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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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깊이 그 아름다움 그대로

  • 입력2006-06-21 1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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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깊이 그 아름다움 그대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의 ‘마태 수난곡’은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웅대하고 아름다운 선율에 담아낸 대서사시다. 그 예술적 완성도나 규모에서 그 옆에 설 작품은 없다. 흔히 ‘요한 수난곡’이 그 예술성 면에서, ‘b단조 미사곡’이 그 스케일 면에서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지만 ‘마태 수난곡’을 뛰어넘는다고 보기 어렵다.

    이 대작의 새로운 규범적 연주가 최근 나왔다. 바흐 애호가라면, 아니 바흐 열광자가 아니더라도 명백히 탐낼 만한 명연주다(3CD+ 1CD롬·아르모니아 문디 프랑스). 지휘자는 필리프 헤레베헤(53). 현역 최고의 정격(正格) 연주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스콜라 칸토룸 칸타테 도미노와 겐트 콜레기움 보칼레 등이 합창과 관현악 연주를 맡았고, 이안 보스트리지(테너·에반젤리스타역), 프란츠-요셉 셀리그(베이스·예수역), 안드레아스 숄(알토) 등 초호화 진용이 독창 파트를 구성했다.

    연주를 담은 석 장의 CD 외에 CD롬이 보너스로 들어 있는데, 이는 첨단기술 취향의 시대상을 잘 반영했다는 점에서뿐 아니라, 바흐와 마태 수난곡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집대성한 ‘멀티미디어적(的)’ 해설서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프랑스인 특유의 기질을 느끼게 하는 세련된 인터페이스와 디자인, 꼼꼼하게 잘 정리된 자료 등이 돋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 대작이 지닌 깊이와 넓이, 그 지극한 아름다움을 완벽에 가깝게 재현한 헤레베헤 팀의 연주력이다. ‘마태 수난곡’을 담은 석 장의 연주CD는 바흐의 대본에 담긴 티끌까지도 잡아내려는 듯 꼼꼼히 짚은 헤레베헤의 장인정신으로 번뜩인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마치 수술 부위를 정확히 절제하는 메스처럼 날카롭고 정밀하며, 합창과 독창이 표현하는 감정의 스펙트럼은 더없이 정묘하다.

    바흐 작품 중에서도 그 편성이 가장 장대한 ‘마태 수난곡’은 두 쌍의 합창(및 다른 그룹의 어린이 합창)과 두 쌍의 관현악, 그리고 두 대의 오르간이 양쪽에서 연주를 겨루고, 거기에 성악과 기악의 솔리스트가 가담하는 형식을 갖고 있다. 그만큼 각 성부나 연주 파트간의 긴밀하고 부드러운 조화가 필수적. 헤레베헤가 이 음반에서 보여주는 팀워크는 가히 환상적이다.



    프랑스에서 발간된 ‘라루스 세계음악사전’은 ‘마태 수난곡’에 대해 ‘행복과 슬픔을 독특하게 종합하면서 사랑과 우아함을 방사(放射)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헤레베헤의 연주가 꼭 그렇다. 별 다섯 개를 주고 싶은, ‘마태 수난곡’ 해석의 새로운 이정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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