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07

1999.11.04

하나회를 보면 DJ, YS가 보인다

두 정권 군인사 스타일 비교... DJ - 끌어안는 화합형, YS - 깜짝쇼형 죽이기

  • 이중근/ 경향신문 정치부 기자

    입력2007-02-01 10: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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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회를 보면 DJ, YS가 보인다
    지난 10월23일 오후 1시쯤 국방부에서는 DJ정부 들어 두번째로 단행된 장군 진급(대령에서 장군으로 진급) 인사 발표가 있었다. 이날 ‘사발통문’을 돌리며 인사내용을 읽어보던 육군 장교들은 진급예정자 명단에서 너무나 대조적인 두 사람의 이름을 발견하고 눈을 동그랗게 치뜨지 않을 수 없었다. 93년 4월 서울 동빙고동 군인아파트에 하나회 명단을 살포해 군 수사기관의 조사까지 받았던 백승도대령(육사 31기)과 하나회로 찍혔던 김모 대령이 나란히 장군 진급한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하나회원’과 ‘반(反) 하나회원’의 동시 진급. 군인사의 새로운 흐름이 감지되는 순간이었다.

    육군 전체로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진급한 하나회원에는 김모 대령 말고 다른 대령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과거 김영삼대통령의 ‘문민 정부’ 때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국민의 정부’의 군 인사였다.

    “하나회 배려는 호남인재 부족 탓”

    이처럼 YS정부와 DJ정부의 군인사를 특징짓는 핵심 요소는 군내 사조직 ‘하나회’에 대한 인사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양쪽의 군 인사 정책은 여기에서 갈라지기 시작해, 상당히 차이가 나는 ‘종착역’에 도달하게 된다.

    YS는 적어도 초기까지는 하나회를 정권 유지를 방해하는 가장 큰 적으로 보았다. 그래서 권영해국방장관을 정점으로 한 ‘YS군부세력’에 하나회원들을 철저히 축출-견제할 것을 주문했다. 93년 2월25일 대통령에 취임한 YS는 3월8일 김진영 육군참모총장과 서완수 기무사령관을 전격 해임하는 ‘깜짝쇼’를 벌이면서부터 임기 내내 하나회를 몰아붙였다.



    한마디로 YS는 군을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해, 자신이 임명하지 않은 장성들을 ‘제거의 대상’으로만 봤던 것으로 평가된다. 혹자는 하나회가 다 제거된 뒤에야 YS는 전두환-노태우 전대통령을 구속했다고 설명할 정도다. 그의 인사 스타일은 늘 ‘전격전’이었다.

    여기에 덧붙여 주목할 것은 그의 차남 현철씨의 군 인사 개입이다. YS는 현철씨에게 군 인사를 ‘전적으로’ 맡겨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당시 잘 나가던 고위 장성 치고 ‘소산’ 또는 ‘소장님’(당시 군에서는 현철씨를 이렇게 지칭했다)의 은덕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는 하나회 숙군 과정에도 깊이 개입했고 김동진 전국방장관과 김희상 전수도군단장 등 경복고 선배들과 윤용남 전합참의장 등 PK 군맥을 군내에 심어놨다.

    반면 DJ는 취임후부터 YS와 다른 각도에서 하나회를 봤다. 지난해에 처음으로 하나회 출신 대령 한명을 장성으로 진급시킨 데 이어 올해 또 한명을 진급시켜 ‘하나회 콤플렉스’에서 벗어난 듯하다. DJ가 내세우고 있는 인사 정책은‘단계적’ 인사조치와 ‘화합’이다. 인사 스타일도 YS처럼 ‘전격전’이 아니라 비교적 ‘예측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월26일 단행된 4성 장성 인사도 사실은 지난 봄부터 계속 회자돼 온 구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는 호남 출신만으로 군내의 주축을 형성하기 힘든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이지만, 나름대로 상당히 의미있는 조치로 군내에서 평가된다.

    하나회에 대한 배려를 5, 6공과의 화해 제스처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지만 그보다는 ‘호남 인재 풀(POOL)의 부족’에 따른 조처로 해석하는 게 옳을 것 같다는 분석이다.

    국정원장, 국방장관 출신 기용 닮은꼴

    더더욱 YS와 차이가 나는 것은 현철씨 같은 존재가 현 정부에는 없다는 점이다. 현 군부 내에도 일부 호남 출신 전-현역 장성이 ‘핵심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 현철씨처럼 군 인사를 농단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두 정권 모두 갖고 있는 고질적 군인사 병폐가 있다. 바로 ‘지역편중 인사’다. 국회 국방위 소속 한나라당 박세환의원은 지난 10월1일 “현 정부 출범후부터 지난 9월 현재까지 육-해-공군 장성 진급자 146명 가운데 호남과 영남 출신이 각각 46명이며 도별로는 전남 출신이 33명(22.6%)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방부 과장급(대령) 이상 101개 보직자 분석에서도 호남 출신이 34명으로 33.7%에 이른다고 공박했다. 호남인구 비율이 11.7%로 영남 인구 비율(28.7%)의 2분의 1에도 못미치는데, 장성 진급자가 동수인 것은 명백한 지역편중 인사라는 것이다.

    YS는 문민정부 출범 때의 국방장관이었던 권영해씨를 안기부장에 임명했었다. DJ도 국민의 정부 출범시 국방장관을 지낸 천용택씨를 국정원장(구 안기부장)에 기용했다. 이 점도 따지자면 YS와 DJ의 공통점이다.

    기무사 콧대 꺾은 군검찰

    병역비리 수사 위해 기무사 압수수색 ‘이변’


    군 검찰부는 사회의 검찰청, 국군 기무사는 국정원, 헌병은 경찰에 해당한다. 사회에서는 검찰이 국정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경우가 없다. 그런데 지난 10월초 군에서는 검찰부 요원들이 한 기무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경천동지’할 사건이 있었다. 기무사 사무실로 쳐들어간 검찰부 요원들은 장도리로 자물쇠를 뜯어냄으로써, ‘서슬이 시퍼렇던’ 기무사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군 검찰부가 기무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병역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부터 검찰부는 기무사 요원들이 병역비리에 간여한 사실을 포착하고, 신체검사를 담당하는 군의관들을 상대로 기무사 요원 비리 추적에 나섰다. 군의관들에 대해서는 실형으로 기소하지 않는다고 약속하고 기무사 요원들의 병역면제청탁 비리를 추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기무사는 국방부 장관에게 검찰부의 수사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올리며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부는 기무사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는 그룹과 수사를 자제하려는 그룹간에 알력이 빚어져, 반(反) 기무사 세력이 국방장관 앞으로 ‘누가 수사를 방해하는지’를 밝힌 탄원서(사진)를 보내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러한 대립 과정에서 노심초사한 것은 이남신 전기무사령관이었다. 전주고 출신으로 DJ정권 출범 때부터 대장 진급 0순위로 꼽히던 이전사령관은 대장 진급을 앞두고 기무사와 검찰부가 정면으로 대립하게 되자 “검찰부의 수사를 받으라. 이러한 치욕은 기무사의 과거 업보 때문이다”고 지시했다고 한다. 과거와 달라진 기무사의 위상을 실감하면 3군사령관이 된 그의 심정은 착잡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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