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87

2001.06.07

남편의 품바 공연 아내가 바통 터치

  • < 신을진 기자happyend@donga.com >

    입력2005-02-01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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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의 품바 공연 아내가 바통 터치
    ‘어∼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저∼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구성진 각설이 타령으로 기억되는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상품 ‘품바’를 탄생시킨 극작가 겸 연극연출가 김시라씨가 지난 2월 5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한국의 문화예술계는 이 걸출한 휴머니스트의 죽음을 머리 숙여 애도했지만 어린 세 남매와 함께 남은 부인 박정재씨(39)는 한동안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진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건강하신 분이 하루 아침에 가실 줄이야…. 연극이 아니었다면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세상을 떠나기 전 김씨는 ‘품바’ 공연 20주년을 기념한 대형 뮤지컬을 준비하고 있었다. 주위 사람들은 공연을 미루라고 했지만 박씨는 남편을 대신해 공연제작을 떠맡았다. 뺨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공연을 계획대로 개최하기 위해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낸 박씨. 그녀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 이번 ‘품바’ 공연은 3대 품바 박동과, 7대 품바 김기창, 9대 품바 최성웅, 14대 품바 선옥현이 출연하는 ‘4人4色’의 무대로 꾸며진다.

    “남편이 보고 있을 거란 생각에 공연을 미룰 수 없었습니다. 사람 맞기를 좋아한 남편을 대신해 이제 제가 관객들을 맞아야죠.”

    그 자신 배우로, 희곡작가로 대학로에서 잔뼈가 굵은 박씨는 서울여대 재학시절 김씨를 만나 17세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결혼해 13년을 부부로, 연극동료로 함께했다. “아이 셋을 업고, 안고, 걸리고 사무실을 다닐 정도로 자상한 아빠였어요. 어디서 돈을 받으면 세어 보지도 않고 봉투째 좋은 일 하는 단체에 갖다주는 통에 제가 잔소리도 많이 했지요. 그렇게 일찍 가려고 모든 이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살았나 봅니다”(6월6∼21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대극장 02-766-3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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