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주당 의원들의 자민련 이적 파동, 안기부(국정원 전신) 예산의 신한국당(한나라당 전신) 총선 자금 지원에 관한 전면적 수사 등에 대해 영남권의 반응은 어떠할까. 그 결과는 역시 예상한 대로 한나라당의 지지율 상승, 민주당의 하락으로 나타났다.
‘주간동아’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리서치’에 의뢰해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의 영남권 거주자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1월12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도는 33.3%, 민주당은 10%도 안 되는 8.3%로 나타났다. 이는 일주일 전(1월5일) ‘리서치&리서치’의 자체 전국조사(민주당 29.4%, 한나라당 21.9%)와 비교했을 때 민주당은 무려 21.1%가 낮고, 한나라당은 11.4%가 높은 수치다. 최근 일련의 사건이 영남권에서의 민주당 지지도를 급격하게 하락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이른바 무당파도 절반이 넘는 54.1%로 나타났다. 이 역시 리서치&리서치의 자체 전국조사(43.7%)보다 10.4% 높게 나타나 영남 지역이 타 지역에 비해 정치적 무관심 혹은 정치권에 대한 환멸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차기 대권 구도와 관련이 있는 권력구조 변경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정-부통령제 도입 개헌론에 대해 영남인들의 44.4%가 반대, 34.8%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똑같은 질문을 한 지난해 12월26∼27일의 중앙일보 전국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역시 영남권이 개헌론에 대해 부정적임을 알 수 있다. 중앙일보 조사는 찬성 54.1%, 반대 44.5%였다.
그러나 이번 영남권 조사 역시 찬성과 반대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 권력구조에 대한 논의가 확산될 공산이 크다는 사실을 예고하고 있다. 4년 중임제 및 정-부통령제 개헌에 찬성하는 사람은 남자, 20대, 사무직과 학생 등에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특히 부산(39.4%), 울산(42.0%), 대구 (39.1%) 등 대도시 거주자들의 찬성률이 경남이나 경북의 시골지역보다 훨씬 높은 것이 특색이다.
‘주간동아’의 이번 여론조사는 사실 여권의 ‘영남 후보론’에 초점을 맞추었다. 물론 아직 이른 단계지만 여권의 권력구조 변화로 미루어 볼 때 영남 출신 대통령 후보가 등장할 소지가 나름대로 공간을 확보해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지지도가 하락하는 추세에 후보마저 호남 출신일 경우 여권의 재집권 가능성이 점점 더 줄어들 수 있다는 단순한 추론에 의해서도 여권의 ‘영남 후보론’은 2002년 대선 국면까지 지속될 뜨거운 쟁점일 수밖에 없다(앞 기사 참조).
이를 위해 ‘주간동아’는 일단 민주당의 차기 대선 예상후보와 선호후보를 별도로 분리해 질문을 던졌다. 다시 말해 ‘누가 대통령 후보가 될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과 ‘누가 대통령 후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별도로 마련한 것.
먼저 민주당의 대선 예상후보는 이인제 최고위원(22.5%),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8.4%), 정몽준 의원(5.6%), 고건 서울시장(4.8%), 김중권 대표(3.9%)의 순으로 나타났다. 정동영 최고위원(1.9%), 한화갑 최고위원(1.8%), 김근태 최고위원(1.6%) 등은 모두 2% 미만의 낮은 수치를 보였다.
선호후보의 경우에도 순위는 별다른 변동이 없어 이인제(16.2%), 노무현(11.1%), 정몽준(5.6%), 고건(5.0%), 김중권(3.3%), 정동영(2.3%), 김근태(1.8%), 한화갑(0.9%)의 지지를 보였다. 그러나 노무현 장관의 경우 예상과 선호의 폭이 이인제 최고위원과 상당히 줄어들어(14.1%→5.1%) 역시 같은 지역 출신에 대한 호의적 반응을 나타냈다. 정동영 최고위원의 수치도 선호후보에서 약간 올라가 그에 대한 영남권의 선호도가 다른 후보들보다 높음을 알 수 있다.
선호후보에 대한 대답을 분석했을 때 이인제 최고위원을 지목한 사람들은 남자, 20대(26.3%), 학생(25.9%)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경북(22.9%)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이채롭다. 20대와 학생 그룹은 거의 상수에 가깝도록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이인제 지지자’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반면 노무현 최고위원은 부산(15.2%)과 경남(12.0%) 거주자, 30대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정몽준 의원은 역시 현대그룹이 위치한 울산 지역에서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민주당 후보들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1 대 1로 맞붙였을 경우는 노무현 장관의 경쟁력이 가장 강한 것으로 예상했다.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노무현 장관을 가정했을 때 노무현 20.0%, 이회창 54.9%의 지지도를 보였다. 이인제 최고위원의 경우는 이인제 18.0%, 이회창 56.9%의 지지도였다. 김중권 대표는 김중권 10.8%, 이회창 57.2%의 결과를 나타냈다.
그러나 오차 범위를 생각하면 사실상 노장관과 이최고위원의 대 이총재 경쟁력은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두 사람 모두 대구-경북지역보다는 부산과 울산의 대도시에서 높은 경쟁력이 나타나는 특징이 주목할 만하다. 다만 예상후보나 선호후보 답변보다 노장관 지지가 훨씬 늘어난 것은 노장관을 대통령 후보로 확정짓고 가상 질문한 것이기 때문에 출신지(부산)가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그로 인해 ‘안티 이회창’ 성향의 응답이 ‘무응답’으로 가지 않고 노장관 쪽으로 쏠렸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김중권 대표의 경우는 고소득자와 30, 40대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보여 민주당 대표 취임 이후 영남권 여론주도층을 중심으로 김대표에 대한 인지도와 선호도가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단계임을 알 수 있다.
한나라당의 차기 예상후보로는 역시 이회창 총재가 높은 지목을 받았다. 영남 거주자들은 10명 중 6명 이상(62.2%)이 이총재를 한나라당의 차기 대선 후보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부총재도 9.3%로 거의 10%대에 육박하는 지지를 나타냈다. 이 외에 홍사덕 국회부의장(3.8%), 이부영 부총재(1.7%), 김덕룡 의원(1.3%)의 순서였다.
반면 영남권 거주자들은 ‘이회창 대통령 후보’를 예상하면서도 다음 대선 때까지 한나라당에 일부 의원들의 탈당이나 신당 창당 등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39.3%)이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31.4%)보다 더 많았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 답변자들은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정-부통령제 개헌에 찬성하는 답변자들과 같은 표본에 속해 있는 경우가 많아, 권력구조 변경과 정계재편에 대한 영남권의 기대 역시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영남권의 차기 대선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또다른 요인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향력 여부,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의 거취 여부, 최근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민국당 김윤환 대표 등 옛 여권 민정계 인사들의 동향일 것이다.
그러나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다음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힐 경우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영남권 거주자들은 52.5%가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응답했다.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응답(32.0%)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박근혜 대선 출마 찬성 33.8% 반대 46.7%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경남(47.8%)을 제외한 부산(52.8%), 대구(53.0%), 경북(53.3%), 울산(63.3%) 등에서 거의 고르게 나타났다. 김 전 대통령이 안기부 자금의 신한국당 유입 사건과 관련해 소위 ‘DJ 비자금’에 대해 목청을 높이는 와중에서 나온 이같은 결과는 앞으로 김 전 대통령의 행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결국 다음 대선에서의 ‘YS 변수’는 그리 크지 않을 것임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또한 김 전 대통령과의 관계 정립을 고려해야 하는 민주당의 대권 전략에도 반영될 수 있는 결과다.
다음으로 박근혜 부총재의 차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서는 46.7%가 ‘출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응답해 ‘출마하길 원한다’(33.8%)는 응답보다 높게 나타났다. 출마를 원하는 사람들은 대구(37.6%)지역과 여성(42.9%)에서 약간 많았지만, 다른 지역 모두 33%대에 그쳤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50대 이상 유권자들도 평균 이하인 28.5%만이 출마 희망 의사를 보였다.
이같은 조사 결과를 볼 때 박부총재는 아직 정치인으로서의 비전과 경쟁력을 제시하는데 실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만으로는 독자적인 생명력을 얻을 수 없고, 홀로서기를 통해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결과를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영남지역 구여권 민정계 정치인들이 대선과 관련해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는 질문에 43.5%가 ‘그냥 조용히 있는 것이 낫다’고 응답했다. ‘한나라당에 협조하는 것이 좋다’(20.6%)와 ‘다시 모여 영남지역을 대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좋다’(18.2%)는 응답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한나라당에 협조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경남(23.8%)이 제일 많았고 대구(17.9%)가 가장 적었다. ‘다시 모여 영남지역을 대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역시 대구(27.8%)에서 가장 많았다. 이를 볼 때 민정계 인사들에 대한 대구와 부산-경남 지역의 인식의 편차를 알 수 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할 때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 사이에는 아주 미묘한 이질성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PK는 노무현 장관에 대해 차기 리더로서의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지만, TK는 김중권 대표에 대해 아직 확실한 지지 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듯하다. 김대표 체제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는 하지만 TK는 PK와 달리 김대표가 경북 출신이라는 사실만으로 그에 대해 지지를 보낼 준비가 아직 안 돼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김대표가 여권의 확실한 대권 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우선 TK의 지역 대표성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또한 TK는 이인제 최고위원에 대해서도 PK보다 더 심한 배타성을 보이고 있다. 이 역시 이최고위원에게는 극복해야 할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주간동아’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리서치’에 의뢰해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의 영남권 거주자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1월12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도는 33.3%, 민주당은 10%도 안 되는 8.3%로 나타났다. 이는 일주일 전(1월5일) ‘리서치&리서치’의 자체 전국조사(민주당 29.4%, 한나라당 21.9%)와 비교했을 때 민주당은 무려 21.1%가 낮고, 한나라당은 11.4%가 높은 수치다. 최근 일련의 사건이 영남권에서의 민주당 지지도를 급격하게 하락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이른바 무당파도 절반이 넘는 54.1%로 나타났다. 이 역시 리서치&리서치의 자체 전국조사(43.7%)보다 10.4% 높게 나타나 영남 지역이 타 지역에 비해 정치적 무관심 혹은 정치권에 대한 환멸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차기 대권 구도와 관련이 있는 권력구조 변경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정-부통령제 도입 개헌론에 대해 영남인들의 44.4%가 반대, 34.8%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똑같은 질문을 한 지난해 12월26∼27일의 중앙일보 전국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역시 영남권이 개헌론에 대해 부정적임을 알 수 있다. 중앙일보 조사는 찬성 54.1%, 반대 44.5%였다.
그러나 이번 영남권 조사 역시 찬성과 반대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 권력구조에 대한 논의가 확산될 공산이 크다는 사실을 예고하고 있다. 4년 중임제 및 정-부통령제 개헌에 찬성하는 사람은 남자, 20대, 사무직과 학생 등에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특히 부산(39.4%), 울산(42.0%), 대구 (39.1%) 등 대도시 거주자들의 찬성률이 경남이나 경북의 시골지역보다 훨씬 높은 것이 특색이다.
‘주간동아’의 이번 여론조사는 사실 여권의 ‘영남 후보론’에 초점을 맞추었다. 물론 아직 이른 단계지만 여권의 권력구조 변화로 미루어 볼 때 영남 출신 대통령 후보가 등장할 소지가 나름대로 공간을 확보해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지지도가 하락하는 추세에 후보마저 호남 출신일 경우 여권의 재집권 가능성이 점점 더 줄어들 수 있다는 단순한 추론에 의해서도 여권의 ‘영남 후보론’은 2002년 대선 국면까지 지속될 뜨거운 쟁점일 수밖에 없다(앞 기사 참조).
이를 위해 ‘주간동아’는 일단 민주당의 차기 대선 예상후보와 선호후보를 별도로 분리해 질문을 던졌다. 다시 말해 ‘누가 대통령 후보가 될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과 ‘누가 대통령 후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별도로 마련한 것.
먼저 민주당의 대선 예상후보는 이인제 최고위원(22.5%),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8.4%), 정몽준 의원(5.6%), 고건 서울시장(4.8%), 김중권 대표(3.9%)의 순으로 나타났다. 정동영 최고위원(1.9%), 한화갑 최고위원(1.8%), 김근태 최고위원(1.6%) 등은 모두 2% 미만의 낮은 수치를 보였다.
선호후보의 경우에도 순위는 별다른 변동이 없어 이인제(16.2%), 노무현(11.1%), 정몽준(5.6%), 고건(5.0%), 김중권(3.3%), 정동영(2.3%), 김근태(1.8%), 한화갑(0.9%)의 지지를 보였다. 그러나 노무현 장관의 경우 예상과 선호의 폭이 이인제 최고위원과 상당히 줄어들어(14.1%→5.1%) 역시 같은 지역 출신에 대한 호의적 반응을 나타냈다. 정동영 최고위원의 수치도 선호후보에서 약간 올라가 그에 대한 영남권의 선호도가 다른 후보들보다 높음을 알 수 있다.
선호후보에 대한 대답을 분석했을 때 이인제 최고위원을 지목한 사람들은 남자, 20대(26.3%), 학생(25.9%)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경북(22.9%)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이채롭다. 20대와 학생 그룹은 거의 상수에 가깝도록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이인제 지지자’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반면 노무현 최고위원은 부산(15.2%)과 경남(12.0%) 거주자, 30대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정몽준 의원은 역시 현대그룹이 위치한 울산 지역에서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민주당 후보들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1 대 1로 맞붙였을 경우는 노무현 장관의 경쟁력이 가장 강한 것으로 예상했다.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노무현 장관을 가정했을 때 노무현 20.0%, 이회창 54.9%의 지지도를 보였다. 이인제 최고위원의 경우는 이인제 18.0%, 이회창 56.9%의 지지도였다. 김중권 대표는 김중권 10.8%, 이회창 57.2%의 결과를 나타냈다.
그러나 오차 범위를 생각하면 사실상 노장관과 이최고위원의 대 이총재 경쟁력은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두 사람 모두 대구-경북지역보다는 부산과 울산의 대도시에서 높은 경쟁력이 나타나는 특징이 주목할 만하다. 다만 예상후보나 선호후보 답변보다 노장관 지지가 훨씬 늘어난 것은 노장관을 대통령 후보로 확정짓고 가상 질문한 것이기 때문에 출신지(부산)가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그로 인해 ‘안티 이회창’ 성향의 응답이 ‘무응답’으로 가지 않고 노장관 쪽으로 쏠렸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김중권 대표의 경우는 고소득자와 30, 40대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보여 민주당 대표 취임 이후 영남권 여론주도층을 중심으로 김대표에 대한 인지도와 선호도가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단계임을 알 수 있다.
한나라당의 차기 예상후보로는 역시 이회창 총재가 높은 지목을 받았다. 영남 거주자들은 10명 중 6명 이상(62.2%)이 이총재를 한나라당의 차기 대선 후보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부총재도 9.3%로 거의 10%대에 육박하는 지지를 나타냈다. 이 외에 홍사덕 국회부의장(3.8%), 이부영 부총재(1.7%), 김덕룡 의원(1.3%)의 순서였다.
반면 영남권 거주자들은 ‘이회창 대통령 후보’를 예상하면서도 다음 대선 때까지 한나라당에 일부 의원들의 탈당이나 신당 창당 등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39.3%)이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31.4%)보다 더 많았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 답변자들은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정-부통령제 개헌에 찬성하는 답변자들과 같은 표본에 속해 있는 경우가 많아, 권력구조 변경과 정계재편에 대한 영남권의 기대 역시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영남권의 차기 대선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또다른 요인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향력 여부,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의 거취 여부, 최근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민국당 김윤환 대표 등 옛 여권 민정계 인사들의 동향일 것이다.
그러나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다음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힐 경우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영남권 거주자들은 52.5%가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응답했다.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응답(32.0%)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박근혜 대선 출마 찬성 33.8% 반대 46.7%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경남(47.8%)을 제외한 부산(52.8%), 대구(53.0%), 경북(53.3%), 울산(63.3%) 등에서 거의 고르게 나타났다. 김 전 대통령이 안기부 자금의 신한국당 유입 사건과 관련해 소위 ‘DJ 비자금’에 대해 목청을 높이는 와중에서 나온 이같은 결과는 앞으로 김 전 대통령의 행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결국 다음 대선에서의 ‘YS 변수’는 그리 크지 않을 것임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또한 김 전 대통령과의 관계 정립을 고려해야 하는 민주당의 대권 전략에도 반영될 수 있는 결과다.
다음으로 박근혜 부총재의 차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서는 46.7%가 ‘출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응답해 ‘출마하길 원한다’(33.8%)는 응답보다 높게 나타났다. 출마를 원하는 사람들은 대구(37.6%)지역과 여성(42.9%)에서 약간 많았지만, 다른 지역 모두 33%대에 그쳤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50대 이상 유권자들도 평균 이하인 28.5%만이 출마 희망 의사를 보였다.
이같은 조사 결과를 볼 때 박부총재는 아직 정치인으로서의 비전과 경쟁력을 제시하는데 실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만으로는 독자적인 생명력을 얻을 수 없고, 홀로서기를 통해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결과를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영남지역 구여권 민정계 정치인들이 대선과 관련해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는 질문에 43.5%가 ‘그냥 조용히 있는 것이 낫다’고 응답했다. ‘한나라당에 협조하는 것이 좋다’(20.6%)와 ‘다시 모여 영남지역을 대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좋다’(18.2%)는 응답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한나라당에 협조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경남(23.8%)이 제일 많았고 대구(17.9%)가 가장 적었다. ‘다시 모여 영남지역을 대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역시 대구(27.8%)에서 가장 많았다. 이를 볼 때 민정계 인사들에 대한 대구와 부산-경남 지역의 인식의 편차를 알 수 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할 때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 사이에는 아주 미묘한 이질성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PK는 노무현 장관에 대해 차기 리더로서의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지만, TK는 김중권 대표에 대해 아직 확실한 지지 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듯하다. 김대표 체제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는 하지만 TK는 PK와 달리 김대표가 경북 출신이라는 사실만으로 그에 대해 지지를 보낼 준비가 아직 안 돼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김대표가 여권의 확실한 대권 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우선 TK의 지역 대표성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또한 TK는 이인제 최고위원에 대해서도 PK보다 더 심한 배타성을 보이고 있다. 이 역시 이최고위원에게는 극복해야 할 숙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