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18

2000.01.20

“파트너와 팬티까지 바꿔 입어요”

가슴 배 쓸어내리며 현란한 섹시춤… “2차 꽃값 50만원 받아요”

  • 입력2006-06-15 10:4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파트너와 팬티까지 바꿔 입어요”
    《룸살롱은 한국인의 성문화와 술문화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최근 시내 일 원에 하나 둘씩 생겨나 은밀하게 성업중인 호스트바도 예외가 아니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밀폐된 방안에서 남녀의 성역할이 바뀌었다는 것뿐. 그 안에서 이뤄지는 남녀간의 성역할과 심리를 알아보기 위해 몇 명의 여성 저널리스트가 호스트바에 잠입했다.》

    대학을 다닐 때나 사회 생활을 시작한 뒤, 남자들로부터 지겹게 들었던 얘기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군대에 관한 것이며 또다른 하나는 남자들의 원초적 욕망이 아무런 거리낌없이 떠다니는 공간에 관한 것이다. 흐릿한 조명과 야하게 차려입은 여자, 종류를 헤아릴 수도 없는 폭탄주, ‘2차’와 터무니없이 비싼 술값과 팁 등 ‘여자들이 나오는 술집’에 관한 얘기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요즘 여자들은 ‘남자가 나오는 술집’, 즉 ‘호스트바’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자들 앞에서 호들갑스럽게 떠벌리지는 않지만….

    여자들이 호스트바에 가기란 남자들이 룸살롱에 출입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버젓이 드러내놓고 영업을 하는 호스트바가 없는데다, 단속이 심해서인지 애써 구한 전화번호도 모두 결번이었다. 결국 이태원 주변의 호객꾼, 이른바 ‘삐끼’들을 통해서야 강남구 논현동에 있다는 호스트바와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

    11월18일 오후 6시경 호스트바에서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몇시에 오실 거예요? 9시요? 저희는 원래 새벽 2시에나 문을 열어요, 하지만 특별히 12시반쯤에 문을 열어두죠.”



    다음날 0시30분경, 약속한 장소에서 전화를 걸자 길 건너에 까만 정장을 입은 20대 중후반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대로변 바로 뒤편에 위치한 건물로 우리를 안내했다. 열린 차고 앞에는 부서진 스티로폼으로 채워진 대형 쓰레기 봉투들이 널려 있었고, 그 옆의 평범한 미색 철문이 호스트바 입구였다. 짧은 복도를 지나자 나이가 지긋한 남자가 말없이 우리를 맞았다. 들었던 대로 아직은 이른 시간인지, 룸은 전부 비어 있었다. 잠시 후 우리를 마중나왔던 남자가 들어와 자신을 마담이라고 소개하며, 금테 두른 명함을 돌렸다. 명함에는 ‘Model Planning’이라는 직함이 역시 금박으로 새겨져 있었다.

    “손님들처럼 재미로 오신 분들은 정말 드문데…. 대부분은 호스티스들이고 동대문에서 장사하는 여자분들도 좀 오시죠. 그런데 처음 와서는 별 재미를 못느끼세요. 서너 번 와야 제대로들 노시죠.”

    마담이 보여준 메뉴에는 3개의 ‘옵션’이 있었다. ‘옵션’당 가격은 63만원 내지 68만원. 여기에 호스트나 밴드 등이 추가되면서 비용이 늘어난다.

    도대체 이 호스트바의 마담은 무엇을 하던 사람일까. 인사가 오간 뒤 슬쩍 경력을 물어보았다. “7년쯤 됐어요. 조기 유학에 실패한 케이스죠.” 마담은 말끝을 흐렸다.

    마담이 나가자, 웨이터가 들어왔다. 호스트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인지 웨이터들은 하나같이 키가 작고 볼품없는 남자들뿐이었다.

    잠시 후 마담이 다시 들어왔다.

    “여기서는 호스트를 ‘선수’라고 해요. 지금은 시간이 일러서 선수가 두명밖에 출근을 안했어요. 한번 보시겠어요?”

    20대 초중반의 호스트들이 들어와,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자신들의 이름을 밝혔다. 한 명은 트레이닝복 모양의 힙합바지와 점퍼 차림에 야구모자를 쓰고 있었고, 다른 호스트는 단정한 밤색 재킷을 입고 있었다. 우리가 일부러 주저하는 눈치를 보이자 마담은 1시에 출근하는 ‘선수’들이 있으니 다시 선택해 보라고 했다. 얼마 뒤 마담은 다른 ‘선수’ 한 명을 더 데리고 들어왔다. 우리가 오케이 사인을 보내자, 세 명의 호스트들은 각자 손님들 옆에 자리를 잡았다.

    호스트들은 자신의 파트너 이름과 나이를 물으며 호칭과 존칭 여부를 합의했다. 막상 말을 놓기로 하자, 이 미끈하게 생긴 ‘선수’들은 손님이라기보다 친구를 대하듯이 스스럼없이 말하고 행동했다. 내 옆에 앉은 점퍼 차림의 선수만이 우리 일행보다 나이가 적은 듯했다. “술을 희석시켜 드릴까요? 좋아하는 과일이 뭐예요?” 안주는 내가 알아서 먹겠다고 사양하자, 그는 빈 잔에 얼음을 넣고 양주를 약간 따라 흔들어 주었다. 마담에 의하면 선수들은 손님이 따라주는 술잔 외엔 스스로 술을 따라마실 수 없다고 했다. 내가 술잔을 채워주는 데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자 내 옆의 호스트는 계속해서 생수와 음료수만 마셨다.

    “아줌마들을 한품에 안아주고 싶은데 손이 안잡힐 때, 제일 짜증난다니까.”

    한 호스트가 애교까지 떨어가며 우리를 웃긴다. 의외로 우리 일행은 이 묘한 분위기에 쉽게 적응했다. 선수들도 어느새 파트너의 어깨에 팔을 감거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들은 호기심에 찾아왔다는 이 어설픈 고객들에게 오히려 호기심을 느끼는지 질문에 성의껏 대답해 주었다. 부인들의 경우 2차를 나가는 대가로 50만원을 받으며, 마음에 드는 젊은 여자면 ‘화대’가 없어도 그냥 나가서 즐긴다고 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놀이의 대상이라기보다 오히려 즐기는 입장이라는 것을 은근히 강조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계속되는 질문이 성가신지 방송국이나 잡지사에서 나온 게 아니냐며 오히려 우릴 시험하려고 들었다. 알면서도 모른 체 하는 눈치였다.

    분위기가 서먹해지자 이들은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다. 게임에 지면 시키는 것은 뭐든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트너끼리 팬티라도 바꿔 입어야 해요.” 선수들의 야한 농담에 일행이 별 반응을 안보이자, 선수들은 금방 시큰둥해졌다.

    새벽 2시를 넘기면서 호스트들은 자주 자리를 비웠다. 어느새 손님들이 들이닥치면서 서너 개의 룸을 번갈아 들락거리는 것이다. 그들은 이것을 ‘뒷박’이라고 불렀다. “뒷박은 어쩔 수 없어. 어떤 아줌마들은 마음에 드는 선수들을 계속 붙잡고 있으려고 베팅까지 건다니까. 몇 십만원씩 팍팍 올라가지.” 한 선수가 설명했다.

    새벽 3시 무렵이 되자, 어느새 모든 룸은 여자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대부분이 호스티스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단골인 것 같았다. 복도를 오가는 선수와 손님들 사이에 친근한 호칭과 안부 인사가 오갔다. 구석진 룸에서는 대기하는 선수들이 포커를 치고 있었다. 하나같이 잘생긴 얼굴이었다.

    일행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밴드를 불렀다. 호스트 가운데 한 명이 노래 부르는 파트너를 뒤에서 안아 천천히 몸을 흔들었다. 또 다른 호스트는 테이블 위에 올라가 파트너 앞에서 현란하게 춤을 추며 여자의 가슴과 배를 대담하게 쓸어내렸다. 그러다 나중에는 웃옷까지 벗어 제쳤다. 한쪽에서는 다른 한 쌍의 커플이 몸을 바짝 붙이고 블루스를 추었다.

    그러기를 50여분. 손님들은 지치고 호스트들은 다시 어수선하게 다른 룸을 오갔다. 일행 중 한 명이 술에 못이겨 소파에 뻗어 버리자, 호스트들과 마담이 얼음과 커피를 가져왔다. 한쪽 구석에서는 호스트 한 명이 일행 중 한 사람의 몸에 노골적으로 손을 대기 시작했다. 여자가 호스트의 손을 뿌리쳤지만 막무가내였다. 그 때 누군가 바깥에 택시가 도착했다고 알려왔다. 술값은 107만원이 나왔다. 일행은 마담과 호스트들의 배웅을 받으며 밖으로 나왔다. 시계는 벌써 새벽 다섯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날 오후 늦게 우리 일행은 다시 만났다. 대부분 애당초 가졌던 호기심이나 기대에 못미쳤다는 반응이었다.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일행 대부분이 며칠 동안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항상 다니던 지하철 환승역에서 갈 길을 몰라 한참 멍하게 서 있었어. 지하철 안에서는 멀쩡한 남자애들만 봐도 깜짝 놀라고 기분이 나쁘더라구.”

    며칠 뒤 그날밤의 ‘선수’들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남긴 일행 두 사람이 호스트와 마담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 날 잘 들어갔어요? 다음에 오면 그 땐 정말 재미있을 거예요. 또 전화해도 되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