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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용 전격 인사 배경

몽구-몽헌 싸움에 유탄 맞았다?

왕회장 최측근서 인천제철 회장으로 ‘추락’ … 껄끄러운 왕회장 실세 밀어내기설도

몽구-몽헌 싸움에 유탄 맞았다?

몽구-몽헌 싸움에 유탄 맞았다?
“나도 모르는 얘기가 명예회장에게 보고되는 것 같다. 누군가 나를 음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세용 인천제철회장(60)이 작년 말 사석에서 측근들에게 한 얘기다. 박세용회장은 이미 이때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과 자신 사이에 틈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한 게 아닐까.

박회장의 이런 불안은 곧 현실로 나타났다. 그는 연말연시 ‘깜짝 인사’를 통해 현대 구조조정위원장 (상선-종합상사회장 겸임)→현대자동차회장(구랍 30일)→인천제철회장(1월4일)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회장은 1월6일부터 인천제철에 정상 출근하고 있다.

박세용회장은 이익치 현대증권회장과 함께 정주영명예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는 전문 경영인. 특히 IMF사태 이후 현안이던 부채비율 200% 목표를 무난히 달성하는 등 그룹 구조조정을 무난히 마무리 지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공이 큰 그를 인천제철 회장으로 ‘밀어냈으니’ 그의 인사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한 것은 당연한 일. 현대측은 “정주영명예회장이 정몽구회장을 도와달라고 박세용회장을 현대자동차로 보내자 정몽구회장이 다시 ‘구조조정위원장으로서의 경험을 살려 인천제철 구조조정을 마무리해달라’는 임무를 주어 인천제철로 보낸 것일 뿐”이라며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천제철은 1월7일 임시 주총에서 강원산업 흡수 합병 결의를 한 뒤 3월말까지 계열 분리 작업을 끝낼 예정인 현대그룹의 계열사. 더구나 인천제철의 작년 매출액이 1조7000억원에 불과해 그룹 전체 살림을 챙기며 상선-종합상사 등을 이끌던 박세용회장이 맡기에는 ‘격’에 맞지 않는다는 분석. 현대는 또 작년말 인사에서 성공적인 구조조정 마무리에 대한 공을 인정, 구조조정본부 임원들을 전원 승진시켰다. 현대의 해명이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박세용회장 전격 인사 배경과 관련, 현대그룹 주변에서 나오는 해석은 크게 두 가지. 첫째는 정몽구 (MK)회장과 몽헌(MH)회장이 현대증권을 장악하기 위해 주도권을 다투는 과정에서 ‘유탄’을 맞았다는 설이다. 그동안 MK와 MH는 각각 자동차 부문과 건설-전자 등을 나눠 갖는 식으로 그룹을 분할 지배해 왔고, 증권 등 금융업종만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 MK측이 현대증권을 차지하기 위해 MH쪽과 더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는 박세용회장을 구조조정위원장에서 빼내 현대자동차로 데려오고 대신 이계안 현대자동차사장을 현대증권으로 보내려 했다는 것. 또 MH쪽 인물로 알려진 이익치 현대증권회장은 현대상선 회장으로 보낸다는 구상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MK쪽의 이런 구도에 대해 MH쪽에서 이익치회장을 현대상선 회장으로 보내면 현대전자의 주가 조작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는 것. 결국 이런 논리가 먹혀들어가 MK의 구도가 중도에 무산됐고, 현대자동차 내 입지가 애매해진 박세용회장도 5일간의 단명회장으로 끝나버리고 말았다는 게 ‘유탄설’의 내용이다.

또하나 떠돌고 있는 설은 아버지 정명예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어 자신들에게는 거북한 존재인 박세용회장을 밀어내기로 MK와 MH 사이에 묵계가 이뤄진 결과라는 것이다.

두 가지 설 모두 박세용회장을 그룹내 힘의 중심부에서 밀어낸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앞에서 언급한 박세용회장을 음해하는 얘기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누가 이런 얘기를 정주영명예회장에게 했는지가 밝혀진다면 박회장이 물먹은 이유가 보다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김대중정부가 재벌 총수들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음에도 총수들은 여전히 ‘황제’처럼 군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수의 소액주주들의 의견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왕회장’ 말 한마디로 최고 경영자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주간동아 2000.01.20 218호 (p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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