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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칼럼

어설픈 세계화는 안된다

어설픈 세계화는 안된다

어설픈 세계화는 안된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한국은 IMF와 미국의 요구에 따라 기업은 부채비율을 200%로 낮추고, 결합재무제표 작성과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했으며, 금융기관은 BIS(자기자본비욜) 8% 준수 등을 수용함으로써 한국경제 전반에 걸쳐 급격한 구조조정과 개방이 진행됐다. 그 결과 한국은 IMF와 미국이 성공사례라고 주장하는 글로벌화의 모범국가로 등장하였다.

그동안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한국경제는 국내시장의 완전개방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한 상태다. 제조업 가운데는 시장의 절반 이상을 외국기업에 잠식당한 업종이 크게 늘어났으며, 기술발전의 중추역할을 담당하는 자동차산업은 이미 세계 메이저들의 격전장으로 변해 있다. 또한 부품산업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의 희망으로 불리는 벤처산업 역시 외국계 벤처캐피털 등이 자본력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해오고 있다.

금융부문에서는 제일`-`서울은행이 막대한 공적자금까지 투입되면서 매각되었고, 보험업과 종합금융업도 개방의 여파로 상당수 해외금융기관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었다. 이미 국내 증권시장은 외국인의 일거수 일투족에 희비가 교차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고, 한국의 개미군단뿐만 아니라 기관투자가조차 외국인의 투자패턴을 무조건 학습, 모방하느라 여념이 없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기업은 아직도 구태에 젖어 무한경쟁의 글로벌시대에 걸맞게 기업을 개혁하는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일부 지식인이나 정부관료들은 미국과 IMF 프로그램을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명명하고 이면에 숨어 있는 논리를 인식하지 못한 채 이를 도입하지 않으면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단순한 논리만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민단체는 개혁의 명분 아래 정부나 기업 길들이기에 힘을 모으고 있다.

세계화의 조류는 이미 한국경제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적인 당위이며, 한국은 세계화 속에서 한국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시대의 흐름을 거역하는 우를 범하지 않되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 모두의 각별한 노력과 지혜를 모아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절실하다.



이제라도 기업은 과거의 폐쇄적인 경영을 답습하지 말고 개혁에 박차를 가하여 경영투명성의 확보, 지배구조와 의사결정의 민주화, 기술개발에의 투자 등에 진력함으로써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부는 정확한 기준과 충분한 사전준비와 검토 없이 성급하고 무리하게 정책을 시행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내기업의 매각과정에서 보여준 협상전략과 능력의 부족, 대일-대중 어업협상 과정의 안이한 협상자세는 그 단적인 사례다. 경제 개혁은 단시간 내에 모두를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개혁에 따른 여러 부작용을 고려하고 그 속도를 조절하는, 이른바 완급조절도 필요하다. 정부가 국내경제의 성급한 개혁조치와 눈앞의 가시적 성과에만 몰두한다면 통일-외교분야에서의 괄목할 만한 성과마저도 평가절하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 시장개방 부작용 심각… 국제경쟁력 갖춰라

한국사회가 이만큼이라도 개혁과 발전을 이룩한 데에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사회 각 분야에서 제 목소리를 내며 묵묵히 헌신해온 시민단체의 숨은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다만 시민단체의 정당한 행위가 한국기업의 가치저하 및 대외신인도에 미칠 부정적인 파장과, 국내기업의 외자도입이나 매각과정에서 해외투자자들에게 국내기업과의 협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게 될까 우려된다. 월가의 금융관계자들이 시민단체의 행위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성과를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 과연 한국경제의 개혁에 대한 순수한 바람 때문만일까.

지금은 세계화의 물결이 온 지구를 뒤덮고 있는 급격한 변화의 시대며, 한국경제는 위기를 딛고 다시 재기하느냐 마느냐의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모든 사회구성원이 각자의 이기를 버리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한국경제는 어떻게 개혁과 국익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것인가.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현명하게 풀어야 할 절박한 과제다.



주간동아 2000.11.16 259호 (p10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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