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1

2016.06.08

<마지막 회> 21세기 취업학교

취준생이여 당장 일을 시작하라

연봉에 연연하지 말고 유망 ‘직업’보다 유망 ‘산업’에서 일자리 찾기

  • 서미영 인크루트 상무(COO) rose@incruit.com

    입력2016-06-03 17:2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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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 산업혁명은 경제적 혜택뿐 아니라 기존 일자리의 소멸과 기술 격차 확대에 따른 계층, 국가, 지역 간 불균형 심화라는 역기능까지 안겨줄 것이다. 전문가들은 창의적인 기업, 변화 대비에 충실한 정부, 유연한 노동시장이 성공적인 혁명의 관건이 되리라 입을 모으지만, 이 중 어느 것 하나 구직자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렇다면 이제 막 커리어라이프(Career-Life)의 문을 열기 시작한 취업준비생(취준생)은 어떤 취업을 해야 할까.



    눈앞의 일자리에만 급급하지 말 것

    올해 들어 일본, 호주에 이어 우리 정부에서도 보건의료와 정보통신기술(ICT) 간 융합 작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고도화된 의료기술은 우리를 더 오래 일하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취준생, 그러니까 미래 직장인은 더 증가된 경제활동을 고려한 경력설계를 해야 한다. 기성세대보다 최소 10년 더 멀리 내다봐야 하는 것은 물론, 생명연장으로 10년 더 긴 경제활동을 고려해야 한다.

    당장 주변만 돌아봐도 이 말이 뜬금없는 먼 미래의 이야기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조기 은퇴 후 채용시장에 재진입이 안 돼 취업보다 어렵다는 창업에 손을 대거나 경력과 무관한 일자리를 꾸역꾸역 이어가는 중년을 보고 있는가. 불행한 커리어를 쌓고 있는 그들의 과거 첫 직장은 여러분이 그토록 선망하는 굴지의 기업 가운데 하나였다. 남은 에너지를 건설적으로 발산하려는 것이든, 수명연장으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경제적 이유 때문이든 명예롭게 정년퇴임한 직장인조차 허드렛일 하나 구하기가 어려운 것이 오늘날 현실이다.  

    “앞으로 장래가 유망한 직업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강연을 다니다 보면 필자가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이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대부분 “오래할 수 있는 일이 가장 유망합니다”로 귀결된다. 물론 경제적 요소를 무시할 순 없다. 월급보다 높은 자산을 취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일을 10년, 20년 유지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는 이미 일생에 거쳐 수차례 직업을 바꾸고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지만, 변화의 시대엔 그 횟수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평생직업이라는 프레임도 맞지 않다. 다만, 핵심 역량이라고 하는 공통분모를 유지하며 경력과 산업 변화에 맞게 직업을 개발하는 것이다.



    유명 대기업 및 공기업에서 제시하는 초임 연봉은 취준생에게는 분명 매력적이다. 해당 기업의 명함이나 사원증은 또 얼마나 멋들어지는가. 하지만 경제적 요인이나 겉모습에만 연연해 대기업 또는 공기업이 최우선인 입사 경쟁의 프레임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경제적 가치에 매몰되기보다 40년 이상 꾸준히 일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에 더 절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어느 회사에서 일하든 제공되는 기회 자체에 가치를 부여할 줄 알아야 한다. 직업에 앞서 본인이 어떤 시장에 흥미를 갖고 있는지(예를 들어 자동차, 인테리어, 제과 등)를 살펴보고, 그 분야에서 바로 입사할 수 있는 직업으로 취업준비를 해보자. 해당 산업에서의 다양한 직업 경험은 여러분을 그 분야 전문가로 이끌어줄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궤를 같이하는 직업

    인간신체 제조기업, 나노 의사, 유전자변형 농업축산 약사, 노화 방지 매니저, 기억력 증강 내과의사, 첨단과학 관련 윤리 관리자, 건축물 투어가이드, 가상현실 농민, 기후변화 대응 전문가, 질병검역 관리자. 세계미래회의에서 꼽은 2030년 가장 주목받을 직업 리스트다.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저는 의사요” 하던 기성세대에게는 잘 와 닿지 않는 내용이다. 하지만 지금 중학생들은 15년 뒤 ‘첨단과학 관련 윤리 관리자 채용공고’에 지원하려고 자기소개서를 검토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4차 산업혁명이 기성세대의 직업을 한순간에 소멸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새로운 산업기술로 무장한 신세대와의 경쟁에서 점차 밀려나갈 뿐이다. 그렇다고 지금 직업 세계로 진입하는 취준생들이 위에서 열거한 2030년 유망 직업으로 경제활동을 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 취준생들은 앞으로 불어닥칠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유망 ‘직업’이 아닌 유망한 ‘산업’ 분야를 찾아가 취업 가능한 직무로 출발할 것을 권한다. 정보기술(IT), 로봇, 바이오, 드론, 3D(3차원) 업종 등 파괴적인 산업기술을 제공하는 미래형 산업은 모든 산업의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즉 모든 산업의 응용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자리 기회를 늘리는 데도 유리하다. 신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변화에 예민하게 대응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다.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유망 산업에 진출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전략적인 방법이다.

    취업 스펙을 쌓고자, 재학 상태가 유리할 것 같아서, 시작을 잘해야 할 것 같아서…. 현재 취준생들은 졸업을 유예하거나 휴학 및 편입학을 반복하면서 또는 고시촌에 틀어박혀 시험 공부를 하면서 언제 될지도 모르는 취업을 위해 실험적이어야 할 청춘의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일하는 방식이 아르바이트, 아니 좀 더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설령 그것이 무급 인턴십 형태일지라도 앞에서 말한 두 가지 조언이 충족된다면 일단 시작하고 보자. 미래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불확실한 내일을 위해 학교나 학원 등지를 떠돌며 아까운 자신의 자원을 과잉 투자하는 것보다 남는 장사일 것이다. 또 ‘(적어도) 나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며 자존감을 고취하는 데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초임 연봉이 높은 기업에 입사한 친구를 부러워하며 자신을 깎아내리지 말라. 이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도 전 이미 지고 들어가는 것이다. 어떤 것이 성공한 커리어인지 길고 짧은 것을 비교하려면 실제로 여러분의 패를 꺼내 펼쳐야 한다. 조바심 내지 말고 전략적으로, 담담히 앞으로 나아가라. 누구에게나 시작은 미약한 법이니. 그러니 부탁한다. 대한민국 취준생들이여, 취업준비 말고 지금 당장 일을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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