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5일 부시 미국 대통령이 미 무역위원회(ITC)에 철강분야의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동을 위한 산업 피해 조사를 지시하자 과천의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 관계자들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미국이 철강 수입에 대해 세이프가드 발동을 언급하고 나선 것은 이미 한두 차례가 아니었기 때문에 조사 개시 자체는 어느 정도 예상한 것이었지만 이를 부시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고 나섰다는 점 때문이다. 산자부측이 이번 발표를 다소 ‘전격적’이라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로버트 죌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미국 내 철강수입이 감소 추세에 있다고 언급하는 등 미국 정부가 통상법 201조 발동을 위한 조사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으로 파악해 온 산자부는 의회가 아닌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 무역위원회 조사를 지시하자 다소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국내업계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이번 발표가 그동안 전모를 드러내지 않던 부시 행정부 통상정책의 신호탄이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통상문제와 관련한 주도권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대표적인 것이 의회가 대통령에게 위임하는 ‘무역촉진권한’(Trade Promotion Authority)을 둘러싼 논란이다. 무역촉진권한이란 미 헌법상 의회가 갖고 있는 통상정책 결정 권한을 사안에 따라 대통령에게 위임하고 의회는 사후에 찬반양론만 표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권한은 의회에 있으면서도 사실상 행정부가 주도하는 대외통상협상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절차다.
대통령으로서는 각종 통상협상에서 힘을 갖기 위하여 이 권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을 거치면서 미 의회와 행정부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였고, 부시 행정부는 무역촉진권한을 확보하지 못한 채 출범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취임 이후 범미주자유무역지대(FTAA)는 물론 칠레·싱가포르 등과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루빨리 의회의 무역촉진권한을 따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의회의 보호주의적 입장에 맞장구를 쳐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배경 때문에 부시 대통령은 선거기간 내내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입장을 견지했으면서도 한국 철강 수출에 대해 직접 나서서 세이프가드 조치를 검토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자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201조 발동에 관한 이야기가 꾸준히 나온 것을 감안하면 이번 부시 대통령의 조사 지시는 의회에서 여대야소가 깨진 상황에서 민주당이 의회 주도권을 쥐기 전에 선제공격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강대 왕상한 교수(통상법)도 “이라크 침공 등의 사례에서 보듯 미 행정부와 의회는 국익 앞에서는 늘 여야가 따로없이 한목소리를 내왔다”면서 “철강 수입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는 국내 산업 피해를 막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통상정책과 관련한 미 행정부와 의회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도 풀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일부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구상하는 MD 구상 등 안보문제와 연계해 미국이 한국 등 수출국에 대한 통상압력 수위를 높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부시 행정부의 MD 계획에 대해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였고,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는 매우 소극적인 동조 수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나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밝혔듯이 새로운 국제안보 위협에 대한 부시의 대응과 지도력을 ‘이해한다’는 언급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 만큼 이들 국가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부시 행정부가 통상문제를 지렛대로 사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달 국제통상학회 춘계 학술토론회에서 ‘부시 행정부 통상정책의 정치경제’에 대해 기조 발제한 연세대 모종린 교수는 “부시 행정부가 다자주의 무대보다는 쌍무적 협상으로 자유무역정책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면서 “WTO 중재안마저 거부하거나 오는 11월로 예정된 뉴라운드 협상에도 크게 연연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모 교수는 또 “중국을 멀리하고 일본과 연대하는 원중근일(遠中近日) 방식의 아시아 전략이 통상문제에까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분석을 풀이하면 부시 행정부가 지난 95년 출범 이후 꾸준히 발전되어 온 WTO 차원의 ‘규범에 입각한’ 문제 해결방식을 버리고 정치적 힘에 근거한 ‘밀어붙이기’식 해결방식을 선호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이와는 반대로 아직 최종 확정하지 않은 부시 행정부의 통상정책에 대해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한영수 전무는 “철강 수입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 검토 역시 어제오늘 새롭게 불거진 문제가 아닌 만큼 차분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전무는 “워싱턴 쪽 보고에 따르면 로버트 죌릭 미 USTR 대표의 경우 어느 정도 합리적인 인물로 평가되는 만큼 미국이 일방적으로 무리한 조치를 남발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어쨌든 부시 미 대통령의 이번 조사 개시 결정에 따라 미 행정부를 대표해서 무역대표부가 2주 내에 정식 조사를 청원하면 무역위원회(ITC)는 최장 7개월까지 산업 피해조사를 벌인다. 이를 토대로 구제조치를 건의하면 이를 넘겨받은 대통령은 ITC 건의 후 2개월 내에 구체적 조치를 발동한다. 따라서 최종 조치까지는 약 8∼9개월 정도 걸리게 된다.
하지만 ITC의 조사와 관련해서도 지금부터 반박 논리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미국 내 적지 않은 철강업체들이 도산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도 경쟁력 없는 업체들은 정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던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도산업체의 숫자만으로 피해를 입증하는 것은 어렵다는 이야기다. 산자부 관계자는 “ITC 조사의 경우 단순히 몇 개 업체가 쓰러졌다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분야별 피해에 초점을 맞춰 산업 피해를 판정하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의 철강 수입물량 증가와 관련해서도 미국측 주장대로 한국의 대미수출 증가가 원인인 것만은 아니다. 한국의 대미수출은 지난 97년까지 정상적 증가세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98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포함해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으로 빠져드는 바람에 유일하게 호황국면을 유지하는 미국에 대한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한국의 대미수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라는 것. 게다가 올해 들어 한국의 대미수출 물량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또 미국의 철강 수입이 최근 몇 년 동안 크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얼마나 미국업체에 피해를 입혔는지는 조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미국의 철강 수입물량은 철강과 철강제품을 합쳐 1993년 154억 달러 수준이던 것이 98년에는 280억 달러 규모까지 늘어났다. 아시아 국가에 몰아닥친 금융위기 이후 증가율이 다소 줄기는 했지만, 2000년 들어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이미 288억 달러 수준을 넘어섰다.
그러나 통상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입 증가가 곧바로 미국 철강산업의 ‘심각한 피해’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이 세이프가드를 발동하기 위해서는 한국 등 철강 수출국의 수출 증가로 인해 미국의 철강산업이 ‘심각한 피해’(serious injury)를 봤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일례로 아시아에 금융위기가 진행된 1998년에도 미국에서 가장 큰 13개 철강업체 중 11개는 흑자를 냈다는 것이다. 생산용량도 97년보다 적은 폭이나마 증가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양준석 박사는 “미국 철강업계는 한국 등 아시아 업계가 과잉투자해서 세계시장이 공급과잉 상태에 있다고 불평하지만 미국 기업 역시 같은 기간 동안 생산용량을 증가해 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미국 철강산업의 피해 여부에 대한 판단은 미국의 몫이다. 무역위원회는 자국의 산업 피해를 조사하는 데 따른 상당한 노하우도 있는 집단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막 한·미 간 철강분쟁을 시작했지만 앞으로 1년 가까이 쉽지만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산자부 서석숭 미주협력과장은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사 방침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동시에 무역위원회 조사에 대해 반박 논리를 제공하고, 최악의 경우 WTO 제소로 맞대응하는 단계적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로버트 죌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미국 내 철강수입이 감소 추세에 있다고 언급하는 등 미국 정부가 통상법 201조 발동을 위한 조사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으로 파악해 온 산자부는 의회가 아닌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 무역위원회 조사를 지시하자 다소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국내업계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이번 발표가 그동안 전모를 드러내지 않던 부시 행정부 통상정책의 신호탄이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통상문제와 관련한 주도권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대표적인 것이 의회가 대통령에게 위임하는 ‘무역촉진권한’(Trade Promotion Authority)을 둘러싼 논란이다. 무역촉진권한이란 미 헌법상 의회가 갖고 있는 통상정책 결정 권한을 사안에 따라 대통령에게 위임하고 의회는 사후에 찬반양론만 표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권한은 의회에 있으면서도 사실상 행정부가 주도하는 대외통상협상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절차다.
대통령으로서는 각종 통상협상에서 힘을 갖기 위하여 이 권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을 거치면서 미 의회와 행정부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였고, 부시 행정부는 무역촉진권한을 확보하지 못한 채 출범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취임 이후 범미주자유무역지대(FTAA)는 물론 칠레·싱가포르 등과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루빨리 의회의 무역촉진권한을 따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의회의 보호주의적 입장에 맞장구를 쳐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배경 때문에 부시 대통령은 선거기간 내내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입장을 견지했으면서도 한국 철강 수출에 대해 직접 나서서 세이프가드 조치를 검토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자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201조 발동에 관한 이야기가 꾸준히 나온 것을 감안하면 이번 부시 대통령의 조사 지시는 의회에서 여대야소가 깨진 상황에서 민주당이 의회 주도권을 쥐기 전에 선제공격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강대 왕상한 교수(통상법)도 “이라크 침공 등의 사례에서 보듯 미 행정부와 의회는 국익 앞에서는 늘 여야가 따로없이 한목소리를 내왔다”면서 “철강 수입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는 국내 산업 피해를 막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통상정책과 관련한 미 행정부와 의회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도 풀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일부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구상하는 MD 구상 등 안보문제와 연계해 미국이 한국 등 수출국에 대한 통상압력 수위를 높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부시 행정부의 MD 계획에 대해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였고,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는 매우 소극적인 동조 수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나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밝혔듯이 새로운 국제안보 위협에 대한 부시의 대응과 지도력을 ‘이해한다’는 언급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 만큼 이들 국가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부시 행정부가 통상문제를 지렛대로 사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달 국제통상학회 춘계 학술토론회에서 ‘부시 행정부 통상정책의 정치경제’에 대해 기조 발제한 연세대 모종린 교수는 “부시 행정부가 다자주의 무대보다는 쌍무적 협상으로 자유무역정책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면서 “WTO 중재안마저 거부하거나 오는 11월로 예정된 뉴라운드 협상에도 크게 연연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모 교수는 또 “중국을 멀리하고 일본과 연대하는 원중근일(遠中近日) 방식의 아시아 전략이 통상문제에까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분석을 풀이하면 부시 행정부가 지난 95년 출범 이후 꾸준히 발전되어 온 WTO 차원의 ‘규범에 입각한’ 문제 해결방식을 버리고 정치적 힘에 근거한 ‘밀어붙이기’식 해결방식을 선호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이와는 반대로 아직 최종 확정하지 않은 부시 행정부의 통상정책에 대해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한영수 전무는 “철강 수입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 검토 역시 어제오늘 새롭게 불거진 문제가 아닌 만큼 차분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전무는 “워싱턴 쪽 보고에 따르면 로버트 죌릭 미 USTR 대표의 경우 어느 정도 합리적인 인물로 평가되는 만큼 미국이 일방적으로 무리한 조치를 남발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어쨌든 부시 미 대통령의 이번 조사 개시 결정에 따라 미 행정부를 대표해서 무역대표부가 2주 내에 정식 조사를 청원하면 무역위원회(ITC)는 최장 7개월까지 산업 피해조사를 벌인다. 이를 토대로 구제조치를 건의하면 이를 넘겨받은 대통령은 ITC 건의 후 2개월 내에 구체적 조치를 발동한다. 따라서 최종 조치까지는 약 8∼9개월 정도 걸리게 된다.
하지만 ITC의 조사와 관련해서도 지금부터 반박 논리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미국 내 적지 않은 철강업체들이 도산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도 경쟁력 없는 업체들은 정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던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도산업체의 숫자만으로 피해를 입증하는 것은 어렵다는 이야기다. 산자부 관계자는 “ITC 조사의 경우 단순히 몇 개 업체가 쓰러졌다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분야별 피해에 초점을 맞춰 산업 피해를 판정하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의 철강 수입물량 증가와 관련해서도 미국측 주장대로 한국의 대미수출 증가가 원인인 것만은 아니다. 한국의 대미수출은 지난 97년까지 정상적 증가세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98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포함해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으로 빠져드는 바람에 유일하게 호황국면을 유지하는 미국에 대한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한국의 대미수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라는 것. 게다가 올해 들어 한국의 대미수출 물량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또 미국의 철강 수입이 최근 몇 년 동안 크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얼마나 미국업체에 피해를 입혔는지는 조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미국의 철강 수입물량은 철강과 철강제품을 합쳐 1993년 154억 달러 수준이던 것이 98년에는 280억 달러 규모까지 늘어났다. 아시아 국가에 몰아닥친 금융위기 이후 증가율이 다소 줄기는 했지만, 2000년 들어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이미 288억 달러 수준을 넘어섰다.
그러나 통상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입 증가가 곧바로 미국 철강산업의 ‘심각한 피해’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이 세이프가드를 발동하기 위해서는 한국 등 철강 수출국의 수출 증가로 인해 미국의 철강산업이 ‘심각한 피해’(serious injury)를 봤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일례로 아시아에 금융위기가 진행된 1998년에도 미국에서 가장 큰 13개 철강업체 중 11개는 흑자를 냈다는 것이다. 생산용량도 97년보다 적은 폭이나마 증가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양준석 박사는 “미국 철강업계는 한국 등 아시아 업계가 과잉투자해서 세계시장이 공급과잉 상태에 있다고 불평하지만 미국 기업 역시 같은 기간 동안 생산용량을 증가해 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미국 철강산업의 피해 여부에 대한 판단은 미국의 몫이다. 무역위원회는 자국의 산업 피해를 조사하는 데 따른 상당한 노하우도 있는 집단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막 한·미 간 철강분쟁을 시작했지만 앞으로 1년 가까이 쉽지만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산자부 서석숭 미주협력과장은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사 방침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동시에 무역위원회 조사에 대해 반박 논리를 제공하고, 최악의 경우 WTO 제소로 맞대응하는 단계적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