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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한국의 별들

“별이 되려면 논두렁 정기라도 받아라”

별따기 진급 전쟁... 장성 440명에 별 654개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별이 되려면 논두렁 정기라도 받아라”

“별이 되려면 논두렁 정기라도 받아라”
많은 사람들은 장성과 장군을 같은 뜻으로 알고 있으나 조금 다르다. 비행기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군은 육군과 해군뿐이었다. 당시 서양에서는 육군의 스타를 ‘장군’(將軍), 해군의 별을 ‘제독’(提督)으로 불렀고, 둘을 합쳐 ‘장성’(將星)이라고 했다.

해병대는 해군기지를 방어하고, 해군이 육지로 상륙해 지상전을 벌일 때 투입된다. 그래서 해군 ‘육전대’(陸戰隊)라고도 했는데, 이 해병대가 해군에 대해 ‘독립’을 외쳤다. 그러면서 해병대 장성을 제독 대신 장군으로 불러, 해병대 장성은 장군이 되었다. 공군은 육군 항공대에서 독립했으므로 공군 장성도 장군으로 불렸다. 이 바람에 제독이란 단어가 생소해져 해군의 독립성이 위협받을 지경이 되자, 5~6년 전부터 한국 해군은 “이순신(李舜臣)은 장군이 아니라 제독이다” “이순신제독으로 불러달라”는 운동을 벌여 왔다.

10월23일 국방부는 육군의 준장-소장-중장, 해공군의 준장-소장 인사를 발표한데 이어 10월26일 육군의 대장-중장 인사를 발표했다. 이 인사에서 처음 장군이나 제독이 된 장교들은 일반 대학 71학번(육사 31기, 해사 29기, 공사 23기)에 해당한다. 소장은 69학번, 중장은 66학번, 대장은 64학번에서 처음 배출됐다.

5·16 때만 해도 장성들은 ‘각하’로 불릴 정도로 ‘벅찬’ 명예를 누렸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별이 되면 장성기(旗)와 삼정도(三精刀), 그리고 자동차 번호판에 붙이는 성판(星板) 등 명예로운 물품을 하사받는다. 준장에게는 운전병과 함께 차가 1800㏄급, 소장에게는 2000㏄급, 중장은 같은 2000㏄급인데 옵션이 많이 붙은 차가, 대장에게는 2400㏄급 승용차가 제공된다. 장성으로 전역하면 사후 국립묘지 장성 묘역에 안장될 수가 있다.

육군 479개·해군 91개·공군 84개 순



장성 중에서도 진짜는, 어깨에 ‘푸른 견장’을 올리는 지휘관 장성이다. 지휘관 장성이 되면 천군만마를 호령할 수 있도록 참모는 물론이고 부관이나 비서실장, 당번병- 공관병, 그리고 공관이 제공된다. 각군 본부에는 숱한 별이 있어도 어깨에 견장을 올리는 장성은 총장 한 사람뿐이다. 중장인 참모차장과 소장인 참모부장들은 지휘권이 없어 군단장이나 사단장이 된 동료들에 비해 누리는 혜택이 작다. 육군 대장이 취임하는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역시 견장을 달지 못하므로 ‘무늬만 대장’이 된다.

직업군인을 택한 장교의 꿈은 스타가 되는 것이다. ‘표 1’에서 보는 것처럼 한국군 장성 정원수는 440명이다. 440명의 장성이 달고 있는 전체 별 수는 654개인데, 이중 육군 별이 479개, 해군 별은 91개, 공군 별은 84개다. 654개 별 중 단 하나라도 이마에 붙이면 그 날로 ‘장관(將官)급 장교’가 되고, 평생 “장군님” “제독님”으로 불린다. 족보에도 장성으로 기록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대장 정원은 전체 장성 정원의 2%에 불과한 9명이다. 대장은 합참의장과 합참1차장, 육-해-공군 총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육군 1-2-3군사령관을 맡는데, 현재 합참1차장은 공석이라 실제 대장은 8명이다. ‘표 1’에서 육군 대장 정원이 7명인 것은 합참의장과 합참1차장이 모두 육군 정원으로 인가됐기 때문이다.

합참의장과 합참1차장을 육군 정원으로 인가한 것은, 한국군에서는 육군이 배타적인 우월성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영삼정부 시절 이양호공군대장을 합참의장에 임명했듯, 합참의장에는 육-해-공군 대장 모두가 취임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자리를 해-공군 정원으로 인가해 주면 육군의 위세가 줄어들 수 있어, 육군이 다수를 점하는 국방부는 합참의장을 육군 정원으로 편성해 놓았다.

대장은 정원에 비해 1명 적게 운영되지만, 중장 이하는 정원보다 20% 정도 많게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실제 장성수는 500여명 남짓하다. 무려 60여명이 넘는 ‘정원외’ 장성들은 대개 정책위원-자문위원-관찰자-본부대기-총장 특별보좌관 등 ‘풀 죽은 보직’에서 전역 때까지 시간을 보내게 된다. ‘별도 별 나름’임을 보여주는 이러한 현상은, 장성으로 전역해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현실 때문에 생겨났다. 그러나 정원외 ‘별’의 증가는 국민 조세 부담의 증가를 뜻하므로 가급적 억제해야 한다.

‘별이 되려면 논두렁 정기(精氣)라도 타고나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장성이 되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사관학교 출신은 10년을 의무 복무하므로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소령까지는 쉽게 진급한다. 그러나 중령서부터는 치열한 경쟁을 치른다. 한나라당 박세환의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육사 출신은 보통 1.6대 1의 경쟁을 뚫고 중령이 된다. 대령이 되려면 다시 5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하고, 준장이 되려면 진급 대상자가 된 육사 출신 대령들끼리 11대 1의 경쟁을 벌여야 한다.

육사 한 기수는 250명 내외인데 그 중 장군이 되는 것은 35명 정도다. 35명 중에서도 1차로 진급하는 것은 불과 30%(10명) 정도고, 나머지는 재수(2차)-삼수(3차)를 통해 겨우 진급한다. 2차로 진급한 사람은 운이 좋다면 소장까지 바라볼 수 있지만, 중장 이상은 불가능하다. 대장으로 진급하는 장교는 육사의 한 기수에서 2명 이상 나오기 어렵다.

학군 출신은 더 치열한 경쟁을 치른다. 이들은 중령으로 진급할 때 10대 1, 대령이 될 때 20대 1, 준장이 될 때 53대 1로 경쟁한다. 해-공군은 육군에 비해 장성수가 훨씬 적어, 해-공사 출신이 장성이 되는 길은 더 험난하다. 해사와 공사에서는 매 기수당 보통 12명 정도가 장성이 되고, 두 기수당 1명 꼴로 대장이 탄생한다.

장성 분포에서 또하나 눈여겨 볼 것은 육-해-공간의 장성수 비율이다. 냉전 종식후 주요 국가들은 병력 규모가 큰 육군을 줄이고 해-공군을 상대적으로 강화하는 국방정책을 채택하며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전체 병력을 줄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육군은 방어군이고 해-공군은 공격군이란 사실을 안다면, 이 발표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국방 정책을 채택한 국가와 그렇지 못한 한국간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표 2’다. 미국과 러시아는 육군 병력을 줄임으로써 전체 장성수에 대비한 육군 장성 비율을 30%대로 낮췄고, 일본 자위대는 50%대로 떨어뜨렸다. 그러나 한국군에서는 전체 장성 중에서 육군 장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73%다.

육사 출신 대령 11명 중 1명만 장군 진급

육군 관계자들은 “북한 인민군에서 지상군이 차지하는 비율이 워낙 높기 때문에, 한국군도 육군 위주로 편성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적잖은 전략가들은 “한국도 방어군인 육군으로 인민군을 막을 것이 아니라, 통일 이후의 국가 생존을 위해서라도 공격군인 해-공군을 키워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쪽으로 국방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며 해-공군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장성 진급인사 때마다 단골 메뉴로 거론되는 것이 지역안배문제다. 지역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국방부는 얼마 전부터 장교 인사카드에 본적지 란을 없애고, 진급자의 출신 지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출신지역별 진급자 비율을 정확히 추적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김대중정부 들어 호남 출신 진급자가 늘었다는 점이다.

박세환의원은 지난 10월초 단행된 육군 영관 장교 진급 인사에서 진급이 결정된 중령들의 출신 고교를 조사해 지역안배문제를 거론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대령 진급이 확정된 중령 140명 중 광주-전남 소재 고교 출신은 4분의 1에 육박하는 34명(24.3%)이었고, 전북 소재 고교 출신은 7명(5.0%)이었다. 반면 대구-경북 소재 고교 출신은 15명(10.7%), 부산-울산-경남 소재 고교 출신은 11명(7.9%)으로 전체 영남 출신의 진급자(26명)는 전남 출신(34명)보다 적었다.

올해 국회 국방위 국감에서는 김대중정부 출범후 진급하거나 전보된 호남 소재 고등학교 출신 장성들의 명단이 공개됐다. 이 명단을 출신 고교별로 분석해 보면 광주고(11명)-광주일고(7명)-전주고(6명) 순으로 인사 이동이 많았다. 이러한 자료는 3개 고교 출신이 호남 군맥(軍脈)의 중추를 이루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월23일 단행된 육군 준장 인사에서는 부산-대구-울산과 경남-북을 본적으로 한 준장 진급자는 17명으로, 광주와 전남-북을 더한 호남 출신 15명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육군 중장 인사에서는 호남과 영남이 각 1명씩 진급했다. 중-대령 등 중간급 장교에서는 호남세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장성 진급에서는 비교적 균형을 맞추려는 듯한 인사가 이루어진 것이다.

별이 되려면 실력뿐만 아니라 관운(官運)도 따라줘야 한다. 그래서 별은 숱한 장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며, 아쉽고 그리운 ‘반짝임’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남편 진급은 사모님 하기 나름?

평소 상급자 부인에 얼굴 알리기 … 남편 몰래 ‘뇌물 공세’도


장교들에게 진급은 ‘인생의 전부’라고 할 정도로 아주 중요하다. 따라서 평소에도 표창을 받을 기회가 있으면 열심히 챙기고, 진급을 위해 거쳐야 하는 보직 진출을 위해 노력하며, 근무평정에 영향을 주는 각종 교육 과정에서도 좋은 점수를 얻으려고 애쓴다. 선행 기록도 진급에 유리하기 때문에 남을 돕는 데도 적극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으로도 진급이 보장되지 않을 것 같으면, 마지막으로 금품을 동원한 ‘반칙’을 저지른다. 극소수이긴 하지만 박봉으로 마련한 15평짜리 아파트를 팔아 마련한 돈으로 진급한 뒤 부하들로부터 승진을 대가로 뇌물을 받아 재산을 챙기는 지휘관도 있다.

장교진급 비리 때마다 터지는 금품수수 중에는 종종 당사자인 장교 자신이 모르는 뇌물사건이 있다. ‘라스포사 옷 로비 사건’처럼 장교 부인들끼리 오고간 뇌물이 터져나오는 것이다.

장교 부인들은 군인 아파트에서 모여 살기 때문에 서로 얼굴을 아는 경우가 많다. 남편이 전방에 근무할 때는 지휘관 부인을 중심으로 장교 부인회를 만들어 장병들의 김장 담그기 지원, 이웃돕기 행사 등을 벌여 친목을 다지는 경우가 많다. 남편이 장성이면 자신도 덩달아 장성 부인이 되기 때문에, 장교 부인들은 승진 시즌이 되면 남편 못지 않게 몸이 달게 된다. 그래서 종종 남편 몰래 인사권을 쥔 상급자 부인을 상대로 인사 청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허물없는 고급 장성이 되려면 부인 단속부터 잘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주간동아 207호 (p14~16)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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