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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식의 아프리카 문화기행 | 세네갈② 다카르와 장미호수

때묻지 않은 비경… 황홀한 ‘해넘이’

  • < 글·사진/ 전화식(Magenta International Press), magenta@kornet.net >

때묻지 않은 비경… 황홀한 ‘해넘이’

때묻지 않은 비경… 황홀한 ‘해넘이’
세네갈은 1년 사이에 두 번이나 방문할 만큼 나에게는 각별한 애정이 있는 곳이다. 첫번째 방문은 8월경 여름이 무르익을 때였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항구 도시인 수도 다카르(Dakar) 시내로 들어서자, 소금기 묻어나는 열기와 함께 석양이 지는 바다를 배경으로 수백 마리 새들이 날고 있는 풍경이 차창 안으로 밀려왔다.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어서 감탄을 연발하자, 내 또래의 운전사는 “우기(雨期)에 날마다 볼 수 있는 흔한 광경”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

그는 오히려 “당신네 나라에서는 저런 석양과 어우러진 새들을 볼 수 없냐”며 의아해했다. 그와의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농담 섞인 이야기도 주고받을 수 있었는데, 장난 삼아 “당신, 참 잘생겼다”고 말하자, 그는 매우 우쭐해하면서 뜻밖에도 “나는 부인이 3명인데 당신은 부인이 몇 명이오?”라고 되물었다. 알고 보니 인구의 약 80%가 이슬람교도인 이들은 일부다처제가 통용되고 아내가 많을수록 남자의 사회적 능력을 상징하는 자랑거리란다. 그렇게 대화가 시작되자 다카르에 첫발을 내디딘 내게 그는 온갖 정보를 정직하고도 소상하게 알려주었다.

이런 운전사를 만난 것은 행운이다. 사실 세네갈인들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몸에 익은 ‘나쁜 행실’이 여전히 남아 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좋은 제도나 정직성·합리성 등은 배우지 못하고 어설픈 평등 의식이나 게으름, 부정직함, 일이 잘못되었을 때 끊임없이 해대는 변명 등 아프리카인들에게서 통상적으로 지적되는 나쁜 습성을 꿋꿋이 지켜왔다. 오랜 식민지를 거치며 강자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우리도 겪은 식민시대를 거쳐 생긴 후유증쯤으로 본다면 한편 이해가 되는 일이기도 했지만.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얻은 경험으로 보면 아프리카인과 인도인을 상대하는 것이 가장 만만치 않다. 공통적으로 이들은 오랜 식민지 생활에 면종복배(面從腹背)에 능하고 살아남기 위해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기에 참으로 대하기 피곤한 부류다.

때묻지 않은 비경… 황홀한 ‘해넘이’
실제로 ‘이름만 빼고 나머지는 다 거짓말’이라는 극단의 말로 표현되는 아프리카인의 나쁜 습성을 확인하는 사건을 경험하기도 했다. 두 번째 세네갈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아프리카 호텔에서는 시내 전화비가 비싸 한 통화당 300쉐파프랑(약 540원) 정도인데, 한 달 월급이 8만 쉐파프랑(약 14만 원)이 안 되는 이들에게는 제법 큰돈이다. 따라서 큰 호텔에서도 전화 사용과 관련한 속임수가 가끔 있다. 다카르 최고급 호텔인 소피텔에서의 일이다. 체크아웃을 하려는데, 쓰지도 않은 팩스와 전화요금이 청구된 것이다. 제 딴에는 근거를 만들려고 체크아웃 전에 인터폰으로 몇 시에 체크 아웃 하느냐며 내게 전화까지 했지만 그것이 더 의심을 살 일이었다. 아프리카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나는 이미 그들의 구린 구석을 눈치채고 있던 터다. 아니나 다를까 전화 명세서를 달라 해서 보니 자기들이 인터폰으로 모닝콜한 것까지 올려져 있었다. “당신들은 모닝콜한 것과 인터폰 통화까지 전화 통화로 칩니까? 당장 매니저를 불러와!”라고 고함을 쳤더니, 컴퓨터가 잘못되어 생긴 실수라며 변명을 해댔다.

다카르에서 물론 나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카르는 독립의 광장 주변에 고층 빌딩과 함께 식민시대에 지어진 고풍스런 건물들로 중심부는 비교적 깨끗하고 쾌적한 거리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다른 나라의 도심지도 마찬가지겠지만 구걸하는 어린이와 토산품을 파는 잡상인, 노점상들로 거리는 적당히 붐비고 낡은 차량이 뿜어대는 매연으로 도시는 뒤범벅되기도 하지만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는 세네갈이 서아프리카에서 가장 경제적·정치적으로 안정된 나라에 속해 많은 서구 관광객이 바다를 끼고 잘 발달한 휴양지에 사시사철 찾아오는 탓도 있을 것이다.



세네갈인의 활기가 느껴지는 다카르 근교의 으뜸 볼거리는 ‘숨부딘 시장’(Soumbedioune)이다. 우리 노량진 시장에 비해서는 보잘것없는 크기지만 오후 4시경이면 작은 어선들이 잡아오는 물고기들로 장이 선다. 고기잡이 배들이 해변가에 물고기를 쏟아놓으면 원색의 옷을 차려 입은 아낙네들이 분주히 생선을 손질하고 운반한다.

때묻지 않은 비경… 황홀한 ‘해넘이’
수산물 수출이 국가 소득의 근간을 이루는 세네갈답게 어린아이 몸통보다 큰, 1m 가까운 생선들이 살아 펄떡인다. 저녁거리를 위해 모여든 다카르 시민들의 흥정 소리와 고함, 때로 일어나는 싸움도 다카르 시민의 원색 옷차림과 어우러져 마치 싱싱하게 펄떡대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다카르에서 약 37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장미 호수란 이름으로 잘 알려진 ‘라크 레트바’(Lac Retba)도 볼 만하다. 근접한 바다에서 불과 몇 백 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위치한 것도 지리적으로 불가사의하다. 하지만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연분홍빛 물 때문에 자연이 일으킨 기적이라 일컬어지는 곳이다. 호수의 분홍빛 물결과 대조되는 하얀 소금더미들이 호수 주변에 쌓여 있는 것은 정말 장관이다. 이 호수의 비밀은 신비로운 자연환경 외에도 기적의 호수라 일컬어지기까지 하는 신통력을 갖고 있다. 바로 피부 치료의 효능이 있는 것. 각종 피부병은 물론 심지어 비듬까지도 이 호수에서 해수욕을 하고 나면 없어진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가죽시계를 차고 있던 필자는 더운 날씨 탓으로 팔뚝의 피부가 짓물러 고생하였는데 장미 호수에 몸을 담근 후 이틀 만에 씻은 듯이 나았다. 또한 바닥의 유황 성분이 포함된 진흙도 피부 질환을 고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장미 호수는 인기가 매우 높다. 아직까지는 개발되어 있지 않기에 라크 레트바에서는 자연이 주는 천혜의 선물을 즐길 수 있다.

역사의 서글픔 속에서도 세네갈은 성장하고 있었다. 숨부딘 시장에서 본 것처럼 낙천적이면서도 성실히 삶을 영위해 나가는 저력과 흙벽을 칠판 삼아 공부하는 아이들의 밝은 모습을 보면 지금은 미비하더라도 세네갈의 미래가 장미 호수의 연분홍빛처럼 황홀하고 밝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주간동아 2001.06.21 289호 (p96~97)

< 글·사진/ 전화식(Magenta International Press), magenta@kornet.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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