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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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가 ‘연출’한 금융지주회사 공청회

  • 입력2006-01-25 14: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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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앞에 다가온 2차 금융구조조정의 수단으로 금융지주회사 방식이 수면위로 급부상하면서 지난 6월15일 열린 금융지주회사 제도 개선 방향 공청회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공청회가 열린 은행연합회관에는 금융전문가와 노조원 등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금융 관계자들이 몰려들었다. 이에 비해 이날 발표된 내용 중 지주회사 제도 개선의 핵심인 부채비율, 자회사 출자 한도, 연결 납세 도입 여부 등에 대해서는 복수안을 내놓거나 애매한 내용으로 일관해 의구심을 자아냈다.

    그러나 이날 개선 방향 시안이 발표된 과정을 찬찬히 뜯어보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날 공청회는 은행연합회 산하인 금융연구원이 주최하는 형식을 띠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재경부가 발표 원고를 사전에 모두 조율했다는 것이 연구원 주변의 평가다.

    사전 원고 내용을 놓고 재경부의 요구 사항이 끊이질 않아 결국 어정쩡한 복수안을 내놓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날 발표된 원고 역시 발표자의 의견과는 동떨어진 내용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지주회사 개선 방향을 발표한 발표자는 정부의 의견과 은행의 이해가 엇갈리는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거나 “몇가지 부작용을 우려해 신중하게 결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등 본인의 주장이 아닌 듯한 말을 해 곤혹스런 처지임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한 대학 교수는 “이날 발표된 시안이 한 사람에 의해 작성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시안의 여러 군데에서 발견되는 논리적 모순점을 조목조목 공격하기도 했다.



    공청회는 보통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거나 기존 법률을 개정하기 위해 입법예고를 하면서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개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연히 정부 입법의 경우 정부가 주관해서 공청회를 여는 것이 관례. 그러나 이번 금융지주회사 공청회는 실제로는 정부안을 내놓으면서 민간 연구기관을 동원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그래서 이번 공청회는 재경부가 모든 상황을 연출하고 은행들이 출자한 민간 연구기관을 들러리로 내세운 것 같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구조조정에는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는 법. 그러나 이날 공청회는 정부가 이에 따르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민간단체의 뒤에 숨으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낳았다. 또 한번의 엄청난 파고가 예상되는 2차 금융구조조정에서도 정부가 이러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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