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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TV는 지금 ‘시트콤 전성시대’

시트콤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시트콤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시트콤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시트콤이 ‘방방’ 뜨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코미디 프로가 프라임 타임을 차지할 만큼 사랑받았지만 요즘은 코미디와 드라마의 혼합 장르인 시트콤이 대유행이다. 개편 때면 어김없이 새로운 시트콤이 등장하고 각 방송사마다 주요 시간대에 시트콤을 배치하고 있어, 가히 ‘시트콤 대전’이라 할 만하다.

KBS 김웅래 PD(제작위원)가 말하는 시트콤의 세 가지 요소는 이렇다. ‘세 가지 이상의 에피소드를 피하라. 세 가지 이상의 세트를 피하라. 세 마디 대사 안에 웃음이 나오도록 하라.’ 한마디로 요약하면 ‘단순한 구성’에 ‘보석 같은 대사’여야 한다는 말이다.

‘코믹한 드라마’라 할 수 있는 시트콤에는 똑같은 설정에 똑같은 주인공들이 등장해 매회 독립된 에피소드를 이끌어 간다. 재기 발랄한 상황 설정과 톡톡 튀는 대사, 그리고 개성 있는 캐릭터가 등장해 매 순간 웃음을 유발한다. 슬랩스틱, 재담, 개그 등의 코믹 요소가 웃음을 위한 장치로 사용되고 모든 에피소드는 가족 중심적으로 전개되는 것이 특징이다(시트콤의 친구들은 가족이나 다름없다).

시트콤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주말극, 미니시리즈, 일일연속극, 대하드라마 등 드라마에도 많은 종류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시트콤은 단연 ‘저비용 고효율’ 장르에 속한다. 방송사 입장에서 보면 고정 출연진과 거의 스튜디오 촬영만으로도 웬만한 시청률을 올릴 수 있고 제작비가 저렴한 이점이 있다. 다른 드라마에 비해 출연진들의 대사가 중심이 되는 만큼 영상 미학적 접근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한번 ‘뜨기만’ 하면 투자 대 산출비가 어마어마한 ‘효자 상품’이 되는 것이다.

지난해 최고의 TV 히트품목으로 꼽히는 ‘세친구’(MBC)는 프라임 타임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30%대를 꾸준히 기록하며 시트콤 부문 인기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성인 시트콤’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성과 관련된 소재를 다루면서 선정성 시비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젊은층의 감성을 자극하는 웃음을 선사하면서 사랑받았다. 인기가 있으면 출연진을 교체해가며 질질 끌던 다른 프로들과 달리 ‘세친구’는 올 3월 막을 내릴 예정이다.



반면 3년을 끌어오면서 잦은 출연진 변경과 반복적 구성으로 빛이 바래고 말았던 ‘순풍 산부인과’(SBS)는 전형적인 가족 시트콤으로, 철없는 어른들이 빚어내는 해프닝을 통해 일상의 자잘한 재미를 살리면서 ‘국민 시트콤’으로 자리잡았던 작품. 시트콤으로서는 드물게 ‘시간의 역추적’ ‘화면분할’ 등 다양한 구성 방식을 선보였다. 오지명, 박영규, 미달이 등 뛰어난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푸근한 웃음은 가족용 프로그램으로 자리잡는 데 단단히 한 몫을 했다.

‘순풍 산부인과’의 초기 제작진이 다시 뭉쳐 만든다고 해서 기대를 모았던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는 ‘순풍…’의 후광에 힘입어 첫회 시청률 17%라는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지만 ‘순풍에 돛 단 듯’ 순조로운 항해를 계속할 수 있을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 듯하다. 소방관이라는 독특한 직업 세계와, 코미디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노주현 등 연기자들의 코믹 연기가 아직은 극 속에 적절히 녹아들고 있지 못한 느낌이다.

시트콤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사실 시트콤은 그 어떤 장르보다 부침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편이다. 지난해까지 방송사들이 앞다퉈 신설했던 시트콤들이 속속 막을 내리거나 횟수를 줄였다. ‘점프’ ‘돈.com’ ‘사랑의 유람선’ ‘가문의 영광’ ‘반쪽이네’ ‘오! 해피데이’ 등이 졸속 기획과 허술한 대본으로 좌충우돌하다 흐지부지 사라졌고, 몇몇 프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작품들이 5% 안팎의 부진한 시청률을 보였다.

KBS ‘멋진 친구들’은 지난해 상반기에 시작해 뒤늦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작품. 방송사라는 특정 소재가 갖는 제약을 벗어나 사내 연애, 가정 이야기 등 일반 시트콤 소재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폭넓은 시청자층을 형성해가고 있다. 어떤 직업, 어떤 계층의 사람들을 다루더라도 결국 성공의 관건은 사람 사는 이야기를 얼마나 맛깔나게 풀어나가는지에 달려 있다.

시트콤이 많아지다 보니 너도나도 시트콤에 얼굴을 내밀지만, 시트콤 연기를 잘 소화하는 배우는 극히 드물다. 최불암이 ‘점프’(MBC)에 출연했다가 시트콤 연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 퇴진한 데서도 알 수 있듯 시트콤 연기는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멋진 친구들’의 김석윤 PD는 “순간의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예상되는 분위기를 일시에 반전시키는 표정과 대사, 그리고 상황을 순간에 장악하는 순발력 등이 두루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시트콤에서는 다년간 조연 연기로 연기력을 쌓아 캐릭터 소화능력이 뛰어난 연기자들이 빛을 발하고, 연기력 있는 개그맨들이 개성 있는 캐릭터를 창출해 사랑받기도 한다.

시청자들은 시트콤에 나오는 스타의 모습과 그들의 재치있고 감각적인 말재간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얻는다. 그러나 성공한 웃음을 만들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순간의 재치나 기교만 앞세운 웃음은 그저 허공을 맴도는 메아리처럼 허허로울 뿐이다. 시트콤을 비롯한 많은 프로들이 웃기기에 열중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치열한 삶이 녹아 있는 웃음, 소시민의 꿈과 상처를 어루만지는 진한 페이소스가 담긴 웃음을 보고 싶다. 웃을 일이 별로 없는 이 남루한 시절에 시트콤이 우리의 친근한 웃음 벗으로 자리잡길 바라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01.01.25 269호 (p1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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