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18

2000.01.20

인터넷 이끌 7인의 파워맨

인터넷 전문가 버스트 분야별 선지자 선정… 빌 게이츠 명단에서 빠져 이변

  • 입력2006-06-15 11: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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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이끌 7인의 파워맨
    아직 오지 않은 시대를 전망할 때, 가장 앞에 나설 수밖에 없는 사람은 이른바 ‘선지자’(Visionary)다. 본래 ‘비저너리’라는 말이 실현 가능한 쪽보다는 불가능한 쪽에 무게중심을 둔 말이지만, 지금까지의 많은 역사가 이들에 의해 미리 계시되고 정리됐다는 사실만은 무시할 수 없을 듯하다.

    미국의 정보통신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터넷 전문가 제시 버스트(지디넷(ZDNet) 앵커데스크(www.anchordesk.com)의 편집장)가 다음 10년을 이끌 인물 일곱 명을 꼽았다. 날렵하고 날카로운 비즈니스맨이라기보다는 선지자적인 면모가 다분한 사람들이다. 흥미로운 것은 ‘트릴리어네어’ (Trillionaire·재산이 ‘조’(兆)달러 규모에 이르는 거부)라는 신조어까지 낳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회장이 이 명단에서 빠졌다는 점. 제시 버스트는 “마이크로소프트도 수많은 컴퓨터-인터넷 기업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상자 기사 참조).

    분석가 마크 앤더슨 (스트러티직 뉴스 서비스 회장)

    ● 버스트의 평

    “그의 문장 스타일은 산만하고 두서가 없으며 모호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가 그런 문장 안에서 슬쩍 찌르듯, 혹은 짐짓 사소한 것처럼 지적하는 내용들은 놀라울 만큼 통찰력이 있다.”



    마크 앤더슨은 스탠퍼드대와 캐나다 UBC(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에서 공부했고 스탠퍼드대 하버드대 워싱턴대 등에서 가르쳤다. 두 개의 소프트웨어 회사를 세웠으며 워싱턴소프트웨어연합회의 회장도 지냈다. 스트러티직 뉴스 서비스를 설립한 것은 1989년. 컴퓨터-통신 산업에 대한 가장 정확하고 분석적인 뉴스레터를 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드웨어 리누스 토발즈(트랜스메타)

    ● 버스트의 평

    “리눅스를 만든 것은 그의 90년대에 대한 공헌이었다. 앞으로 10년 이상 그가 공헌하게 될 분야는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 바로 마이크로프로세서 분야다. 소문이 맞다면 트랜스메타는 인텔이 그 분야에서 누려온 아성을 허물고 진정한 혁명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토발즈가 일하는 트랜스메타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칩설계자였던 데이비드 디첼이 설립한 벤처기업이다. 그 전모는 아직 베일에 가려 있지만 적어도 트랜스메타가 따낸 특허 내용에 따른다면 인텔 칩을 모방하면서도 그 성능과 가격은 월등한 새로운 개념의 칩을 개발 중인 것으로 보인다.

    ● 버스트의 평

    “빨간 중절모를 쓰고 기꺼이 카메라 앞에 서는 보브 영은 그 내부 코드조차 속속들이 공개돼 있는 리눅스를 가지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세워가고 있다. 만약 그가 성공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그 방식을 따라갈 것이다.”

    ‘레드 햇’(Red Hat) 리눅스는 코드 변경에 참여한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리눅스 운영체제 중에서도 ‘사실상의 표준’처럼 인정되는 제품이다. 리눅스 중 55%가 레드 햇 버전이다. 쓰기 편리할 뿐 아니라 안정성에서도 발군이라는 평가. 보브 영은 리눅스의 공개성을 유지하는 한편, 뛰어난 가격 대 성능비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있다.

    손바닥 컴퓨터(핸드헬드) 제프 호킨스(핸드스프링 사장)

    ● 버스트의 평

    “핸드헬드의 역사에서 제프 호킨스는 언제나 최선두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다음 세대의 핸드헬드를 내놓고 있다. 그가 개발한 핸드스프링의 바이저(Visor)는 핸드헬드를 확장성이 뛰어나고 값싼 것으로 발전시켰다.”

    손바닥 컴퓨터의 상징이 되다시피 한 스리콤사의 ‘팜파일럿’(Palm Pilot). 제프 호킨스는 그 핵심 산파역이었다. 스리콤사에 끊임없이 분사(分社) 요구를 했으나 관철되지 않자 다른 핵심 개발 인력을 이끌고 나와 핸드스프링사를 설립했다. 첫 작품인 바이저는 팜파일럿 시리즈의 절반 가격, 뛰어난 확장성, 모듈화한 디자인 등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금융 데이비드 웨더럴(CMGI 사장)

    ● 버스트의 평

    “대다수 사람들은 손정의가 가장 큰 ‘사이버 카르텔’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웨더럴이야말로 인터넷 벤처기업들을 묶어 거대한 복합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조율사라고 믿는다. 그보다 더 인터넷 흐름을 잘 꿰뚫어 보고 잘 적응하는 인물은 달리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1968년 ‘칼리지 마케팅 그룹’으로 출발한 CMGI는 1994년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최초의 인터넷 벤처로 자리매김됐다. 나스닥의 대표적 기업 100개에 포함되며, 다른 인터넷 기업들간의 합종연횡`-`나스닥 상장 등에 관여한다.

    ● 버스트의 평

    “체임버스의 리더십으로 시스코는 대다수 신(新)산업―인터넷 산업―의 기반을 건설했다. 앞으로 어떤 신 부문이 생겨날지 알고 싶다면 체임버스가 새롭게 건설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지켜보라.”

    네트워크 장비 시장의 최강자. 인터넷 경제의 최고 성공기업. 가장 완벽한 디지털 기업. 시스코에 따라 붙은 모든 수식어는 곧바로 체임버스의 것이기도 하다. 인터넷의 전도사. 인터넷 경제의 선지자.

    콘텐츠 스티브 게이스(아메리카 온라인 회장)

    ● 버스트의 평

    “케이스는 세계에서 가장 따분한 선지자일지도 모르지만, 그는 꾸준히 인터넷의 소비자화(Consumeriza-tion)를 이끌고 있다. AOL에 질렸다고? 그러나 그런 이들에게는 안타깝게도, AOL은 곧 당신의 TV와 PC에, 심지어 휴대용 단말기들에도 나타날 것이다.”

    아메리카온라인(AOL)은 지난해 말 마침내 가입자 수 2000만명을 돌파했다. 가히 ‘작은 인터넷’ 이라 할 만하다. AOL에 대한 갖가지 불만과 비난도 적지 않지만 이를 따라잡을 온라인 서비스는 달리 존재하지 않는다.

    밀려나는 인터넷 선지자들

    스티브 잡스·빌 게이츠·마크 앤드리슨 영향력 크게 떨어질 것


    제시 버스트는 21세기에 그 영향력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아예 잃게 될 사람들도 함께 뽑았다. 애플컴퓨터를 기사회생시킨 스티브 잡스 회장, 소프트웨어의 황제로 군림해 온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웹브라우저의 원조인 모자이크와 넷스케이프를 개발했던 마크 앤드리슨 등이 그들이다. 세계의 지도자로는 내년으로 임기를 마치는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꼽혔다(당연한 선택이다).

    곧 ‘임시’라는 꼬리표를 떼고 정식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를 스티브 잡스. 그는 왜 영향력 있는 인물의 대열에서 밀려났을까. 버스트에 따르면 “애플사를 회생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컴퓨터 시장 자체를 변화시키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21세기에도 여전히 변방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빌 게이츠는, 여전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매일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컴퓨터-인터넷 벤처기업들이 점점 마이크로소프트의 영향권 밖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된 상황 때문에 그 핵심 영향력을 잃을 전망이다.

    한편 마크 앤드리슨은 ‘과거의 인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 대중화를 촉발한 모자이크 브라우저의 창시자, ‘넷스케이프 신화’의 주역, ‘라우드클라우드’ 같은 새 벤처기업으로 재기를 꿈꾸고 있지만 생각만큼 큰 주목은 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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