기온 상승이 과연 자연적인 기후 변화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도시 열섬화 현상에 의한 국지적 변화인지에 대한 부분이다. 서울 경기 울산 대구 등 대도시 주변의 기온이 주로 상승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도시화에 따른 녹지 파괴가 기온 상승의 핵심적인 요인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극심한 가뭄에 연이은 장마나 집중호우 등 ‘아열대 징후’라고 주장하는 현상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계속된 한반도 기상의 한 특징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강수량 증가 역시 확정적인 지표로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이다. 기상관측을 시작한 1908년 이후 자료상으로는 증가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조선시대 측우기 관측자료를 통한 고기후 연구결과를 포함해 분석하면 결과는 달라진다고 연구관들은 말한다. 즉 최근 수십 년의 강수량 증가는 수백 년을 두고 반복해 온 강수량 증감 패턴의 일부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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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기상청의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100년 만의 가뭄이나 30년 만의 홍수를 모두 포함해 올해의 강수량을 연말에 계산해 보면 예년과 다름없는 평균강수량이 나올 것이다. 최근 기상이 조용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기후변화로 단정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기관인 환경연구원과 기상청이 이처럼 ‘아열대 논쟁’에 대해 사뭇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를 위해서는 논쟁의 범위를 넓혀 그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반도 아열대화 주장은 기본적으로 ‘지구온난화 현상’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구가 더워졌기 때문에 한반도의 기후도 변화하였다는 주장인 것. 그러나 ‘지구 온난화 현상’ 역시 국제적으로 아직 논란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3월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교토의정서의 불이행을 선언한 데에는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이 작용했다. 교토의정서란 지난 97년 일본 교토에 모인 37개국 정상이 온난화의 원인으로 지목되어 온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의무축소율을 각국마다 배정한 협약서. 우리 나라는 아직 교토의정서 의무 참여국가는 아니지만 세계 11위의 온실가스 배출국가인 만큼 오는 2018년부터 축소 의무를 분담한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공장가동 제한, 산업구조 개편 등 치러야 할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처럼 일반인에게는 이미 기정사실인 것처럼 알려진 온난화 현상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하는 대표적인 사람이 MIT 기상학과 리처드 린젠 교수. 린젠 교수는 지난 88년부터 온실효과에 의한 지구온난화가 생각만큼 심각하지 않으므로 교토의정서는 지나친 조치라는 견해를 거듭 밝혔다. 올 초 작성된 유엔산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기구)의 3차보고서 역시 지구온난화가 과학적으로 100% 확증된 사실이 아님을 언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0월 기상청의 박정규 기후예측과장이 온난화 주장에 반기를 든 바 있다. “1860년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 기온은 0.6℃ 가량 상승했으나 30년 내외를 주기로 온난기와 냉각기가 반복했으므로 1980년대부터 시작한 온난기가 마감되는 2010~ 2020년에 다시 기온이 내려갈 것이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이를 바탕으로 “지구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불확실성을 제쳐놓고 온실가스 감축을 유일한 대안으로 몰아가다가는 큰 경제적 손실이 우려된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지구온난화 저지와 기후변화협약(UNFCC) 준수에 적극적인 환경연구원의 경우 한반도 아열대화 주장에 대해 긍정적인 반면, 과학기술부에 소속된 기상청이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유도 근본적으로는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에 대해 다른 입장을 가졌기 때문이다. 섣불리 아열대화를 인정했다가는 결국 온실가스 배출제한에 조속히 참여해야 하는 필요성을 자임하는 미묘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정부가 2018년까지 연기하려는 온실가스 배출제한 시점을 앞당길 경우 산업계에 미칠 영향은 엄청나다.

한반도에 아열대적 특성이 강화되었는지에 대한 논란에는 이러한 배경이 숨어 있다. 당분간 정답이 나오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날씨가 왜 이렇게 덥나’라는 작은 의문은 실제로는 전혀 단순하지 않은 정치·경제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주간동아 2001.08.16 297호 (p40~41)

< 황일도 기자 >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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