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 러시아 문화사절 3인방](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5/03/15/200503150500020_1.jpg)
지난 연말 ‘가정음악’팀이 현지 취재로 방송한 4부작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음악의 고향’은 청취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오히려 제작진이 놀랄 정도였다. 이 프로그램을 놓친 사람들로부터 ‘다시 듣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했고 재방송이 어렵다면 테이프나 CD로 만들어달라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공산화 이전 제정 러시아의 수도이며 러시아 문화의 중심 도시. 지금도 차이코프스키 등 위대한 러시아 음악가를 배출한 페테르부르크음악원과 세계 5대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마린스키극장, 유서 깊은 필하모니아 볼쇼이홀 등이 버티고 있다. 두 차례 현지 취재를 다녀온 유혁준씨(33)는 “20세기 지휘계의 거장 예프게니 므라빈스키의 무덤이 크게 훼손돼 있었고 무덤을 지키는 미망인의 초라한 생활에 가슴이 아팠다”면서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기를 부탁했다.
이 프로그램은 20여년 FM음악방송 외길을 걸어온 홍순덕 부장(45)의 뚝심이 없었다면 전파를 탈 수 없었다. “의미 있는 일이니 자비를 들여서라도 하겠다”며 해외취지를 강행했던 것. 16년째 클래식음악 진행을 맡아온 이미선 아나운서(44)는 방송 중 푸슈킨의 시를 읽다 울먹일 만큼 러시아 문화에 푹 빠져버렸다. 이 방송이 나간 뒤 ‘가정음악’팀에는 한국 러시아대사관으로부터 감사의 인사가 날아들었다. 어떤 공식행사보다 한-러 수교10주년을 뜻깊게 만들어준 프로그램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