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국내 명문 공대를 졸업한 A씨는 유력 휴대전화 기업 B사에 연구직으로 입사했다. A씨는 오직 전문성만이 경쟁력이라 여겨 연구에 몰두했다. 스마트폰이 등장할 무렵 주변에서 관련 분야로 이직을 권유했지만 그는 자리 지키는 쪽을 고집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시대 흐름에 뒤처진 B사가 고전하면서 A씨 또한 풍전등화 처지가 됐다.
우리는 인류 삶에 거대하고 급속한 변화를 가져오는 이 같은 기술을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이라 부른다. 시장 환경의 변화가 점점 더 가속화하면서 이제는 스마트폰을 뛰어넘어 드론, 로봇, 무인차, 사물인터넷 등 이름조차 생소한 산업계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이 탑재된 이 파괴적 기술은 향후 20년 내 산업 전반에 많은 패러다임 이동(Paradigm Shift)을 일으킬 것이다. 파괴적 기술의 시대, 당신의 경력은 시대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는가.
대한민국 고도성장의 시기는 입사하면 ‘◯◯맨’이라고 불리는 평생직장의 시대였다. 순환 보직을 통해 최종적으로 회사 임원이 되는 것이 경력 관리였다.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를 받으면서 효율적인 인력 관리가 중요해졌고, 구조조정이 일반화하면서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직업의 개념이 등장했다. 조직에 의존하던 경력 관리가 개인 중심의 경력 관리로 바뀌고, 제너럴리스트가 아닌 스페셜리스트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부터 채용공고에 마케팅 업무 몇 년 차 식의 직무 전문성을 적시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Career=Industry Field×Job×Level
필자가 쓴 책 ‘프로페셔널의 숨겨진 2%’(2004)에도 이와 같은 경력 관리 공식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공식의 실제를 보여주듯 서치펌(search firm) 헤드헌터들은 팀장 경력을 갖춘 인재를 가장 많이 찾기 시작했다. 팀장은 입사 이후 쌓아온 직무 기반 전문성과 특정 산업군(Industry Field)에서의 경쟁 방법을 이해하고 있고 리더십 경험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조직이 반드시 확보해야 할 핵심 인재로 팀장이 부각된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제시한 공식도 10여 년이 지나면서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로봇과 일자리를 놓고 다투고, 파괴적 기술로 기업 생존환경의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경력 관리에서 가장 선행돼야 할 것은 무엇일까. 첫째, 자신의 경력 가치에 대해 전반적으로 고찰해보아야 한다. 둘째, 다름 아닌 로봇과 공생하게 될 미래의 업무환경을 대비해야 한다.
앞서 이 지면을 통해 언급했던 미국의 대형 로펌 베이커앤드호스테틀러의 AI 변호사 ‘로스(Ross)’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이 신입 변호사는 1초에 80조 번 연산하고 책 100만 권 분량의 빅데이터를 분석해가며 가설을 추론한다. 수천 건의 스터디 케이스를 탐색한 뒤 가장 근접한 해답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하루 24시간 근무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변호사가 자료조사에 할애하는 시간을 전체 업무의 30% 정도로 본다고 하니, 그 30%의 변호사 일자리를 로스가 대체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소위 ‘직장깡패’가 따로 없다.
특정 업무 분야에서는 로스가 그 어떤 인간 변호사보다 월등한 퍼포먼스를 수행할 것은 자명한 일. 로봇시대를 우려하는 목소리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대목이다. 가만있다가는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로봇들에 내 자리를 고스란히 내어줄 순 없는 노릇이다.
앞서 ‘자신의 경력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전반적으로 고찰해보라’ 조언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로봇이 산업계 전반으로 유입되는 대세를 막을 수 없다면 로봇 처리 영역에 속하는 업무와는 차별화된 업무 포지션을 구축해야 한다. 본인 분야에서만큼은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로봇과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베이커앤드호스테틀러 변호사들은 로스의 활약으로 확보한 잉여노동만큼 추가적인 경력 가치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먼저 경력 관리에서 직급과 직책 등으로 표현되던 레벨(level) 변화가 예상된다. 과거 경력 관리에서 레벨을 중시한 이유는 일에 필요한 숙련도와 인적 네트워크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AI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이를 축약하거나 대체해나갈 것이다. 따라서 직급, 직책이 경력 관리에서 덜 중요한 개념이 되고 특정 산업에 대한 이해와 경력, 로봇의 지원을 받는 직무기술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또한 산업 경계가 무너지거나 모호해질 수 있으며, 잉여시간으로 복수의 직업 수행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따라서 특정 산업이 아닌, 산업 간 시너지 효과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산업과정에서 요구되는 2개 이상의 직업을 실행할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조직 안에서뿐 아니라 프리에이전트로서도 수행할 수 있다. 경력 관리에서 가장 큰 변화는 로봇의 영역을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공식이 성립된다.
Career=n(Industry Field×Job)-Robot
경력 관리는 전략적으로 하되, 로봇과 협업은 감성적으로 해야 한다(Planning your strategy, Bonding emotionally).
감성 및 사회적 차원에서 AI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요원한 이야기일 수 있다. 완벽해 보이는 AI라 할지라도 사람이 입력하는 데이터에 따라 학습을 잘하는 것일 뿐, 어떤 데이터를 입력할 것인지는 인간 몫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봇과 협업에서는 감성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이를 최대한 파고드는 것이 파괴적 기술 시대에 우리 인간이 로봇과 공생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우리는 인류 삶에 거대하고 급속한 변화를 가져오는 이 같은 기술을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이라 부른다. 시장 환경의 변화가 점점 더 가속화하면서 이제는 스마트폰을 뛰어넘어 드론, 로봇, 무인차, 사물인터넷 등 이름조차 생소한 산업계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이 탑재된 이 파괴적 기술은 향후 20년 내 산업 전반에 많은 패러다임 이동(Paradigm Shift)을 일으킬 것이다. 파괴적 기술의 시대, 당신의 경력은 시대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는가.
대한민국 고도성장의 시기는 입사하면 ‘◯◯맨’이라고 불리는 평생직장의 시대였다. 순환 보직을 통해 최종적으로 회사 임원이 되는 것이 경력 관리였다.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를 받으면서 효율적인 인력 관리가 중요해졌고, 구조조정이 일반화하면서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직업의 개념이 등장했다. 조직에 의존하던 경력 관리가 개인 중심의 경력 관리로 바뀌고, 제너럴리스트가 아닌 스페셜리스트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부터 채용공고에 마케팅 업무 몇 년 차 식의 직무 전문성을 적시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프로페셔널 팀장이 각광받은 이유
그러나 시장경쟁이 다양하고 고도화되면서 스페셜리스트보다 시장 전문가, 즉 프로페셔널이 새롭게 조명됐다. 다음 공식을 보자.Career=Industry Field×Job×Level
필자가 쓴 책 ‘프로페셔널의 숨겨진 2%’(2004)에도 이와 같은 경력 관리 공식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공식의 실제를 보여주듯 서치펌(search firm) 헤드헌터들은 팀장 경력을 갖춘 인재를 가장 많이 찾기 시작했다. 팀장은 입사 이후 쌓아온 직무 기반 전문성과 특정 산업군(Industry Field)에서의 경쟁 방법을 이해하고 있고 리더십 경험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조직이 반드시 확보해야 할 핵심 인재로 팀장이 부각된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제시한 공식도 10여 년이 지나면서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로봇과 일자리를 놓고 다투고, 파괴적 기술로 기업 생존환경의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경력 관리에서 가장 선행돼야 할 것은 무엇일까. 첫째, 자신의 경력 가치에 대해 전반적으로 고찰해보아야 한다. 둘째, 다름 아닌 로봇과 공생하게 될 미래의 업무환경을 대비해야 한다.
앞서 이 지면을 통해 언급했던 미국의 대형 로펌 베이커앤드호스테틀러의 AI 변호사 ‘로스(Ross)’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이 신입 변호사는 1초에 80조 번 연산하고 책 100만 권 분량의 빅데이터를 분석해가며 가설을 추론한다. 수천 건의 스터디 케이스를 탐색한 뒤 가장 근접한 해답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하루 24시간 근무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변호사가 자료조사에 할애하는 시간을 전체 업무의 30% 정도로 본다고 하니, 그 30%의 변호사 일자리를 로스가 대체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소위 ‘직장깡패’가 따로 없다.
특정 업무 분야에서는 로스가 그 어떤 인간 변호사보다 월등한 퍼포먼스를 수행할 것은 자명한 일. 로봇시대를 우려하는 목소리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대목이다. 가만있다가는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로봇들에 내 자리를 고스란히 내어줄 순 없는 노릇이다.
로봇 등장으로 달라지는 경력 가치
앞서 ‘자신의 경력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전반적으로 고찰해보라’ 조언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로봇이 산업계 전반으로 유입되는 대세를 막을 수 없다면 로봇 처리 영역에 속하는 업무와는 차별화된 업무 포지션을 구축해야 한다. 본인 분야에서만큼은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로봇과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베이커앤드호스테틀러 변호사들은 로스의 활약으로 확보한 잉여노동만큼 추가적인 경력 가치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먼저 경력 관리에서 직급과 직책 등으로 표현되던 레벨(level) 변화가 예상된다. 과거 경력 관리에서 레벨을 중시한 이유는 일에 필요한 숙련도와 인적 네트워크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AI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이를 축약하거나 대체해나갈 것이다. 따라서 직급, 직책이 경력 관리에서 덜 중요한 개념이 되고 특정 산업에 대한 이해와 경력, 로봇의 지원을 받는 직무기술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또한 산업 경계가 무너지거나 모호해질 수 있으며, 잉여시간으로 복수의 직업 수행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따라서 특정 산업이 아닌, 산업 간 시너지 효과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산업과정에서 요구되는 2개 이상의 직업을 실행할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조직 안에서뿐 아니라 프리에이전트로서도 수행할 수 있다. 경력 관리에서 가장 큰 변화는 로봇의 영역을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공식이 성립된다.
Career=n(Industry Field×Job)-Robot
경력 관리는 전략적으로 하되, 로봇과 협업은 감성적으로 해야 한다(Planning your strategy, Bonding emotionally).
감성 및 사회적 차원에서 AI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요원한 이야기일 수 있다. 완벽해 보이는 AI라 할지라도 사람이 입력하는 데이터에 따라 학습을 잘하는 것일 뿐, 어떤 데이터를 입력할 것인지는 인간 몫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봇과 협업에서는 감성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이를 최대한 파고드는 것이 파괴적 기술 시대에 우리 인간이 로봇과 공생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