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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에서

아름다운 여인

아름다운 여인

아름다운 여인
어느 날 은행 창구에서 화사한(?) 여인을 만났다. 오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인은 온갖 치장을 다한 모습이었다. 의사의 손길을 빌린 듯한 쌍꺼풀 위에 선이 굵은 아이라인이 그려져 있었고 눈썹은 날아가는 새 모양 같고, 손톱엔 파란 반짝이 매니큐어까지 발라져 있었다.

그녀를 보는 순간, 저렇듯 차리고 나오려면 족히 두어 시간은 걸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그녀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남에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려 하는 것은 본능이고 순수한 마음이다. 그리고 신이 여자에게만 내려준 특권일 것이다. 그러나 겉으로 나타나는 아름다움만이 진정한 아름다움은 아니지 않은가.

‘비단처럼 고운 여인이고 싶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한없이 부드럽고 따뜻한, 가볍고도 우아한 실크 같은 여자.

언젠가 누가 나에게 물었다. 옷감으로 친다면 본인은 어떤 종류에 속하느냐고. 세상의 모든 여자들 중에 아름답고 부드럽고 싶지 않은 여자가 어디 있으랴. 한참을 생각하던 나는, 삼베 같은 여자지만 비단 같은 여자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

나는 30년이나 얼굴에 분칠을 하고 살았어도 화장술에 대해선 노하우가 없다. 눈썹을 그릴라치면 짝짝이가 되기 일쑤고, 화사한 색의 입술연지도 한번 골라 보질 못했다. 흔한 귀고리 하나 없고, 복장은 언제나 바지차림이다. 어쩌다 스커트라도 입고 나서면 남들이 나만 보는 것 같아 자꾸만 뒤가 켕긴다. 조이는 스타킹에 굽 높은 신발도 버겁기만 하다. 실속 없이 급한 성격인데다 차분한 면도 없다. 그래서 거친 삼베 같은 여자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그분 하시는 말씀이 삼베처럼 시원한 여자냐고 되묻는다. 거칠고 뻣뻣하지만 시원한 감촉을 느끼게 하는 삼베. 내 의도와는 달리 거친 쪽이 아닌 시원한 쪽으로 해석해주셨던 그분이 고맙기도 했다. 본의 아니게 자신을 과대 평가한 무례함이 부끄러워진다. 나 자신은 정말 그게 아니었는데….

가끔 세월의 두께를 묻는 이가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선뜻 자랑스럽게 말해 주지 못함은 젊음이 부럽다는 속마음 때문이 아닌지 싶다. 늙어 보이거나 젊어 보이는 게 중요하지 않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이젠 표면적으로 아름답게 보이려고 애쓸 나이는 지나지 않았을까.

내 마음의 뜰을 가꿔 나가는 여인의 길로 가고 싶다. 누구를 만나든 상대방에게 편안함을 주고 눈물을 흘릴 줄도 알고 활짝 웃을 줄도 아는 사람이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비단 같은 여인이 아닐는지….



주간동아 240호 (p9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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