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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3당 공동후보’ 군불 때기

‘허주 구상’ 여권 내 미묘한 의견 차이… “무리한 정계개편 지지층 몰락” 우려의 목소리도

  •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여3당 공동후보’ 군불 때기

‘여3당 공동후보’ 군불 때기
김윤환 민국당 대표가 민주당과 자민련, 민국당의 합당과 내년 대선의 공동후보론을 또다시 역설했다. “후보는 영남 출신이어야 한다”는 지론도 빼놓지 않았다. 궁색한 민국당의 현실을 풀어 나가려는 술수라는 지적도 있지만 김대표가 던진 3당합당과 공동후보론은 내년 대선 정국의 주요 이슈임에 분명하다. 과연 범여 3당합당과 공동후보는 가능한 것인가.

김대표는 지난해 총선에서 치욕적인 패배를 한 후 ‘반전의 묘수’를 찾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김대표의 한 측근에 따르면 “마치 내년 대선에 모든 것을 건 것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지난해 총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게서 ‘버림’ 받은 이후 그와의 마지막 승부(내년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김대표의 최근 행적을 보면 이같은 지적은 설득력을 더한다. 지난 6월27일 국정협의회차 청와대를 방문한 후 김대표의 활동 영역은 전방위로 넓어졌다. 한 측근은 당시 김대통령과 김대표의 청와대 회동 때 공식 일정 사이에 ‘토막 밀담’을 가진 것을 거론하며 “그 직후부터 김대표가 왕성하게 움직였다”고 설명한다.

최근 김대표는 민주당 권노갑 전 최고위원과 만나(7월20일경) 3당합당 및 대선 구도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비슷한 시기 박지원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도 만났다. 김중권 대표와 만나 식사를 했고(7월 말), 이수성 전 총리와는 서울 근교에서 골프를 하기도 했다(7월29일). JP와의 긴밀한 관계도 눈에 띈다. 당초 두 인사는 지난 7월31일 함께 일본으로 출국해 공동으로 ‘일본 구상’을 검토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역사 교과서 왜곡사건 등으로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한 상태에서 동시 방일에 나설 경우 자칫 비난여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취소했다. 이외에도 민주당 김근태 최고위원,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 등 김대표가 최근 접촉한 인사들은 부지기수다.

JP 등 정치권 인사 전방위 접촉



민국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허주 구상(‘3당합당’ 및 공동후보)은 이들과 회동을 통해 일정 부분 의견을 조율한 끝에 입에 올린 화두임을 유념해 달라”고 말한다. 일시적 여론타기와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여권 고위인사에게 전하는 김대표의 메시지는 비교적 단순 명쾌하다.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합당과 대선후보 가시화를 이루지 못하면 여권은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패배하고,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해 재집권이 불가능할 것이다”가 요지다.

문제는 허주 구상에 대한 민주당과 자민련의 반응. 민주당은 대체적으로 “글쎄…”라는 소극적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아직 합당과 같은 계산을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이르고 변수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허주 구상이 차기 대선 후보를 영남권 후보로 못박았다는 점에서 이인제 김근태 최고위원 등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색깔이 다른 3당의 합당이 원하는 만큼의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한다.

언론사 세무조사 등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도가 한나라당 지지율을 추월한 것도 합당론에 대해 거리를 두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달 허주와 자리를 같이한 김중권 대표는 “정책연합만으로 상호 보완작용이 가능할 것이다”며 부정적 반응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직자는 “오히려 무리한 정계개편으로 정체성 혼란 등을 가져올 수 있고, 그 경우 지지층이 사분오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합당에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합당할 경우 김대통령은 지방선거 공천권 상당 부분을 JP와 허주에게 넘겨줘야 하는 부담도 안는다.

물론 허주 구상을 지지하는 그룹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반창(反昌) 연대’와 허주 구상을 동일선상에 놓고 전략적 접근을 시도한다. 경기도 출신의 한 인사는 “당내 이념적 스펙트럼을 다양화하고 반창 연대의 띠를 형성한다는 차원에서 고려해 볼 만한 안이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잘못할 경우 지난 90년 ‘3당합당’ 때처럼 이념적 대립이나 갈등 양상을 보일 수 있다”며 “합당의 시기나 방법, 합당 이후의 역할 등에 대해 정교한 재단이 선행해야 할 것이다”며 신중한 접근 자세를 보였다.

반면 자민련은 허주 구상에 비교적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다. JP의 한 핵심측근은 “자민련과 민국당이 먼저 합당한 뒤 민주당과 통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며 새로운 방법까지 제시한다. 이렇다 할 대선 주자가 없는 자민련으로서는 합당이야말로 유일한 ‘활로’라는 인식이 출발점이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JP가 부산 구상을 통해 이 문제를 깊이 생각했을 것이다”며 부산 휴가를 떠나기 전 허주와의 직간접 접촉을 시사했다.

그러나 부정론도 적지 않다. 자민련 한 당직자는 “JP는 지난 90년 ‘3당합당’을 통해 이질적 정치세력의 연합이 갖는 위험성과 한계를 절감했다”며 “JP는 그런 식의 정치는 두 번 다시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며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이 인사는 그러나 “합당과 관계없이 김대표가 제시한 공동후보는 음미해 볼 만한 것이다”고 관심을 보였다. 한나라당에서도 합당은 어렵지만 공동후보는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보는 인사들이 꽤 있다.

정치권의 이러한 다양한 반응에 대해 민국당의 한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여권을 움직이는 핵심 인사들의 의지다”며 허주 구상은 연말을 전후해 공론화 과정을 밟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허주 구상은 당분간 정치권의 흐름에 따라 부침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김대표는 ‘3당합당’과 공동후보라는 정치권 최대의 이슈를 선점, 2석짜리 정당의 대표로서는 분에 넘치는 언론의 관심을 받으며, 또 한번 킹메이커에 도전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주간동아 2001.08.16 297호 (p16~17)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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