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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굽혀펴기 200회 거뜬 ‘69세 청년’

서울 하월곡동 이수갑씨 … 30년 등산·맨손운동·철저한 小食이 건강 비법

팔굽혀펴기 200회 거뜬 ‘69세 청년’

팔굽혀펴기 200회 거뜬 ‘69세 청년’
새벽 5시. 겨울 별 총총한 도봉산. 30년을 한결같이 이곳을 오르내린 한 등산객이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낸다. 다부진 체구가 영락없이 역도선수의 실루엣. 하지만 희미한 달그림자만으로는 그의 ‘정체’를 분간하기가 쉽지 않다. 해가 바뀌면 그의 나이 일흔. 이수갑씨(서울 성북구 하월곡동)는 1932년 생이다.

그가 매일 빠른 걸음으로 오르는 구간은 도봉산 입구∼거북바위 코스 3.3km. 1시간의 산행 뒤엔 팔굽혀펴기 200회, 철봉 대신 바위에 파진 홈에 손을 넣고 매달려 턱걸이 6∼7회, ‘쉿’하는 기합과 더불어 앞질러차기 60회, 옆차기 10회, 몸통돌리기 100회, 줄 없이 하는 줄 넘기 1000회, 그리곤 숨고르기.

“운동을 하루라도 빼먹으면 요즘 말로 기분이 ‘꿀꿀’해져.” 그래서일까. 웃통을 벗어젖힌 이씨의 몸매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그의 팔뚝과 허벅지는 돌덩이처럼 단단하고 피부도 탄탄했다.

이씨와 엇비슷한 연령대의 다른 등산객들이 비로소 나타나는 오전 9시, 그는 하산한다. 귀가 후 30분간 수면을 취한 뒤엔 자신이 대표로 있는 고려공업사(아크릴 파이프 제작업체) 사무실로 출근한다.

그의 이런 ‘열혈 노년’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키 167cm, 몸무게 73kg인 그는 어릴 적부터 운동을 좋아했지만제대 직후 군선배에게 사기를 당한 뒤 실의에 빠져 몸과 마음이 급속도로 피폐해졌다.



끼니를 굶으며 술, 담배와 벗하길 수년. 그는 나이 마흔에 재기를 위한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특별히 장소와 장비에 구애받지 않는 맨손운동을 택했다.

때문에 이씨의 요즘 운동법들은 나름의 오랜 경험을 거쳐 체득한 것이다. 운동을 맨처음 시작할 때의 팔굽혀펴기 횟수는 고작 25회. 하지만 3∼4년 꾸준히 한 결과 220mmHg까지 올라가던 혈압이 정상치로 돌아오면서 점차 횟수를 늘렸다.

팔굽혀펴기 200회 거뜬 ‘69세 청년’
300회를 넘지 못했던 줄넘기도 곧 익숙해졌다. 잦은 지방출장으로 줄을 가지고 다니기 번거롭자 아예 줄 없이 하는 줄넘기로 종목(?)도 바꿨다. 이씨는 “1000회를 돌파하면서 폐기능과 발목 힘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며 노년층의 하체 근력 강화에 안성맞춤이라고 자랑이 대단하다.

두 팔을 앞으로 일직선으로 뻗은 뒤, 하체는 그대로 두고 몸통과 함께 좌우로 돌리는 몸통돌리기와 발차기는 몸의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

그는 아직껏 못해본 구기종목엔 문외한이다. 골프도 마찬가지. 그러나 운전 틈틈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까지 팔굽혀펴기를 할 만큼 맨손운동 예찬론자다. “주로 화장실 뒤에 숨어서 해. 남들이 보고 주책없다 그러면 민망하거든.”

‘일탈’하는 법 없는 규칙적이고 절제된 생활습관도 그의 또 다른 건강비결이다. 술은 모임이 있을 때만 마신다. 주량은 소주든 맥주든 서너 잔. 담배는 15년 전에 끊었다.

그는 또 철저한 소식주의자다. 배낭에 넣어온 삶은 달걀 2개와 귤이나 사과 1∼2개로 산에서 아침식사를 대신한다. 생선은 즐기지만 육류는 사양. 먹고 싶지만 너무 식성이 좋아 많이 먹게 되기 때문이라고.

밤 9시 뉴스가 끝나면 바로 잠자리에 드는 이씨는 새벽 4시에 기상한다.

“아직 종합검진 한번 안 받았다”는 이씨지만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진 않는다. 추운 날씨에 맨살을 드러내면 갑작스레 혈관이 수축돼 혹 불상사가 있을지 모른다는 가족과 친지의 염려 때문에 예전처럼 웃통을 훌훌 벗지도 않는다. 한때 팔굽혀펴기 횟수도 450회까지 늘려봤지만 어깨가 결려 일정한 횟수를 반드시 지킨다.

“내가 몸을 아끼는 건 나이 먹더라도 언제나 활발하고 젊게 살고 싶어서야. 몸이 병들면 생각도 병들어.”

‘만년 현역’의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들이 환하게 미소짓는 그의 입가로 살짝 미끄러졌다.



주간동아 2000.12.28 265호 (p7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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