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9

2000.08.31

“인간 배아 복제, 오히려 윤리적이다”

국제특허 출원 황우석 교수 격정 토로…“특정부위 세포배양 통해 난치병 치료 획기적 전기”

  • 입력2005-10-05 1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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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배아 복제, 오히려 윤리적이다”
    인간 배아 복제의 성공’은 사실상 인간의 복제가 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복제는 절대 안 된다’는 데 이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그 전 단계인 인간 배아 복제는?

    서울대 수의과대학 황우석 교수가 인간 배아 복제에 성공해 국제특허까지 출원했다는 소식이 8월10일 전해지자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환경단체들, 여성계, 종교계가 ‘경악’했다. 이들은 “인간 배아 복제연구를 당장 그만두라”며 한 목소리의 성명서를 냈다. 배아 복제가 ‘인간 복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반대 이유였다. 이들은 또 ‘인간 배아를 생명체로 볼 것인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비윤리적인’ 연구를 수행했다며 황교수를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인체 ‘장기’가 자동차부품처럼 ‘대량 생산’되면 인체가 ‘상품’이나 ‘재산’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참여연대는 황교수를 직접 겨냥한 듯한 ‘생명특허와 윤리’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준비하는 등 논란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당사자인 황우석 교수는 자신에게 쏟아진 이런 공격에 별 말이 없었다. 그러던 그가 8월18일 오전 10시부터 세 시간 동안 그의 실험실에서 계속된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누가 내게 돌을 던지는가’라는 심정으로 거침없는 반론을 쏟아냈다. 그는 “인간 배아 복제는 거스를 수 없는 인류과학사의 도도한 흐름이며 그것이 오히려 윤리적인 일”이라고 통박했다. 앞으로 인류에게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줄 ‘인간 배아 복제’에 대한 생명공학 과학자의 ‘솔직한 속마음’을 처음으로 낱낱이 공개한 것이다.

    우선 황교수는 논란이 된 연구의 정확한 내용부터 설명했다(그는 ‘많은 부분이 언론에 잘못 알려져 있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사람의 몸에서 떼어낸 체세포를 핵을 제거한 난자에 넣은 뒤 ‘세포융합반응’을 거쳐 ‘인공수정란’을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이 단계에서 이미 ‘인간 복제’는 이론적으로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소의 경우 이렇게 만든 인공수정란을 암소의 자궁에 착상시켜 체세포를 제공한 소와 똑같이 복제된 소를 출산하게 한다. 사람이라고 다를까).

    인간의 인공수정란은 계속 세포 분열해 14일 뒤 ‘배반포’ 단계에서 간, 심장 등 인체의 210여개 기관으로 성장할 각각의 부분으로 나뉘었다(여기서부터 모든 장기가 형성되는 8주까지를 배아라고 한다). 황교수는 “바로 이 인공 배반포에서 인체의 특정부위가 될 부분(기간세포)을 떼어내 배양시키는 게 내 연구의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즉 근육계 세포의 이상으로 파킨슨씨병을 앓고 있는 환자, 조혈계 세포의 이상으로 백혈병을 앓는 환자, 췌장세포의 이상으로 당뇨를 앓는 환자에게 충분히 배양된 해당 인체부위의 인공세포들을 이식해 병을 치료한다는 것이다. 황교수는 “연구는 기간세포를 분리해내는 과정까지 진척됐다”고 설명했다.

    황교수는 “시민단체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되고 나 자신도 보수주의자”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그는 ‘인간 배아 복제 연구 자체를 중단하라’는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간의 인공수정란을 만들 때 쓰는 ‘세포융압기’는 미국에서 3000만원 주고 사온 겁니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겉으로만 잠잠하다뿐이지 이미 전세계적으로 인간 배아를 복제하는 건 일도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고 인간 배아 복제와 기간세포 분리 연구가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생명과학의 큰 흐름이 됐다는 건 과학자라면 다 아는 사실입니다. 영국정부가 최근 인간 배아 복제를 허용키로 결정한 것은 이런 시대조류를 반영한 사례일 뿐입니다.” 황교수는 지금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외국에 뒤떨어질 뿐이라는 ‘현실론’을 제기했다.



    황교수는 인공수정란 탄생이 곧 복제 인간의 탄생을 예고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배아 복제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그는 “복제 인간의 탄생은 일종의 ‘사고’로 봐야 한다. 엄청나게 많은 인간의 생명을 구원한 페니실린을 ‘쇼크사’라는 부작용이 있다고 포기할 수 없는 것과 똑같은 이치”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 배아 복제-기간세포 분리-특정부위 세포배양-환자에게 세포이식의 단계를 통해 얻어질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절단된 팔다리를 다시 생기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오만가지 세포성 질병으로 죽어가는 인류를 구원할 겁니다. 심지어 이 방법으로 인간의 노화를 결정하는 세포 내 ‘텔로미어’를 복구해줄 경우 늙지 않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의 연구실엔 한국의 저명한 ‘혈액종양내과’ 교수로부터 온 다음과 같은 내용의 8월17일자 ‘편지’가 있었다. “황교수님의 업적을 놀라운 충격과 존경스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백혈병을 치료하는 데 너무나 중요한 일이라고 확신하므로 저와 저의 후학들이 이를 배울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황교수는 인간 배아 복제 보도 이후 하루 평균 100여통의 이메일을 받고 있다. 주로 백혈병 당뇨 등 난치성 환자와 그 가족으로부터 온 것들이었다. “꿋꿋이 연구에 정진해 제발 우리를 살려달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황교수는 “나에겐 수많은 침묵하는 지지자들이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장기세포를 찍어내듯 생산하는 것에 거부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인이 난치병에 걸리면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환자를 구원하는 것이 비윤리적인 일이 될 수는 없습니다. 또 세포이식 방식의 치료는 어느 한 기업이나 의료기관이 이를 독점하지 못하도록만 한다면 궁극적으로 치료비를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황교수는 최근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그룹들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여러 차례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들 중엔 ‘지금 당장 100억원을 현금으로 주겠다’는 회사도 있었지만 모든 제의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번의 국제특허는 더 이상 지체할 경우 외국에 선점당할 우려가 있어 출원한 것이지만 연구의 성과물은 국내 학자들과 공유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이미 ‘복제소 생산기술’을 정부 연구기관에 제공했으며 편지를 보낸 혈액종양내과 교수의 제의도 승낙했다.

    이날 연구실에서 황교수팀의 연구원들은 소의 난자 수십개에다 체세포를 주입해 복제소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황교수팀은 3년 내 연간 10만 마리의 우량 복제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복제생명의 대량 생산’시대는 이미 시작된 셈이다. 황교수는 “의학적 목적의 인간 배아 복제를 용인하고 여기에 힘을 집중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와 이해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그 부작용을 막을 세 가지 대안을 제안했다. 정부 내 ‘생명윤리주제심의위원회’ 같은 조직을 구성해 인간 배아 복제나 유전자 연구를 하는 기관들을 대상으로 사전심의 중간보고 사찰을 실시할 것, 인간 복제가 사실상 가능해진 만큼 이를 막을 법적 규제장치를 서둘러 마련할 것(인공 복제 수정란의 어느 단계까지를 ‘인간’으로 봐야 하는지 법으로 정할 필요도 생긴다), 유전자혁명시대를 대비한 생명윤리교육의 강화 등이다.

    황교수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인간 배아 복제와 복제 인간 문제는 결론 없이 끝나는 윤리논쟁의 대상도 아니고 피상적인 먼 미래의 일도 아니라는 것, 지금부터 해결해야 될 ‘현실’의 과제로 성큼 다가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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